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라파엘 부인처럼 어안이 벙벙했다가,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이랬다’라는 착각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소설이란 인간의 착각의 결실입니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 대해 무엇을 압니까?’ 그래,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나 좋을대로 생각하고 판단할 따름이다. 이 책은 그런 나를 꼬집고, 나는 쿤데라의 일침과 교모하게 비틀어내는 문단들 속에서 그저 웃고 만다. 망각의 독자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