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것도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술술 읽히는 책만 고르는 재주가 있는 건지, 근래 읽은 책들은 모두 쉽게 읽힌다. 다만, 이 책은 생각이 많아진다. 다시 말해, 깊이가 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곱씹게 된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중력’이다. 내가 책을 쓴 작가도 아니고, 그냥 느낀 대로 적어보자면 드문드문 등장하는 ‘중력’이란 단어가 ‘관계’와 비슷한 것 같다. (음, 더 적확한 언어를 사용하고 싶지만 내 어휘력이 부족하니까 그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관계 사이의 무언가라고 하고 싶은데, 너무 추상적이니 ‘관계’라고 일단 정의해보려 한다.

낙하산 수리를 하는 강차연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송우영도 모두 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중력이 이일영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라고 조심스런 생각이 드니 작가와 ‘도킹’된 기분이었다(물론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이일영의 어떠한 사건 이후, 비행이게서 낙하산 점검 비행까지 하는 대담함을 보이는 강차연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강력한 중력을 견디는 사람이 된다. 송우영의 이야기는 책 속에 적힌 (더럽지만) 사실적인 코미디를 통해 그가 중력을 어떻게 느끼는지 드러난다. 요약하자면, 강차연에게 (현재) 중력은 ‘아주 강력한 무언가’이고, 송우영에겐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송우영에게 중력은 어떤 의미인지 드러나진 않는다. 다만, ‘중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화자에게 ‘이일영’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쉬운 힌트가 되고는 했다(적어도 나에게는). 반면 이일영에게 ‘중력’은 받아들일 모든 관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주에서 외친다. 자살을 하고 싶다면, 목을 매고 싶다고.

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작가의 말’을 꼭 읽고 덮으라고 추천할 것이다. 물론 나도 강력히 추천한다. 송우연의 화려한 말재간은 아무래도 작가에게서 나온 것일 테니 믿고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