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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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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

가즈오 이시구로 | 옮김 김남주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5년 9월 25일

ISBN: 978-89-374-9075-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88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모던클래식 75

분야 모던 클래식 75, 외국 문학


책소개

자네 같은 예술가들은

천성적으로 대책 없이 순진하지.

 

시시각각 드러나는 어두운 과거를 회고하는

노 화가의 내밀한 심경

덧없이 부유하다 결국 허물어지고 마는

인생과 욕망의 스케치

 

 

 

부커 상 수상 작가(1989)

전후 영국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 독자들의 의식의 지평을 넓히고, 더욱 예리하게 독서하게끔 이끄는 작품. ―《뉴욕 타임스》

 

▶ 제국주의 전쟁 이후 일본의 노화와 고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걸작.―《가디언》


목차

1948년 10월……9

1949년 4월……133

1949년 11월……175

1950년 6월……261

 

옮긴이의 말……277


편집자 리뷰

불완전한 기억을 통해 전쟁이 남긴 다양한 상처에 대해 그리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창백한 언덕 풍경』, 『남아 있는 나날』과 연결되는 삼부작

가즈오 이시구로는 1982년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며 등단해 『남아 있는 나날』로 1989년 부커 상을 수상한 이후 현재까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평가받는 일본계 영국 작가다. 민음사 모던클래식 75번으로 출간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자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제국주의에 가담해 정치 선동적 작품을 그려 부와 명예를 얻었던 노 화가의 씁쓸한 회고담이다. 작가는 『창백한 언덕 풍경』,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남아 있는 나날』 세 작품 모두 “한 개인이 불편한 기억과 어떻게 타협하는지” 그려 내려 했다고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특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와 『남아 있는 나날』 두 작품은 “직업적인 면에서 소모적인 삶을 산 한 인간을 탐구”했다고 역설했다.

“때때로 인간은 틀릴 수도 있는 신념을 전력으로 붙잡고 자기 삶의 근거로 삼는다. 내 초기 작품들은 이런 인물들을 다룬다. (중략) 그 신념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고 할지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건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파리 리뷰》와의 인터뷰 중에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에서는 과거에 스승의 순수 예술적 노선을 배신하고 전쟁과 천황을 찬양하는 그림을 제작하여 명예와 부를 누렸던 마스지 오노가 등장한다. 전쟁이 끝난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전범이라는 비난의 눈길뿐이다. 그는 과거 행동에 대해 선뜻 반성하는 한편 신념에 차 행동하고 성취를 맛보았던 경험에 대해 은밀한 자부심을 느낀다. 인간의 헛된 신념과 그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작품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진면목을 재확인할 수 있는 걸작이다.

순수했던 화가, 그리고 변절 후에 남은 삶

마스지 오노는 한때 유명했던 은퇴한 화가로, 2차 세계대전 중에 아내와 아들을 잃은 후 포화에 부서진 호화로운 옛 저택을 손보며 살고 있다. 둘째 딸 노리코가 어느 명망 있는 집안과 맞선을 앞둔 어느 날, 결혼한 맏딸 세쓰코가 친정에 놀러 온다. 그녀는 맞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과거 일에 대해 미리 조치를 취해 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오노를 은근히 압박한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둘째 딸의 혼삿길이 막힐 것을 염려하여 과거의 인물들을 한 명씩 찾아가기 시작하고, 그렇게 오노의 과거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평생 그림을 그려 오다 은퇴한 오노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 순간 그가 기억의 왜곡과 자존심으로 인해 독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화자의 진실성, 혹은 기억의 진실성에 의혹을 품게 되면서부터 이 잔잔한 회고체 소설은 날카로운 현재성을 획득하고, 퍼즐을 맞춰 가는 듯한 혹은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도 시작된다.

