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그의 희곡 중 배경이나 주제 면에서 가장 압도적인 규모의 작품인 <리어 왕>은 절대적인 허무와 강렬한 고통의 체험을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신의 섭리를 통한 어떠한 구원의 빛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비극의 비극’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모든 권위를 잃고 광기에 휩싸인 리어 왕과 자식의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글로스터가 만나는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중 가장 극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인간 존재의 연약하고도 잔혹한 진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