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8 | 서머싯 몸 | 옮김 송무
출간일 2000년 6월 20일

지상 최고의 가치는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이 윤리를 넘어서는 것일지라도 칭송받아야 마땅한가?
아름다움과 예술이라는 것이 윤리를 넘어설 가치가 있는가? 그것들이 윤리를 넘어설 권리가 있는가?
꼭 광기와 충동, 비현실을 통해서만 극상의 예술이 성취될 수 있는 것인가? 예술이 성취되는 과정이 윤리를 넘어선다면 그것이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가?
그렇다면 예술이 넘어설 수 없는 윤리의 선은 어디까지인가?
사람들의 시선을 상관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하는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와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가 다른다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상 최대의 가치는 아름다움이 아니며, 아름다움과 예술이라는 것이 윤리를 넘어설 가치가 있지도, 넘어설 권리도 없다고 단언한다. 꼭 광기와 충동, 비현실을 통해서만 극상의 예술이 실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으며 윤리를 넘어선 예술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트릭랜드의 모습은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본 적 없는 내게 부러움을 일으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고 생명의 은인의 가정을 파괴하고 한 사람을 파멸에 이르게 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모두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라는 것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그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이라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그의 예술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예술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 지 모르겠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나는 달과 6펜스가 공존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달을 위해서 6펜스를 버리는 인생을 살고 싶지도, 6펜스를 위해서 달을 버리는 인생을 살고 싶지도 않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지상 최고의 가치가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둘 중에 어느 것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인생이 결코 행복한 인생은 아닐 것이라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