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던 책

번역 때문일까, 이렇게 안 읽히는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무인도에 가본 적이 없어서일까, 이렇게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 소설도 오랜만이었다.

힘겹게 페이지를 넘기며, “이 책은 잘못이 없어, 이 책은 노벨상을 받았어, 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라며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파리대왕의 핵심인 극단에서 표출되는 인간감정의 치열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 뛰어났으나, 그것은 힘겹게 올라가야 얻을 수 있는 야자수열매같은 것이었다.

내게는 그냥 야자수를 올라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지루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