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마음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으니. 본인만 안다. 가까운 가족일지라도 짐작을 할 뿐이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만 어려운 일이라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알고 있다. 자신이 멍을 치유하려고 나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덮고 넘어가면 더 좋은 멍도 있지만 반드시 그 멍을 내보여야지만 나아지는 멍도 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셸 가족의 이야기이다.

셸의 가족은 9.11테러로 인해 아빠를 잃고 남편을 잃었으며 아들을 잃었다.

그리고 드레스덴 폭격으로 부모님을 잃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아직 세상을 보지도 못한 아이를 잃고 언니를 잃었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아빠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오스카 셸

상처를 극복하지도 이겨내지도 못하지만 자신으로 살아가는 오스카의 할머니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자싱의 삶으로부터 도망가 버린 토마스 셸

 

기쁨을 경험할 수 도 있었지만, 충분치 않았어. 충분할 수가 있었겠니? 고통은 끝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야. 그래서 고통에는 끝이 없지. 뒤죽박죽이로군, 나는 생각했어. p56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책은 진행이 된다. 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들이 풀려간다. 독자들이 그들을 고통이 이해가 될 때쯤 그들도 서로를 이해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다. 말을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 나으려는 노력의 시작이기에 그들은 마음으로 다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다 이해했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한다. 사랑한다고.

오스카가 마지막으로 아빠에게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 였다.

 

오스카는 엄마에게 다시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엄마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널 많이 사랑한다.’라고 말해준다. 다시가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정말 생에 결정적인 순간에 반드시 해야 할 말은 ‘사랑한다’ 였다.

 

책을 덮으면서 옆에 있던 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언니가 왜 그러냐고 하면 어색해했지만 기분이 좋아보였다. 정말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르는 우리이기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소중한 이에게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