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다

책을 읽으며 내가 놀랐던 것은,

내가 그동안 단 한 번도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생각이랄 것은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다만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갖는 어렴풋한 이미지였다.

어렸을 때, 우리집 식탁에 고기가 올라오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대신 누나와 내가 조르거나 아버지의 기분이 좋을 때 고깃집에 가서 배가 터져라 먹는 것이 우리집의 육식문화였다.

나에게 고기를 먹는 것은 잔치였고 풍족이었으며 행복이었다.

어른이 되어 우리집 식탁에는 고기가 올라오는 일이 제법 잦아졌다.

내가 돈을 주고 고기를 사먹는 나이가 되었지만,

내게 고기가 갖는 이미지는 여전히 어렸을 때의 그것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처음 생각해본다.

내가 고기를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한때는 움직이던 동물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것이 포함하고 있는 동물들의 고통과,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인간의 비인간성과,

장막에 가려진 죽음을 외면하는 인간의 의도된 무관심이 갖는 의미를.

 

인간의 생각이 언제나 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행동이 곧바로 바뀔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떠올린 하나의 생각이,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내 행동마저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확신을 이 책의 끝에서 나는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