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아마도 나한테는 나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렇다 할 개성도 없고 선명한 색채도 없어. 내가 내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품어 온 문제였어. 난 언젠나 나 자신을 텅 빈 그룻같이 느껴 왔어. 뭔가를 넣을 용기로서는 어느 정도 꼴을 갖추었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내용이라 할 만한게 별로 없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그 사람한테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를 잘 알게 되면 될수록, 사라는 낙담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을까.” “쓰쿠루, 넌 좀 더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해. 생각해 봐. 내가 널 좋아했어. 한때는 나를 너한테 줘도 좋다고 생각했어. 네가 원한다면 뭐든 주려고 했어. 펄펄 끓는 피를 가진 여자애가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너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전혀 텅 비지 않았어.” 구로와 쓰쿠루의 대화. 내가 쓰쿠루인것이 아닌데, 왜 구로의 말에 코끝이 시큼했을까. 어쩌면 나도 나 자신을 색채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없이 지금 이만큼의 생애를 살아온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로의 말 처럼 나는 다시 생각한다. 전혀 텅 비지 않은 가치 있는 나 자신의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