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는 194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1906년에 출간된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110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을 일찍 읽었더라면, 누가 알려주거나 스스로 깨닫기 전에 억압적인 사람들에 대해 빨리 체념하면서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덜 받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나의 주체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않았을까?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은 소년 ‘한스 기벤라트’이다. 어른들은 한스를 진정으로 위한다기보다 자신이 어린 아이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두고 보구려, 언젠가 그 아이(한스)는 훌륭한 인물이 될 테니까. 틀리없이 모두들 그 아이를 눈여겨보게 될 거요. 그렇게 되면 내가 그 아이에게 라틴어를 가르친 게 헛된 노력은 아닌 게지요.  p.30

한스를 가르쳤던 마을 목사의 말에서는 한스가 스스로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할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 한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신들에게 의미있는 한스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한스를 ‘공부만 할 줄 아는 소년’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른들. 어른들은 이러한 소년의 모습에만 크게 기뻐하는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한스는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갖추게 된 소년은 어른들 말로 아래와 같이 소위 ‘아름답게 성숙’했다.

길거리를 배회한다거나 장난을 치는 따위는 스스로 그만두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공연히 웃는 일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다. 정원 가꾸기와 토끼 기르기, 그리고 낚시질 따위의 취미 생활도 벌써 오래전에 그만두었다.  p.73

어른들 눈에는 이런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질 몰라도, 소년의 삶은 공부 하나를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소년은 자신에게 가해진 이러한 폭력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어른들의 관심을 받으며 다른 아이들은 갖지 못한 공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주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어른들의 영향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영향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 같이 말이다. 결국 모든 걸 다 얻을 수 없을 때, 어느 하나를 꼭 포기해야만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여느 어른들과는 다르게 한스를 가엾게 바라본 ’플라이크 아저씨’는 이런 말을 한다.

영혼을 더럽힐 바에야 차라리 열 번이라도 육신을 썩히는 게 낫다.  p.80

한스가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 없지만 한스에게 진정어린 조언과 축복을 해주는 플라이크 아저씨. 그는 자신보다 한스라는 타인을 생각한다. 이와는 반대로 한스를 직접적으로 지원하지만 한스라는 인간의 행복을 빌어주지 않는 마을 목사님, 교장 선생님 그리고 아버지. 이들은 한스라는 인간을 통해 자신의 만족감과 가르치는 보람을 채우려고 한다. 심지어 교장선생님은 한스에게 위협적인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자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나한테 약속해 주겠나? (…)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p.146

수레바퀴를 피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말이다.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면 수레 바퀴에 깔리지 않는다고 말하나 정작 수레바퀴를 아이들을 향해 움직인 사람은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수레바퀴에 아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레바퀴에 깔릴 정도로 한스를 작아지게 만드는 어른들은 결국 자신들이 수레바퀴를 움직인 가해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어른들의 보살핌과 애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도리어 아이들을 가혹하게 대한다.

헤르만 헤세가 예리하게 관찰하고 묘사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 중에서 어른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한때는 아이었던 인간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서 자신들이 보살펴야 할 아이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을 잊고 지내기 때문은 아닐까? 한스 역시 어른들의 영향 아래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점점 잊고 지내면서 빛을 잃어간다. ‘수레바퀴 아래서’를 거울 삼아 자신과 타인의 삶을 조망해보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하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