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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첨부파일


서지 정보

기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12월 19일

ISBN: 978-89-374-0826-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64쪽

가격: 9,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06

분야 민음의 시 206

수상/추천: 김수영 문학상


책소개

“제3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쓸쓸한 유머와 아이러니한 구성으로
견고한 시편들을 초연(初演)해 온 시인 기혁의 첫 시집

 

극적인 시와 시적인 극, 그 사이에서 지성적 감성으로 균형을 잡는 자명함의 세계

2014년 제3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가 출간되었다. 2010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데뷔하고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을 통해 문학평론가로도 등단한 기혁은 이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언어를 구현하는 시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그의 첫 시집이자 제33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이기도 한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시적 무대가 된다. 시인 기혁은 이러한 시적 무대의 연출자 겸 배우, 혹은 조명 기사 겸 관객이 되어 연극을 만들어 낸다. 이 무대의 시들은 “시차가 있는 명사들의 투척, 사회적 현실, 우주적 형상, 개인적 상념, 언어적 현실, 이미지의 현상을 뒤섞어” 하나의 ‘정서적 현실’에 이르거나 ‘미적인 유희’, ‘편집의 묘미’를 가진 연극적 장치들로 분한다. 시인은 시적이면서도 극적인 여러 장치와 요소들을 섬세하게 배열하고 견고하게 구성하여 “개성적이고 일관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끝내 스스로의 연극을 부조리극으로 구체화시킨다.
시인이 각본과 연출을 겸한 한 편의 부조리극은 시집을 덮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기립 박수는 끝내 유예될 것이다. 우리는 <김수영 문학상>의 정신이 묻어난 이 시집을 통해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거대한 부조리극에 대해 관객으로서 또한 배우로서 골똘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제33회 <김수영 문학상>을 통해 “지성과 감성적 재치를 높은 단계에서 조화시킬 줄 아는 시인”이 탄생했다. 그의 첫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를 세계와 실재라는 극장에 모인 모든 배우와 관객들에게 내어 놓는다.


목차

1부 파주
골드러시 15 / 파주(坡州) 17 / 나비잠 20 / 화이트 노이즈 -알바트로스의 새장에 눈을 들이다 22 / 악천후 24 / 열병 26 / 나처럼 예쁜 여자 28 / 미아의 감정 30 / 4월, 인사동 32 / 인질극 34 / 동반작(同伴作) 35 /

2부 드라마
디데이 41 / 오프 더 레코드 42 /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44 / 날고기와 핏방울 46 / 인상파 48 / 서양식 의자 위의 저녁 시간 50 / 희비극 52 / 공중파 54 / 물질과 기억 56 / 아라비안나이트 57 / 호텔 팔라조 베르사체 60 / 무지개 62 / 시니피앙 64 / 링반데룽(Ringwanderung) 66 / 토르소 68 / 태초에 빛이 있으라, 지상 최대의 토크쇼에 대한 모국어의 진술 69 / 두 단어의 세계 72 / 물수제비 74

3부 미아에게
형광등 77 / 간절기 78 / 밀림 80 / 미아에게 82 / 그해 가을 84 / 지주망(蜘蛛網) 86 / 열대야 88 / 자화상 90 / 화이트 노이즈 92 / 사춘기 아침 94 / 고스트 라이터 96 / 외곽 98 / 첸치 일가 100

4부 블랙 마리아
출애굽 103 / 마네킹 스트리트 104 / 유물론 107 / 블랙 마리아 110 / 화이트 노이즈 -속취(俗臭)와 아기(雅氣) 112 / 무운시(Blank Verse) 114 / 분신(焚身) 116 / 무언극 118 / 비너스 120

