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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플라톤, 구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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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인공지능 시대, 철학의 의미를 묻는 최후의 대화편

원제 Plato at the Googleplex

리베카 골드스타인 | 옮김 김민수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6년 5월 27일

ISBN: 978-89-374-3290-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8x224 · 712쪽

가격: 25,000원

분야 논픽션, 인문/역사/문화


책소개

역사상 가장 발전한 기술을 손에 쥐고 방황하는 인간에게
21세기에 환생한 플라톤이 삶의 좌표를 제시하다

∙인공지능에게 능력을 위협받는 인간은 여전히 존엄할 수 있을까?
∙세상은 보다 나아지는가? 과학이 발전하면서 도덕도 발전할까?
∙평범하고 만족하는 삶을 꾸릴까, 뛰어난 사람이 되고자 채찍질할까?
∙진리란 존재하는가? 아니면 진리를 추구하는 욕망만이 존재하는가?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게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왜 사는가?


목차

머리말 9

1 철학과 세미나의 플라톤 29
2 플라톤, 구글플렉스를 방문하다 95
3 아크로폴리스의 그늘 속에서 191
4 플라톤, 교육 토론회에 참여하다 255
5 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353
6 플라톤, 연애 상담에 나서다 411
7 소크라테스는 죽어야 한다 447
8 플라톤, 케이블 뉴스에 출연하다 529
9 햇볕이 들게 하라 573
10 플라톤, 자기공명 영상을 찍다 631

부록 1 대화편의 출전 671
부록 2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속 페리클레스의 연설 675
그리스어 용어 해설 691
감사의 글 695
참고 문헌 699
찾아보기 707


편집자 리뷰

서양 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주석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 철학의 기원이라 할 플라톤은 철학사에서 빛나는 위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2000년도 더 전의 플라톤을 아직도 읽는다니, 철학이라는 학문은 발전하지 않은 것 아닌가?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은 인간을 달로 보내고, 수많은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고,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선보이는데, 오늘날 철학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러한 도발적이면서도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답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플라톤, 구글에 가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리베카 골드스타인은 일명 ‘천재들의 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상을 수상하고 ‘올해의 인문주의자’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 백악관에서 국가 인문학 훈장을 수여받은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 중 한 명이다. 같은 ‘올해의 인문주의자’에 올랐던 세계적인 지성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와 리베카 골드스타인은 부부이자 늘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지적 동반자이다.(결혼 전 두 사람이 서로의 팬이라며 열띤 대화를 주고받은 기록이 『사이언스 이즈 컬처』(동아시아, 2012)에 실린 바 있다.) 앎을 향한 사랑과 상대방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찬 과학자와 철학자 간의 열띤 대화는 바로 『플라톤, 구글에 가다』의 주제이자 형식이기도 하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 변명』 이후,
인공지능 시대에 부활한 ‘플라톤의 변명’

 

자기공명 영상 장치가 놓인 연구실. 인지과학과 조교가 파란 수술복을 걸친 피험자를 데려온다. 뇌 처리 과정을 보여 주는 자기공명 영상을 촬영할 이 백인 남성, 고등교육 수료자, 그리스 출생, 2400살의 철학자는 바로 플라톤이다. 직업이 철학자라는 말에 실험을 진행하는 인지과학자는 웃으며 ‘점성술사, 연금술사와 같은 연구실을 쓰느냐’고 묻는다. 인간의 자유 의지나 도덕성 같은 능력을 모두 뇌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당신 같은 철학자에게 남은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플라톤의 대답은?

또 다른 대목. 플라톤이 출간 기념 강연회를 하러 구글 본사에 나섰다. 강연장으로 가다가 마주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구글 직원이 ‘세계의 모든 지식을 모은다’는 구글의 목표를 홍보한다.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구현되는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소크라테스의 변명’같은 키워드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라는 윤리적 문제에도 답이 나온다는 것. 그러나 플라톤은 좋은 삶에 대해서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철학자뿐이라고 말한다. 토가를 입은 플라톤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의 시대착오적인 주장에 처음에는 황당해하고, 나중에는 반발하다가 차츰차츰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플라톤, 구글에 가다』는 이렇듯 오늘날 환생한 플라톤이 현대인과 만나는 대화편과 그에 대한 해설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적 픽션의 대가로 인정받는 리베카 골드스타인은 일견 무리수로 보이는 설정을 생생하게 살려서, 위엄과 귀여움을 겸비한 플라톤의 캐릭터와 긴장감 넘치는 대화 속으로 독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구글플렉스를 방문하고, 육아 토론회에 참석하고, 연애 고민을 상담해 주고, 뇌과학자와 논쟁하는 과정에서 플라톤은 정치, 교육, 종교, 과학의 배후에 있는 철학의 역할을 직접 밝혀낸다.

 

 

∙철학, 과학이 던진 치명적인 질문을 마주하다

 

철학은 쓸모가 있을까? 철학자, 철학과 교수, 철학과 대학원생, 인문학 강사 등 철학계 종사자들은 물론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철학은 어렵고, 낡았고, 딱딱하고, 실생활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중요하고, 의미 있고, 재미도 있고, 삶에 도움이 된다고.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문답은 자기 꼬리를 무는 뱀처럼 폐쇄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플라톤, 구글에 가다』는 실제로 철학을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바로 학문의 최전선에서 ‘과학은 발전하지만 철학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이다. 예컨대 오늘날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가운데 아무도 최초의 과학자라 할 데모크리토스를 읽지 않는다. 양자철학자들이 뉴턴의 저서를 읽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철학에서는 2400년 전 플라톤을 아직도 열심히 읽는다. 철학이란 학문은 그동안 뭘 한 것인가?

