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둥 – 민보영 시집

시리즈 민음의 시 242 | 문보영
연령 15~60세 | 출간일 2017년 12월 22일

김수영 문학상 수상시집

엄숙과 진지함을 사소하고 명랑한 이야기로 돌파해버리는 시들이다. 능청스러운 상상력으로 좌충우돌 흥미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읽다보면 서사가 길어지면서 잠시 시를 읽고 있다는 걸 망각하는 순간이 자주 있다. 경보 경기중인데 은근슬쩍 두발이 동시에 떠서 뛰어버리는 시츄에이션 ㅎㅎ

중력의 법칙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의 세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신이 원자보다 작은 미생물이기 때문이다 신은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신을 보려면 특수한 기구가 필요하다 신은 인간과 연락을 끊기 위해 자신이 속한 세계에 인간세계의 중력법칙이 미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인간들이 섭섭해한다.

a는 a의 1제곱이지만 그렇지 않는 척한다 여기서 1은 공기 같은 것이므로 굳이 공기가 있다고 알릴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제곱이나 세제곱과 달리 1은 생략하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했고 그것은 외로워서였다 1을 표기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절약이자 단련 혹은 정신 수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