전쟁을 발발시킨 일본의 선두에 서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그의 전력 때문에 둘째 딸의 혼담은 이번에도 깨질 것인가? 수제자였던 구로다는 왜 이제 그렇게 냉정한 것일까? 미묘하지만 상당히 노골적으로 아버지를 압박했던 세쓰코는 왜 작품의 말미에서 자신이 언제 그랬느냐고 시치미를 떼는 것일까? 무고한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던 지도자들이 패전 후 자살하는 일이 빈번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소심한 반성과 은밀한 자긍 사이를 오가는 화자의 합리화가 진정한 자기 화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엄청난 심리적 압박 상황에 놓인 화자를 내세워 전후에 남은 신념의 문제를 해부하듯 그려 낸다.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적어도 믿는 바를 위해 행동했고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저 마지막에 우리가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이 드러난 것뿐일세. 평범한 사람들은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없지. 그런 시기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은 그저 우리가 운이 없었을 뿐일세.”―본문 중에서

전쟁이 끝난 후 격변하는 세대의 일면을 그려 낸 작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마스지 오노라는 노 화가를 중심으로 동료인 ‘거북이’와 마쓰다, 제자인 신타로와 구로다 등 전쟁을 직접 주도하거나 겪은 세대, 그리고 딸과 사위 들로 대표되는 전후 세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자 이치로라는 새로운 세대까지 다양한 전후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전전 세대와 전후 세대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전쟁을 부추긴 세대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부추김에 전쟁터로 나가 전사한 젊은 세대의 반발이 사위 슈이치의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해진다.

“겐지 같은 젊은이들을 그곳에 보내 용맹하게 전사하게 만든 자들 말입니다. 그자들은 지금 어디 있죠? 그들은 여느 때나 다름없는 삶을 영위하고 있잖습니까. 게다가 그들 대다수는 미군 앞에서 굽신거린 덕에 전보다 더 잘나가고 말입니다. 우리를 재앙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자들이 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겐지처럼 죽은 젊은이들을 애도나 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게 저를 화나게 하는 이유예요. 용감한 젊은이들은 어리석인 대의 때문에 죽고 진짜 죄인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겁내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기를 두려워하죠.”―본문 중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소설을 쓸 때까지 단 한 번도 일본에 가 본 적도, 일본어를 배운 적도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가 형상화한 전후 일본의 모습은 마치 그 시절을 실제로 겪은 것처럼 생생하고 치밀하다. 1940년대 일본 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한 화가의 삶에 대입해 잘 짜인 이야기로 엮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문학적 재능과 성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부유하는 세상’이 지닌 중의적 의미와 역할

원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에서 ‘부유하는 세상’은 일본어로 ‘우키요(浮世)’인데, 이 단어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먼저 흔히 ‘우키요에(浮世-繪)’라 알려진 일본 미술의 유파를 뜻한다. 또한 그 유파에서 자주 그려 내는 “밤과 일체가 되었다가 아침과 함께 사라지”는 환락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주인공 오노는 다케다 장인의 공방에서, 이어 모리 선생 수하에서 화가로 성장하면서 우키요에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모리 선생은 자신이 평생을 바친 그 예술 세계에 대해 오노에게 이렇게 말한다.

“화가가 포착하고자 하는 가장 섬세하고 부서지기 쉬운 아름다움이 해가 진 뒤 환락의 집 안에 떠돈다네. (중략) 내가 부유하는 세상을 제대로 그려 내지 못한 이유는 나 자신이 그 가치를 믿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네. 한 세계의 아름다움, 그것의 진짜 유효성을 의심하는 한 그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향유하기란 어렵다네.”―본문 중에서

‘부유하는 세상’이라는 단어에 담긴 중의적인 의미가 이 소설에서 지닌 뜻은 특별하다. 한 화가의 내면에 몰아치는 현실 참여에 대한 욕구와 신념, 반대로 세상과 동떨어져 예술가연하는 기존 예술계의 관행 사이에서 인간 마스지 오노는 고뇌하고 비난받는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소설 전반에 걸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세상사의 진리를 순수하고 열정 넘쳤던 한 예술가의 몰락을 통해 문학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했다.

