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낙타와 성자

모로코라는 나라의 이름은 많이 들어본 듯하다. 하지만 그 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인지, 국기가 어떤 모양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무지한 나였다. 지금에서야 모로코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이고 그 국민들이 이슬람교를 대부분 믿는다는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게 되었지만….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라.. 낙타라는 단어를 보니 사막 지역에 있는 것 같고.. 성자라는 단어를 보니 왠지 인도스러운 신비스러움이 풍겨져 나온다.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조차 떠올리지 못하는 나는 이 책을 펼침과 동시에 낯선 모로코로의 여행을 시작하였다. 약간은 두렵고.. 약간은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 모로코, 미지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모로코에 대한 별다른 지식 없이 모로코로 방문하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그는 영화를 찍는 친구를 따라 우연히 이 나라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그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이 그냥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낯설기 그지 없었고 두렵기도 하였고 신비하기도 한 저자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글이 쓰여졌기 때문에 내가 여행자인 마냥 저자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여행기이지만 여행기가 아니다. 모로코의 사람들과, 그곳의 풍경들을 보고 느낀 점들을 서술한 것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갖을 수 있었고 고민해볼 수 있었다.

▨ 나는 이방인, 모든 것이 낯설어 보일 때….

모든 것이 낯설다. 문화도, 음식도, 사람들도.. 안그래도 긴장되는데 현지인들은 한푼만 달라고 이리저리 달려든다. 만일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그저 무서웠을 듯 하다. 저자는 그런 낮선 곳에 대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통해 내면적인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해내었다.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이전에 그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들과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들을 준비한다. 그래야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모로코에 왔는지 의도조차 밝히지 않은채 낮선 시선으로 읽은 모로코만을 우리에게 전달하여준다. 오히려 생판 처음 접하는 나라였기에 자신의 느낌들을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 멋진 묘사, 섬세한 문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모로코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느꼈던 점이 하나 있다. 정말 멋진 글이다…. 정말 별 것도 아닌 사건이고 풍경인데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한 묘사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저자는 친절히도 설명해준다. 아무나 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 아프리카인을 대하는 서구인의 거만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느낌에 충실한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난 책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삽입된 사진들이 저자가 나에게 전해준 모로코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읽는데 두께에 비해 꽤나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저자의 심리 여행기였기에 많이 느껴야했고 많이 생각해야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는 어느 낮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고 온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강한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카네티 아저씨 덕분에 생생한 모로코의 소박한 일상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