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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와 공주캐릭터를 끔찍이 사랑하는 6살 딸을 키우면서, 주로 귀엽고 깜찍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가끔은 너무 여성성만 불균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알게 모르게 나의 말과 행동에서 흔히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더 긍정적인 것으로 비추어져 아이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었는데, 사 두고서도 꽤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이미 너무 많이 변질되어, 그 원래의 의도와 뜻이 흐릿해지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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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페미니스트>는 작가인 치아만다가 딸을 키우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정리한 책으로, 딸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15가지의 제안이 담겨있다. 각각의 제안은 짧고 간결했지만, 확실히 중요하고 유익한 내용이었다. 몇 백 페이지의 육아서에 담긴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더 의미 있었다. 그리고 편지글에 묻어난 따뜻함은 위로가 되었다. 작가는 ‘페미니스트’인 동시에 ‘휴머니스트’ 였다.

15가지의 제안 모두 중요했지만,

<다섯 번째 제안. 독서를 가르칠 것_책 읽을때마다 보상으로 돈을 주더라도 책을 읽게 하라>와 <여덟 번째 제안. 호감형 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칠 것> 이 특히 더 인상 깊었다.

아이가 책을 잘 읽지 않는 것과 친구에게 양보하고 속상해 하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렵게 느꼈던 부분이라 특히 마음에 와 닿았고, 앞으로 아이를 양육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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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00페이지 조금 넘는 놀랍도록 얇은 책이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운다는 건, 결국 ‘건강한 자아를 지닌 한 인격체’로 키워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엄마는 페미니스트>를 통해 확실히 알았다. 작가의 말에 언급된 것처럼 이제 ‘노력’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