작품 해설 /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부조리극에 관하여 121


편집자 리뷰

■ 쓸쓸한 유머를 구사하는 미아들의 목적지

“누이는 자신의 화법이 우주 비행사의 두 눈을 닮아 있음을 슬퍼한다”
-「미아에게」에서

미아는 어른의 실수로 길을 잃어버린 아이들을 뜻한다. 그러나 기혁의 시에서 출몰하는 미아는 어른의 손을 스스로 놓아 버린 자발적 미아이거나, 자기 자신이 미아임을 공포나 두려움 없이 도리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존재들이다. 낯설음과 평범함이 교차하며 의미의 포착을 교란하는 기혁의 시어 또한 “익숙한 곳에서부터 길을 잃곤” 했던 미아의 습관일 것이다. 이러한 미아들은 언어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뜻(시니피에)에 대한 강박이 없기 때문에 공허한 유머를 구사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가령 “유령처럼 미아가 되었을 때”에도 ‘청바지’를 입고 있던 우리를 두고 “사람을 만나는 순간, 중고의 삶을 시작하는 가랑이”라고 할 때, 넌지시 드러나는 진지한 어투 속 유머는 독자의 가랑이나 허벅지 안쪽을 간지럽게 할 줄 안다.
자발적 미아가 던지는 쓸쓸한 농담은 외로움을 건너 결국 슬픔에 가 닿는다. 미아도 결국은 자신의 생물학적 부모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고, 유머로 달아나는 시어들조차 언어의 숙명인 ‘시니피에’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발이 달려도 슬프지 않았던 것은 네가/짐승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우리의 대화는 서로의 슬픔을 직시하기보다는 그저 “서로를 옮겨 놓기도 하”는 것에 머물 뿐이다. 쓸쓸한 농담을 던졌으나, 농담의 진위인 쓸쓸함과 슬픔에 닿지 못하고 가면을 쓴 것처럼 언어의 표면에서 우리는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아들은 미끄러지는 말들을 끊임없이 건네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시인의 일상에서,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에서, 언어의 아이러니에서 출발한 그것들은 종래 “모스크바예술극장”의 출입구 앞에 섰다. 그곳에서 미아들은 어떤 연극을 보려고 하는 걸까. 혹시 그들이 배우 자신인 건 아닐까.

 

■ 영원히 끝나지 않을 태초의 연극

오직 방백을 통해서만 예언할 수 있는 인류가
‘알락꼬리여우원숭이’보다 좀 더 외롭다는 사실을,
우리는 공연을 전제로만 반복한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지상 최대의 토크쇼에 대한 모국어의 진술」에서

우리의 행위는 신의 선택일까 혹은 자유의지에 의한 필연적 결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우연의 산물에 불과할까.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하필 “알락꼬리여우원숭이”여야만 하는 이유를 완벽하게 설명할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다. 모스크바예술극장의 입구에서 우리는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질문 앞에 무장해제 되어 버린 관객이다. “손금의 방향으로 생사가 엇갈리”는 것이 우연을 말하는 것인지, 반대로 운명을 뜻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연극이 끝날 때까지 잠자코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기립 박수”를 칠 수 있을 것인가.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의 후반부는 지성적인 감성으로 구성된 부조리극의 대본에 가깝다. 그의 부조리극은 “의미를 중심으로 갈라선 일정한 간격을 취하”하고 “원근을 폐지하자고 부추”기며 “통념의 한복판을 무지르는 새로운 말로 낯선 감성의 질서를 두둔”한다. 무대와 대본, 배우와 관객으로 이루어진 연극의 총체가 결국 시라는 장르로 수렴될 때 기혁의 시는 “사물과 대상, 사회와 역사, 우주와 인간 사이의 일대일 대응이 애당초 허망한 희망이라는 사실을 은유”한다.
우리가 발붙이고 서 있는 문명은 “도시를 미생물로 쓰는 현생 인류의 생태학”의 결과물일 뿐이며, 자의성의 세계에서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 폐기의 불안 속에서 우리는 연극의 끝을 상상한다. 그러나 아무리 상상해도 끝은 재현되지 않는다. 우리는 폐기된 자신을 은폐하면서 우연히 버려진 우리의 운명을 애써 외면하고, 개연성과 자의성 사이에서 서둘러 결론을 낸다. 그리고 접혀 있던 “으깨진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친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듯이. 연극의 연출가이자 첫 시집의 작가인 기혁은 그것조차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직관적으로 깨달으며 감성적으로 쓰고 지성적으로 조합하는 것, 즉 김수영의 정신을 연극의 무대로 옮겨 놓은 시인이 “모스크바예술극장”의 대기실에 앉아 분장을 지우고 있다. 태초에 시작하여 영영 끝나지 않을 미아들의 연극을 시집으로 부려 놓은 채.

 

■ 심사평에서
시집 전체를 통틀어 자신의 시 스타일을 끝까지 견지하고, 한 편 한 편에서 긴장을 놓지 않은 시. -김혜순(시인)

차이들을 지워 버리는 일상, 무반성적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삶의 관성적인 힘을 직관적으로 잡아채는 데 능하다. -김기택(시인)

오랜만에 지성과 감성적 재치를 높은 단계에서 조화시킬 줄 아는 시인을 만나 기쁘다. -서동욱(시인 ‧ 문학평론가)

 

■ 작품 해설에서
의미와 맥락은 물론 아귀가 채 맞지 않는 문장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맑은 창문 하나를 내고 낭만적인 목소리에 젖어, 축축한 우리의 기억과 삶의 부조리를 연기하기 위해 한곳에서 어색한 화음을 조율한다. 그의 무대는 라이브 단막으로 끝나지 않는, 아니 그 끝을 예고할 수 없는, 끝을 예고하는 행위가 벌써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무대와 같다. 이 무대 위에는 말을 구성하고 제어하는 이지적인 능력과 기이한 착안에서 당도한 섬뜩하리만큼 신선한 실험들이 자리한다. -조재룡(문학평론가 ‧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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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197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2010년 《시인 세계》 신인상(시),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평론)로 등단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로 2014년 제3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