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화

원제 Le cosmicomiche

이탈로 칼비노 | 옮김 이현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4년 11월 3일 | ISBN 978-89-374-4336-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0x210 · 19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소설의 미로를 종횡무진하며 현대 환상 문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거장

과학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창조해 낸 기상천외한 우주 기원 신화

 

 

▶ 칼비노는 알베르토 모라비아,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20세기 이탈리아의, 그리고 유럽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이다. —《뉴욕 타임스》

 

▶ 이탈로 칼비노는 20세기 문학계의 가장 톡톡 튀는 발명가이자 혁신가이다. —《가디언》

 

▶ 칼비노는 『우주만화』에서 아직 형성되지 않은 현실, 그리고 생성되어 가는 우주를 묘사하면서 우리 삶의 철학적 문제들을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게 한다.—작품 해설 중에서

편집자 리뷰

민음사 이탈로 칼비노 전집 6권 『우주만화』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 2차분으로 선보인다. 『우주만화』는 칼비노가 과학 서적을 읽고 떠오른 영감을 바탕으로 환상적 상상력을 더해 쓴 단편집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표작 열두 편으로 이루어진 초판본을 번역 대본으로 했다. 민음사는 차후 칼비노가 『우주만화』 이후 발표한 단편이 추가된 판본인 『모든 우주만화(Tutte le cosmicomiche)』역시 출간할 예정이다.

『우주만화』는 칼비노 고유의 환상성을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천체물리학 등 과학 분야와 접목시킨 작품이다. 그의 환상적 상상력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우주만화』는 전작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등에서 두드러졌던 동화성을 뛰어넘어 과학과 수학적 관점 속에서 상상력을 발현한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공상 과학 소설의 범주와는 궤를 달리한다. 공상 과학 소설들이 우주의 미래를 상상하며 있음 직한 세계를 건설한다면 이 소설은 그와 반대로 ‘기원 신화’에 가깝다. 과학이 밝혀 낸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는 우주가 발전해 온 각 순간의 장면을 인간적 차원으로 응시하며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칼비노는 “인간은 자신의 상상력을 통하여 우주의 지속적인 자체 형성에 기여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주만화』는 그의 그러한 태도가 유감없이 빛을 발하는 소설로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전달할 것이다.

 

 

줄거리

 

「달과의 거리」는 옛날 옛적에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는 과학적 사실에서 모티프를 얻은 단편이다. 크프우프크는 지구에서 사람들과 함께 달로 건너가 달에서만 나오는 우유를 채취해 먹고 산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달과 지구의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짝사랑하는 부인이 달에 건너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자 슬픈 마음에 사로잡힌다. 「동이 틀 무렵」은 지구가 처음으로 자전을 시작할 때에 성운의 물질 층에 살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지구가 서서히 중력을 가지고 자전을 시작하자 이들 가족은 오랫동안 안전하게 지내 왔던 공간의 충격적인 변화를 감지하고, 지구가 회전하는 통에 서로 떨어지고 비명을 지르며 이상한 감각에 놀라워 한다. 「공간 속의 기호 하나」에서 크프우프크는 광막한 우주 공간의 어느 점에 표시를 남기려고 하는 초월적 존재로 등장한다. 2억 년 뒤 은하계를 한 바퀴 돌아왔을 때 자신이 남긴 기호를 알아보고 싶어 한다. 이 단편을 통해 ‘기호’의 의미에 대한 칼비노의 철학적인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이 한 지점에」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기 전 단 한 지점에 응축돼 있던 순간을 설정한다. 그 단 한 지점에 모두 모여 왁자지껄 지내던 크프우프크와 다른 사람들은 빅뱅의 순간 갑자기 우주의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며 서로를 보지 못하게 된다. 「색깔 없는 시대」에서 크프우프크는 아일이라는 여자를 사랑한다. 그 시대는 지구에 대기가 형성되지 않아 자외선이 없어, 색깔을 구별할 수 없는 시대다. 회색의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 가다 갑자기 대기의 발생으로 빨간색, 파란색, 녹색 등 총천연색으로 세상이 보이자 되자, 크프우프크는 아일의 눈과 머리 색깔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끝없는 놀이」에서는 우주의 평균 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매년 팽창하는 우주 공간에 일정 수의 수소 원자가 필요하다는 가설을 통해, 크프우프크와 친구의 게임으로 수소 원자가 생성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낡은 원자를 서로 부딪치게 해 새 원자를 만들어 내는 이들의 게임은 속임수와 복수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물고기 할아버지」는 지구의 진화 역사 중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해 갈 당시를 묘사한다. 대부분의 어류가 물에서 벗어나 뭍에서 생활하며 양서류로 변해 가는 와중에, 물고기로 계속 남기를 고집하는 크프우프크의 친척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크프우프크는 땅에서 생활하는 약혼녀에게 고지식한 할아버지를 소개시켜 주기 부끄러워하는데, 예상치 못하게 약혼녀는 할아버지에게서 물속 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고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물고기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떠나 버린다. 「얼마 내기할까」에서는 우주가 최초의 원자 응축 이후 그에 따른 일련의 반응들로 인해 모든 변화를 이어 왔다는 인공두뇌학의 학설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등장인물 크프우프크와 (크)이크 학장은 우주의 거시적인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 역사의 미시적인 부분에서 발생할 사건의 가능성에 대해 각자의 수천만 분의 일 확률 계산을 통해 내기를 이어 간다. 「공룡들」에서 크프우프크는 공룡이 멸종한 시대에 살아남은 마지막 공룡이다. 그가 오랜 시간 고원 지대를 홀로 떠돌다 밑으로 내려가자, 세상은 이미 달라져 있었고, 그는 공룡이 뭔지도 모르면서 공룡을 떠받들거나 무서워하는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공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소문과 신화를 떠들어 대는 그들 앞에서 크프우프크는 자신이 공룡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끙끙 앓는다.

