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문학전집 38 | 서머싯 몸 | 옮김 송무
출간일 2000년 6월 20일

폴 고갱이라는 위대한 화가를 찰스 스트릭랜드로 다시 그려낸 이 작품은,

새벽 4시에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고갱, 아니 스트릭랜드는 분명히 불세출의 천재다.

범인들은 당대에 바로 알아볼 수 없었으나, 그는 대단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비인간적인 면모, 극대화된 이기주의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고 있자니

나 자신도 화가 날 뿐더러, 그의 주변인들에게도 그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째서 그에게 매료되어 그리고 쩔쩔 매는 것인가.

왜 자신을 깎으면서까지 그를 위하고 사랑해야만 하는가.

소수의 스트릭랜드 찬양자들은 그를 마치 신처럼 떠받들고 따른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갔지만, 총체적으로는 흥미진진한 글이었다.

읽는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서 다음 날은 생각하지 않고 밤을 새다시피 읽어내려 갔으니.

하지만 그의 냉소적인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한 듯 하여,

이 책을 다시 한 번 더 펴게 되는 일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