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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것들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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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유계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5년 10월 12일

ISBN: 978-89-374-0836-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40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16

분야 민음의 시 216


책소개

젊은 시인과 마주한 당신의 얼굴에서부터
우리의 낮과 낯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가 성립된다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데뷔하여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 왔던 유계영 시인의 첫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이 출간됐다. 시인은 무엇으로도 가리지 않고 타자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세계를 향해 순진한 얼굴을 거두어들인다. 그리고 생각을 전파한다. “다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좋다”라고 말하는 자기 긍정의 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의문과 불신에서 비롯된다. 의문과 불신에 대처하는 시인의 언어는 되레 당당하다. 유계영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세계의 “나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내리려”는 태도로 시를 쓴다. 이제 유계영이 만든 모든 것의 낮과 온갖 것의 낯을 바라볼 시간이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놀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목차

자서

1부
시작은 코스모스 13
유리 15
내일의 처세술 16
모형 18
생각의자 20
퍼니스트 홈 비디오 22
생활의 발견 24

2부
샴 29
샘 30
코 31
뛰는 사람 32
출구 34
호랑의 눈 36
상온을 기준으로 37
쥐 38
하루 종일 반복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목록 40
지그재그 42
에그 44
일요일에 분명하고 월요일에 사라지는 월요일 46
아이스크림 48
니진스키 50

3부
복화술사 53
생일 카드 받겠지 54
잠 속의 잠 56
빛나는 토르소 58
늑대 60
오래된 오렌지 62
휴일 64
뺨 66
불이야 68
암막 커튼으로 이루어진 장면 묘사 70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중이야 71
배우 훈련 72
일주일 74
오늘은 나의 날 76
활 78
구름이나 79

4부
위하여 83
오가 죽는 세계 84
안개 풍경 86
큰소리로 울어라 88
곡예사 90
새벽 시간 91
내일의 토모 92
룰루는 조르조트의 개 94
재연 배우 모모 96
눈 천사가 지워진 자리 98
한 줄로 서기 100
온갖 것들의 낮 102
콩소메 맛 104
발가락들 106
사월 108
악필 연습 110
식육 112
녹는점 114

작품 해설 ┃ 양경언
큰 소리로, 훗! 115


편집자 리뷰

■ 생각하는 레이디

불가능해요 그건 안 돼요
간밤에 얼굴이 더 심심해졌어요

너를 나라고 생각한 기간이 있었다

몸은 도무지 아름다운 구석이라곤 없는데
나는 내 몸을 생각할 때마다 아름다움에 놀랐다
-「생각의자」에서

‘나는 너다’라는 언명은 현대시의 오래되고 주된 화두였다. 그러나 주체가 분열되는 시기를 지나온 젊은 시인은 이제 네가 곧 나라는 전설을 더는 믿지 않게 되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시인의 심심한 선언은 타인의 시선에서는 아름다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그러나 생각할 때마다 아름다움에 놀랄 수밖에 없는 자신을 향한다. 해설에서 양경언 문학평론가는 유계영 시의 주된 화자를 ‘레이디’라 호명한다. 젊은 여성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첫 시집의 화자가 레이디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레이디와 타자의 만남은 타자의 시선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레이디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희생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각자의 낯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시선의 조각에 따라 각자의 롤을 부여받고 그 역할을 수행한다. 유계영의 시는 이러한 롤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얼굴이 없음’을 강조한다. 그의 시에서 눈과 코, 얼굴이나 입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차라리 그것을 무화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 된다. 타인에 의해 조각된 얼굴로 존재하는 게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존재하는 인간, 그 중에서도 레이디. 유계영이 시는 레이디의 발랄한 선언에 다름 아니다.


■ 아름다운 레이디

새는 알을 남기고 간 것이다
나는 알을 처음 본 게 아니지만
곧 태어날 새는 어미를 전혀 알지 못한다
알 속의 혀가 입술의 위치를 짚어 보는
그런 명장면
-「에그」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레이디는 서서히 아름다움의 정점, 즉 ‘명장면’으로 육박해 들어간다. 그 시작은 얼굴이다. 슬픔을 이해하는 얼굴, 죄짓는 방법을 알게 된 얼굴, 서로 마주보고 회전하는 ‘낯’으로 시인은 낮의 주변에 선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은 미끄러운 경험”이라고 말할 때 뜨거운 ‘낮’은 외적으로 내세우는 완강함을 허물어뜨리고 낯과 포옹한다. 이제 온갖 것들의 낮은 비로소 온갖 것들의 낯과 다름이 없는 말이 된다. 온갖 것들의 얼굴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녔고, 아무것도 아닌 바로 그 장면이 사실은 인생의 명장면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시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한 것이 진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너다’의 세계에서는 아름다움을 획득하지 못했던 것들이 시인에게는 결정적 장면이 된다. 귀가 큰 사람은 친구의 거짓말을 잘 감싸주고, 한 줄로 선 우리는 가장 멀리서 걷기 위해 온몸을 펼치는 사람이 된다. 큰소리로 우는 사람에게는 적도의 울적한 풍문을 들려준다. 냉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레이디는 사실 세계를 마주보며 아름다움을 수집하는 탐미주의자이고, 아름다움의 정의를 새로 내리는 철학자이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 권의 시집을 이제 막 내 놓은 시인이다. 레이디는 말한다. 이제 유계영의 첫 시집 『온갖 것들의 낮』을 읽는 당신이 아름다워질 차례라고.


 

■ 추천사
어떤 시인은 세계 내에 견고한 집을 지으려 하고, 어떤 시인은 세계의 옥타브 밖으로 나아가려 한다. 유계영은 물론 후자 쪽이다. 영혼의 패턴이나 생각의 알고리즘에서 일탈하는 문장들, 섬세한 불확정성을 통해 진실에 닿으려는 행간들……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하면 되는 것일까? 그런 시들은 이미 충분히 많지 않은가? 이런 질문과 함께 머뭇거린다면, 우리는 유계영의 시를 아직 덜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속이 보이는 심해어처럼 유연한 문장들을 덜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스타카토 풍의 불안과 공포를, 시간과 공간이 어긋나는 건조한 밤을, 입체파 회화처럼 단절되면서 동시에 연결되는 몸과 얼굴 들을, 아직 덜 살아 낸 것인지도 모른다. 특유의 미니멀한 호흡 속에서, 세계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장욱(시인)


 

■ 해설에서
참으로 씩씩하게, 간단히는 죽지 않겠다는 태도로, 유계영의 시들이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거기로 간다. 그때부터 서서히, 그러나 점점 세게, 쉬이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과 섞이기 시작하는 우리를 두고 그 누구도 ‘가짜[模型]’라며 손가락질하지 않을 것이다. 시를 따르는 우리의 제스처가 인공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양경언(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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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영

1985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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