「공간의 형태」는 공간을 활처럼 휘게 만드는 중력장의 평행 상태를 모티프 삼아서, 평행 상태의 각 공간 속에 위치한 크프우프크와 두 남녀의 이어질 수 없는 삼각관계를 다룬다. 「광년」에서는 우주의 한 공간에 사는 크프우프크가 “당신을 보았다.”라는 팻말을 발견한다. 그곳은 1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였으므로, 저쪽에서 이곳을 볼 수 있을 때까지 1억 광년, 그리고 그 팻말이 이곳에 보이기까지 다시 1억 광년이 걸린다. 따라서 그곳에서 크프우프크를 본 순간은 2억 광년 전의 일이었다. 크프우프크는 2억 광년 전에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혹시 2억 년 전에 자신이 저지른 나쁜 일을 우주의 다른 생명체들이 다 본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나선」에서 크프우프크는 끊임없이 나선 형태를 만드는 조개로 등장한다. 자신의 몸에서 석회질 물질을 내뿜어 자신만의 아름다운 나선 무늬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던 그는 어느 순간 파도의 찰랑이는 물결 속에서 이상형인 여자 조개의 신호를 알아차리고 사랑하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관통하며 등장하는 독특한 주인공 ‘크프우프크’

과학을 가장 문학적인 방식으로 그려 낸 과학 우화

 

『우주만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크프우프크(QFWFQ)’라는 화자이다. 발음하기에도 낯설고, 철자상 대칭을 이루도록 작가가 고안한 이름이다. 크프우프크는 방향성도, 시간과 공간도, 종도 모두 초월한 존재이다. 열두 단편 속의 공통된 화자인 그는 공룡이나 조개, 물고기가 되어 나타난다. 혹은 광활한 우주 속 초월적 자아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크프우프크는 전 우주를 통찰하는 존재로, 수천만 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관통하는 무게 중심으로 작용한다. 크프우프크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즈’드(우)ⁿ, 프흐(1)N크o 등 기호학이나 수학의 기호를 사용한 이름들이 다채롭게 등장하여 그가 전하고자 한 문학의 표현성을 더한다.