이런 질문에 정면 승부하는 저자 리베카 골드스타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수학자 괴델의 평전 『불완전성』을 썼으며, 여러 소설 작품으로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철학, 문학, 과학에 동시에 몸담고 일반 독자를 위한 저술에 힘써 온 골드스타인은 동료 과학철학자들이 철학에 보내는 냉소와 몰이해, 분과 학문으로서의 지위에 만족하는 아카데미 철학자들의 무사안일에 모두 거리를 둔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시작해 고대 그리스 사상가들, 갈릴레오와 케플러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는 위대한 과학자들, 스피노자에서 푸코까지 철학의 거장들 그리고 마사 너스바움, 스티븐 그린블랫, 피터 싱어, 알렉산더 네하마스 등 동시대 일급 학자들까지 방대한 참고 문헌을 날카로운 통찰로 종합하면서 플라톤이라는 거인의 사상을 추적해 나간다. 엄밀한 논증에 유머까지 곁들여진 골드스타인의 철학적 연구는 연구실에 틀어박힌 과학자들을 대화의 자리로 부르는 한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현대 철학에 새로운 빛을 던진다.

 

 

∙ 죽음을 준비하는 학문, 철학

 

과학과의 비교 음미를 통해 이 책은 오늘날 과학자들이 여전히 씨름하고 있는 문제들이 철학에서 나온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렇듯 철학이 중요한 학문이라면, 우리는 그럼 철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깊고 넓은 플라톤 사상에서 추출한 정수는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2016년 3월 9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에게 첫 승리를 거두었다. 고도의 지성과 예술적 경지까지 요구하는 인간만의 기예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의 우세가 드러나자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체스와 같은 게임에서 인간이 컴퓨터에 패배한 지는 오래이며, 분야를 막론하고 능력과 효율성의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 인간의 위상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인간의 손에서 나온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이다. 역사학계의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진단한다. “놀라운 신기술은 우리에게 그것으로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플라톤의 목소리가 생생해진다. 플라톤은 우리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것, 바로 우리의 삶에서 시작한다. 플라톤에게 철학이란 ‘잘 사는 법을 알려 주는 학문’이다. 예컨대 치아 교정을 제대로 하려면 치과 의사에게 찾아가야 하듯, 잘 사는 법을 알기 위해서는 철학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철학을 하든 말든 자기 인생을 사는 법은 자기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직관에 반한다. 이 책 속에서도 각계각층의 현대인들은 플라톤의 주장에 거침없이 반론을 제기한다.

플라톤이 비판받을 점은 실로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상과 실재를 구분한 유명한 이데아론에서부터 정치는 철학자가 도맡아야 한다는 ‘철인 왕’의 이념, 이상적인 국가에서는 영감에 취해 헛소리를 늘어놓는 예술가를 추방해야 한다거나, 고도로 육성된 소수의 엘리트가 정치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까지 인도해야 한다는 등 악명 높은 플라톤 사상은 이 책에서 철저히 재검토된다. 놀라운 것은 즉각적인 반응을 지나서 그러한 주장의 논리 구조, 그 바탕에 깔린 전제, 플라톤이 개선하고자 한 현실의 문제, 그리고 이후 지성사에 미친 영향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플라톤을 기각할 수 없는 이유가 선명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2400년 전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새겨 읽듯 ‘플라톤의 변명’에 귀 기울여 본다면 플라톤 사상은 이렇게 번역된다. 우리는 평범한, 만족하는, 보통의 삶을 고수하려 들 것이 아니라, 뛰어난 인간이 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이는 플라톤 자신이 일생 동안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부터 괴롭게 얻은 깨달음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인들이 자신들의 만족스러운 생활을 교란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할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을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놓을 수 없는 그 오래된 질문을 다시 복원하면서 독자를 절실한 대화 속으로 초대한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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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골드스타인

철학자이자 소설가.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 대학교 철학과와 영문학과 그리고 런던 뉴 칼리지 오브 휴머니티스 철학과 초빙 교수로 있다. 맥아더 지니어스 상을 수상했고 2011년 올해의 인문주의자로 꼽혔으며 2015년에는 백악관에서 국가 인문학 훈장을 수여받았다. 현재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며, 매사추세츠에서 살고 있다.
『심신 관계 문제(The Mind-Body Problem)』, 『빛의 성질(Properties of Light)』, 『신의 존재에 대한 36가지 증명(36 Arguments for the Existence of God)』 등의 소설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쿠르트 괴델을 연구한 논픽션 『불완전성(Incompleteness)』과 스피노자 연구서 『스피노자 배신하기(Betraying Spinoza)』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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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옮김

한국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와 음반사, 영화기획사를 거쳐 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옮긴 책으로 『거장처럼 써라』, 『역사, 진실에 대한 이야기의 이야기』,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히틀러의 철학자들』, 『사회주의 100년』(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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