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당연한 이야기

작년 가을쯤 학교 독서소모임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독서 토론 도서로 선정하여 8명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구성원 중 5명은 여자, 3명은 남자였다.

 

각자 책을 읽고 모였을 때 여자들은 ‘너무 리얼해서 수필같다.’,

‘내 예상보다 반영되지 않은 현실도 많은 것 같다.’,

‘얘기 나눌 곳을 체크하느라 포스트 잇 한 뭉탱이를 다 썼다.’며

책 내용에 매우 공감하였지만 남자들은 ’너무 부정적인 면만 과장해서 모아놓은 것 같다.’, ‘요즘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공감하지 못했다. 책 내용은 여자, 남자 중 여자만 당연한 이야기였다. 책을 읽고나니 너무 불쾌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 그렇게 불쾌한 이야기로 가득찬게 82년생 김지영씨, 그리고 많은 여성들의 삶이다.

 

소설 치고 주석으로 달린 통계 출처가 많았다.

그것들은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와 겪어온 일들, 들은 일들을

전달하는데 좋은 뒷받침이 되었다. 작가가 꼼꼼히 주석을 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외면당하는 의견, 사회적 기득권층이 불편할 의견이지만

사실인 것들을 말할 때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헛소리로 묵살당하거나 소수의 이야기로 치부당하는 것으로부터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82년생 김지영씨가 나이들어가면서 가정, 학교, 직장에서 겪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각각의 공동체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하는지 토론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인지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른 많은 독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나 역시 이 책이 언젠가는 공감 ‘되는’ 책이 아니라 공감 ‘되지 않는’ 책이 되길 바란다. ‘이런 때가 있었구나. 지금이랑은 전혀 다르네.’라는 생각을 미래의 독자들이 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