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만을 열정적으로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유독 고전소설에 목마름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문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저번에 읽었던 「데미안」도 얇은 소설이라 가볍게 봐야지 하고 펼쳤다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고전에 대한 편견이 생기기는 했는데 가끔은 가볍고 단순한 책보다는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전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유명한 고전작품으로 누구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은 괴테가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어 그로부터 도피해왔을 때, 친구 예루살렘이 결혼한 여자를 사랑하여 결국은 자살을 택하는 사건에 충격을 받아 쓰게 된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사실적인 느낌을 받았고 베르테르를 괴테와 동일시하며 읽었다. 작품이 출간 된 당시의 사람들도 나와 같았는지 실연당한 남자들이 베르테르처럼 자살을 하는 사건이 많이 일어나 발매 금지가 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우리는 많은 피조물을 한층 고양시킨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가장 낮은 자리에 놓이게 되어 우리 이외의 것은 모두 우리보다 훌륭하고 누구 할 것 없이 우리보다는 완전해 보인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모자라는 것이 여러가지 있다고 우리는 느낀다. 그런데 우리에게 부족한 바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모조리 그 사람에게 주어버리고, 그 사람에게는 어떤 이상적인 삶의 즐거움마저도 부여되어 완성되는 것인데, 이처럼 완벽하게 이룩된 사람이란 사실은 우리 스스로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괴테가 실제로 겪은 일이 바탕이 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겼었다. 그러한 이유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로 결정하게 되었고 이 책 역시 완독을 하기까지 다른 책에 비해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일단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있었고, 괴테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대단히 감탄스러웠다. 이래서 ‘괴테’라는 인물이 유명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표현력에서는 빛이 나는 듯 했고, 어쩌면 이런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놀라웠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음으로 읽은 책이 「상실의 시대」인데, ‘《위대한 개츠비》는 그 이후 줄곧 내게 최고의 소설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마음이 내키면 책꽂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어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는, 그 부분을 오랫동안 읽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었다. 단 한 페이지도 시시한 페이지는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멋있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렸다. 아마도 바로 전에 읽은 작품이라 바로 떠오른 이유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만큼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실망하게 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편지 형식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보고싶은 페이지를 펼쳐 한 편지씩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가 이토록 한 여인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려 하고, 하지만 글로는 어떤 말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결국에는 스스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자살을 선택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의 열정적인 사랑에 감탄스러운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품이 괴테의 손을 거쳐 탄생 된 작품이기 때문에 이만큼 위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한 남자의 열정적인 사랑을 순수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괴테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또한 그 베르테르가 곧 괴테 그 자신이기 때문에도 가능했을 것이다.

알베르트가 당신의 남편이라는 것, 그것이 무어란 말입니까? 남편! 그것은 오직 이 세상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 세상에서는 죄가 될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남편의 팔에서 내 팔 속으로 빼앗아온다는 것이 말입니다. 죄라구요? 좋습니다. 나는 스스로 나 자신에게 벌을 주겠습니다. 나는 그 죄의 천국 같은 기쁨을 남김없이 맛보는 동시에 생명의 그윽한 향기와 힘을 내 가슴속 가득히 들이마셨습니다. 당신은 이 순간부터 저의 것입니다! 오오, 로테, 나는 먼저 갑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 곁으로, 그리고 당신의 아버지 곁으로 갑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호소하렵니다.

 

번역이 출판사마다의 차이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데 나는 민음사의 표지가 마음에 든 것도 있고, 고전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번역체가 마음에 들어 민음사로 선택해서 읽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출판사의 번역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어떤식으로 번역 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의외로 더 마음에 드는 번역을 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