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원제 Kosmos

비톨트 곰브로비치 | 옮김 최성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5년 5월 29일 | ISBN 978-89-374-6335-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25 · 36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심리와 언어, 철학 명제를 소설로 재현한 현대 문학의 거장 비톨트 곰브로비치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그로테스크한 환상의 세계로 펼쳐 낸 그의 마지막 작품

 

전위적인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장편 소설 『코스모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5번으로 출간되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라 칭송했던 곰브로비치가 남긴 네 편의 장편 소설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곰브로비치 자신이 “스스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이라 정의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작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이 마주하는 그로테스크한 상황과 사람들, 그로부터 생겨나는 기묘한 감정들을 묘사하면서 20세기 사상들을 반영하고 또 동시에 해체하는 철학 소설이다.

편집자 리뷰

▶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처럼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인 듯 보이는’ 독특한 종류의 소설이 있다. 곰브로비치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 그 밖에 다양한 사상들에 정통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존의 사상들에 대해 줄곧 회의적인 성향을 고수하면서, 작품의 골격이 구축되고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바로 그것을 해체해 버림으로써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유물론적인 전혀 새로운 유형의 소설을 창조해 냈다.—장폴 사르트르

▶ 소설이란 독자와의 역동적 대응 관계에 의해 창출되는 의미 생성 과정이라고 믿었던 곰브로비치야말로 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이며, 동시에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예시한 선구자였다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작품 해설」 중에서)

 

 

■ 기묘한 웃음, 아름다움 뒤의 허상, 쓰디쓴 조소로 가득한 철학 소설

화자인 ‘나’(곰브로비치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비톨트’이다.)는 푹스와 함께 자코파네라는 한적한 곳의 외딴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특별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비톨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기이해 보인다. 숲에서 발견한 목매달린 참새와 집주인 레온의 딸 레나의 새하얀 다리, 하녀 카타시아의 윗입술에 난 상처는 점점 그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어 그를 불안하게 한다. 곰브로비치의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불완전한 의식, 미완성의 정신세계”는 『코스모스』에서도 주요한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세계는 인물들의 무의식 속에서 점점 “낯설고, 모호하고, 기괴하며, 음험하기까지” 한 상황으로 변해 간다.

내게 있어 『코스모스』는 검고 어두운, 그 무엇보다 검고 어두운 작품이다, 소용돌이와 홍수를 동반한 시커먼 조류와 같다고나 할까, 수천 가지 부스러기를 품에 안은 채 솟구쳐 오르는 검은 물줄기, 그리고 그 물줄기를 바라보는 인간, 물줄기를 주시하다가 어느 틈에 그 속에 휩쓸려 버린 인간, 하지만 어떻게든 이해하고, 의미를 찾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조각들을 결합시켜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간…… 어둠과 공포, 그리고 밤. 거대한 욕망과 타락한 사랑으로 얼룩진 밤.(「작품 해설」중에서(『유서. 곰브로비치와의 대화』))

비톨트는 레온의 집에서 사소하지만 결코 쉽게 넘겨 버릴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한다. 그는 어둠과 적막이 내려앉은 집 안에서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무언가를 부서져라 내리치는 소리나 담벼락에 매달아 놓은 막대기 같은 것들에 집착하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너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짐작하면서 찾으려 애쓰기 시작한다. 그가 세계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과정이 『코스모스』의 주된 흐름이며, 그것은 다시 말해 이야기가 쓰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자인 최성은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는 이에 대해 “소설을 창작하면서 동시에 소설의 창작에 관한 진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매끄럽지 못하고, 인위적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코스모스』가 비극적인 사랑과 같은 일관된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이야기가 생성되는 과정, 현실이 실체로 드러나는 과정에 관한 소설인 것이다. 
이 소설은 어떤 현실이 우리의 생각 속에서 비록 서투르고, 온전치 못하지만, 조금씩 그 형태를 갖추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코스모스』는 집필 과정에서 스스로 탄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작품 해설」중에서(『유서. 곰브로비치와의 대화』))

비톨트의 편집증과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사로잡고, 그의 무의식은 조금씩 균열되기 시작하며, 결국 머릿속에서 나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경에 이른다. 레나에 대한 집착은 그녀의 고양이에게로 미치게 되고, 레나 부부의 침실 창문을 훔쳐본 어느 밤, 그는 그 고양이에게 손을 뻗기에 이른다. 모두 함께 떠난 소풍에서 만난 신부(神父), 그가 입은 카속, 그가 먹는 모습까지도 비톨트의 신경을 건드린다. 곰브로비치의 다른 작품 속 인물들과 마찬가로, 비톨트 역시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 쓴 가면과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자아의 균열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극적인 불균형에 맞서 맹렬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그 갈등은 자기 자신마저 집어삼킬 지경까지 그를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것이 폭발하기 직전에 다른 현실, 다른 위기를 맞이한다, 또 다른 세계에서. 곰브로비치는 “문학이란 아마도 다른 모든 예술 장르를 통틀어 가장 열려 있고, 가장 자유로운 장르일 것이다. 문학 속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가장 자유롭게” 인간과 세계,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해 극단적인 실험을 감행했고,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창조해 냈다.

그래서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들판을 가로질러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참새는 매달려 있고, 나는 걸어간다. 막대기는 매달려 있고, 나는 걸어간다. 나는 고양이를 매달았고, 걸어가고 있다. 루드빅은 매달려 있고, 나는 걸어간다.(본문 중에서)
목차

코스모스  7
작품 해설  295
작가 연보  351

작가 소개

비톨트 곰브로비치

Witold Gombrowicz.
1904년 폴란드 남부의 마워시체에서 부유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뜻에 따라 귀족적인 가톨릭 학교를 거쳐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법학에 흥미가 없던 차에 대학 졸업 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철학과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곧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하고 귀국했다.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는 틈틈이 작품을 쓰기 시작해서 1933년 첫 작품집 『미성숙한 시절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평단의 비난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받으며 작가의 길을 결심하고 희곡 「부르고뉴의 공주 이보나」와 첫 장편 『페르디두르케』를 발표했다. 1939년 아르헨티나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다음 날 2차 세계 대전 발발 소식을 듣고 귀국을 포기했다. 그 후 그의 작품은 나치에 의해 긴 판금에 들어갔다. 지방 신문사와 은행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리면서 두 번째 장편 『트란스 아틀란틱』을 완성했다. 1933년부터 잡지 《쿨투라》에 관여하면서 경제적 사정이 나아지자 다시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1957년 폴란드 자유화 운동의 결과 일시적으로 검열이 약화되면서 몇몇 작품들이 출간되었지만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다시 금서로 묶여 1960년대 중반까지 판금되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고국 폴란드에서와는 달리 30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장편 『포르노그라피아』를 발표한 후 1963년 포드 재단의 기금을 받아 아르헨티나를 떠나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네 번째 장편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 『코스모스』를 발표하고 1968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1969년 프랑스 방스에서 별세했다.

최성은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를 졸업하고,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엥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과 『태고의 시간들』을 비롯하여  『끝과 시작-쉼보르스카 시선집』과  『충분하다-쉼보르스카 유고시집』, 『쿠오 바디스』,  『코스모스』,  『흑단』,  『헤로도토스와의 여행』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과 『흡혈귀―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독자 리뷰

독자 평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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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심리와 언어, 철학 등 호기심 가득한 주제들을 이렇게 한 번에 소설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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