■ 본문 중에서

“선생님의 명성은 이제 예술계를 넘어서 각계각층으로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 자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선생님의 겸허한 성품을 보여 줍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얼마나 높이 평가되고 있는지 안다면 크게 놀라실 겁니다. 그야말로 선생님다운 일이지요.” ―35쪽

“아빠 말이 할아버지가 예전에 유명한 화가였대요. 하지만 그 일을 그만두셔야 했다면서요.”

“난 은퇴한 거란다, 이치로.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일에서 손을 떼게 돼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 그때가 되면 휴식이 필요하니까.”

“아빠 말이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만둔 건 어쩔 수 없어서였대요. 우리나라가 전쟁에 졌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요.”―44~45쪽

은퇴를 하게 되면 시간이 남아돌게 마련이다. 사실, 고된 노동과 성취에서 손을 놓았다는 사실에 느긋한 심정이 되어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하루 종일 빈둥거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은퇴 생활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57쪽

“화가들은 비참한 환경에서 가난하게 산다.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타락시키는 온갖 유혹이 들끓는 세상에 살고 있지. 내 말이 맞지 않소, 사치코?”

“지당하신 말씀이에요. 하지만 어쩌면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 화가로서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한둘쯤은 있지 않을까요.”―64쪽

“사실 애석한 일입니다. 때때로 저는, 사죄의 의미로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아야 마땅한데 너무 비겁한 나머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고귀한 행동은 저희 회장님 같은 이들이 떠맡는 거죠. 벌써 전쟁 중에 있던 자리로 복귀한 사람들도 많답니다. 그중에는 전범이나 다름없는 이들도 있고요. 정말 사죄해야 할 사람들은 그런 이들일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하지만 조국에 대한 충성으로 싸우고 일한 사람들을 전범이라고 부를 수는 없네. 요즘 그 표현이 너무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지 않나 싶네.”

“그렇지만 바로 이들이 조국을 잘못된 길로 이끈 당사자들입니다, 선생님. 그들이 마땅히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게 옳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그리고 나라 전체를 대표해서 그런 과오를 저지른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비겁한 짓임에 분명하고요.”―77~78쪽

거북이 같은 사람들—신타로 같은 이들—은 능숙하고 온순하게 느릿느릿 주어진 일을 해 나갈 수 있겠지만, 그날 내가 느꼈던 그런 행복은 결코 느끼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이들은 평범을 넘어서 도약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272~273쪽

환하게 불 켜진 그 시절의 술집들과, 등불 아래 모여 어제의 그 젊은이들보다 어쩌면 더 활기차고 그만큼 유쾌하게 웃던 그 모든 사람을 이따금 떠올릴 때, 과거와 그 옛날의 이 지역에 대해 절실하게 향수를 느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도시가 어떻게 재건되는지를, 최근 몇 년 동안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를 지켜보니 순수한 기쁨이 차오른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이제 상황을 좀더 낫게 만들어 나갈 또 하나의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저 젊은이들이 잘해내기만을 바랄 밖에.―275쪽

■ 언론 리뷰

▶ 독자들의 의식의 지평을 넓히고, 더욱 예리하게 독서하게끔 이끄는 작품. ―《뉴욕 타임스》

▶ 제국주의 전쟁 이후 일본의 노화와 고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걸작. ―《가디언》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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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화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트넘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발표한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나를 보내지 마』가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2015년 십 년간의 침묵을 깨고 『파묻힌 거인』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08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2017년 “소설의 위대한 정서적 힘을 통해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고, 그 환상적 감각 아래 묻힌 심연을 발굴해 온 작가.”라는 평가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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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옮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음의 심연』, 『슬픔이여 안녕』,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여자의 빛 』, 『솔로몬 왕의 고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김남주"의 다른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