『우주만화』는 과학이 가장 문학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작품이라 평가받는 작품이다. 「물고기 할아버지」에서, 크프우프크는 양서류로 진화하기 시작하여 뭍으로 올라왔고, 이미 뭍에서 산 지 오래된 르르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여인은 물에서 살기를 고집하는 크프으프크의 할아버지를 만난 후 그를 동경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여 물고기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떠나고 만다. 우화적으로 표현된 이야기는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미지였고, 이러한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어 온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낸다. 『우주만화』는 이처럼 과학적 사실들을 이미지화하고 우화적으로 그려 낸 작가의 참신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독서의 감동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우주의 질서에 대한 이해와 경이로 이어진다.

 

 

■ 본문 중에서

 

보름달이 낮게 뜨는 밤이면 밀물이 높이 솟았소. 달이 거의 바다에 잠길 정도였다니까. 말하자면 바로 몇 미터 위에 있었던 거요. 우리가 달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해 봤냐고? 당연히 해 봤겠지? 배를 타고 달 밑으로 가서 사다리를 달에 기대 놓고 올라가기만 하면 됐소.(8쪽, 「달과의 거리」)

 

나는 다시 지구를 돌아다녔고, 회색빛이었던 것들을 또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불은 빨간색이고 얼음은 하얀색이며 하늘은 하늘색, 흙은 갈색, 루비는 루비 색, 황옥은 황옥 색, 에메랄드는 에메랄드 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아일은? 내 상상력을 다 동원해도 내 눈앞에 나타날 그녀의 모습은 상상할 수가 없었지요.(70쪽, 「색깔 없는 시대」)

 

“바다는 무한해.” 르르르가 말했소.

“멍텅구리 늙은이가 하는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 세상은 다리를 가진 자의 것이야. 물고기의 것이 아니라고. 알잖아.”

“그분이 하나밖에 없는 분이라는 것을 알아.” (중략)

“대체 뭘 하고 싶은데, 그 늙은 물고기와 단둘이서?”

“결혼. 그분과 같이 물고기로 돌아가는 거야. 세상에 다른 물고기들을 낳는 거지. 안녕.”(97~98쪽, 「물고기 할아버지」)

 

공룡의 출현은 흔적을 남겼소. 공룡에 대한 그들 모두의 생각은 슬픈 종말의 개념과 연결되었다오. 이제 그들은 동정과 연민이 섞인 말투로 우리 공룡들의 고통을 이야기했소. 그들의 이런 동정에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오. 무엇에 대한 연민이란 말이오? 만약 우리 종족이 완벽하고 풍부하게 진화를 완성했더라면, 우리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지구를 지배했을 것이오. 우리의 절멸은 우리의 과거에 걸맞은 위대한 에필로그였소.(129쪽, 「공룡들」)

목차

달과의 거리 7

동이 틀 무렵 26

공간 속의 기호 하나 41

모든 것이 한 지점에 53

색깔 없는 시대 60

끝없는 놀이 74

물고기 할아버지 83

얼마 내기할까 99

공룡들 111

공간의 형태 135

광년 147

나선 163

 

작품 해설 181

작가 연보 187

작가 소개

이탈로 칼비노

1923년 쿠바에서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이하며 자랐다.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이탈리아 공산당에 가입해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으며,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조셉 콘래드에 관한 논문으로 졸업했다. 1947년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한 네오리얼리즘 소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로 이루어진 ‘우리의 선조들’ 3부작과 같은 환상과 알레고리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사회참여적인 작품, 『우주 만화』같이 과학과 환상을 버무린 작품,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 관계를 탐구한 『교차된 운명의 성』과 하이퍼텍스트를 소재로 한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같은 실험적인 작품, 일상 가운데 존재하는 공상적인 이야기인 『마르코발도』, 『힘겨운 사랑』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1972년 후기 대표작인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발표해 펠트리넬리 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84년 이탈리아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교의 ‘찰스 엘리엇 노턴 문학 강좌’를 맡아 달라는 초청을 받았으나 강연 원고를 준비하던 중 뇌일혈로 쓰러져 1985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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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탈로 칼비노 연구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제1회 번역 문학상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수여하는 국가 번역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 『우주만화』, 『보이지 않는 도시들』 외에 『이것이 인간인가』, 『침묵의 음악』, 『바우돌리노』, 『권태』,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미의 역사』,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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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철학적이고 우화적이고 관념적이다.
황정수 201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