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04 | 김시습 | 옮김 이지하
출간일 2009년 4월 17일

조선의 사랑꾼들을 구경한 기분이에요.

제인오스틴 소설 보면서 어쩜 편지를 저렇게 구구절절 잘 쓰나 했는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였네요.

막 즉석에서 애절애절한 시를 툭툭 낭송하는 조선의 선비들과 여인들.

구절구절 와닿는 곳이 많아서, 그때도 지금도 사랑이란 다르지 않았구나 싶네요.

 

쌀쌀한 봄 추위에 명주 적삼이 얇구나
몇 전이나 애태웠던가, 행로 불 식어 가니
저문 산은 검푸르게 엉겨 있고
저녁 구름은 우산처럼 펼쳐져 있네
비단 당막 원앙 이불 함께할 임이 없어
금비녀 비껴 꽂고 퉁소를 불어 보내
애달파라, 세월은 빨라
마음속엔 번민만 가득 -14p

양대에서 꿈속의 임을 만났네
어느 해에나 옥소가 돌아오는 것을 다시 보려나
무정한 강물조차도
슬피 울며 이별한 강 언덕을 흘러가는구나 -7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