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씨의 읽기 쉬운 문장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책도 손에 쥐고 한번에 훑어 나갈 수 있었어요. 반나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네요. 제목과는 다르게 사회의 부조리함을 탓하거나 비소를 남기는 무거운 느낌보다는 오히려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간결하게 표현한 가벼운 느낌이 강해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마치 우울한 날 제목이 데스메탈 같아 플레이를 눌렀더니 엄청나게 주류스타일의 대중 음악을 들은 듯한 감상이랄까요. 염세주의자인척 술자리에서 미간을 찌푸린채 고상을 떨어놓고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에 순응해버린 친구를 보는 느낌입니다.

요즘 너무나 많이 쓰는 헬조선이라는 단어, 개인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싸워내 지키고자 했던 이름에 헬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 자체가 정말 혐오스러워요.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사는 이 세대와 이 나라가 헬조선이라고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 한숨 한번 쉬며 공감하는 것에 기여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로까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북커버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북샵에서 판매하는 여권 케이스를 구매했어요. 거의 한두달에 한번은 외국에 나가게 되는데 여권을 내밀 때 마다 ‘너도 헬조선인이니? 한국이 그 정도로 싫어서 떠나는거야?’ 라고 말 하는 것 같아서 최근 몇번은 스탬프 찍는거 포기하고 그냥 자동 출입국 심사 받았네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책이 되기에는 시간이 걸리려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