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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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으면 ‘엄마’라는 존재에 막연한 동질감이 생긴다. 조리원 동기,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과 같이 그러한 동질감을 기반으로 한 모임은 반복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를 혼자 집에서 키우는 것 보다는 함께 어울리며 키우는게 아이에게 더 낫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그런 연대와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인 선입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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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식탁>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우선적으로 입주하게 된 네가족의 이야기이다. 공동주택이 서울과 외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고, 모두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이 있어 네 가족은 공동육아를 시작하게 되고, 공동체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충분하지 않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존중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삐걱거림이 생겼고 끝내 결국 네 가족 중 세 가족은 퇴거를 하게 된다. 막연하게 지니고 있던 좋은 이웃에 대한 환상, 공동체에 대한 로망은 신기루처럼 흩어져 버리고 돌봄 노동의 허무와 공동체의 허위만이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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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상황은 조금 다르겠지만, 나 또한 ‘육아’라는 공통점 하나로 지나친 연대를 은근히 강요하는 상황에 불쾌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야기속에 드러난 미묘한 상황과 감정에 충분히 공감을 할 수가 있었다.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자극적인 조건이 내세워져, 약간 극단적인 결론에 다다르긴 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너무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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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 ‘파과’ 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뭔가 어둡지만 아름다운 분위기가 느껴졌던 전작들에 비해, 조금 소란스럽고 일상적인 느낌이어서 어쩐지 나에게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육아를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같이 하면 더 수월하기에 아이들이 함께하는 자리는 마다하지 않으며, 그 후에 느꼈던 피로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던 날들이 떠올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현실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러한 생활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겠지만,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주어진 육아의 부담을 누군가와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의 허위를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