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원제 羅生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옮김 서은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4년 10월 10일 | ISBN 978-89-374-6326-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20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예술의 이상향을 꿈꾼 불세출의 천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일본 근대 문학을 견인하며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친 작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리한 시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문학계에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다. ― 나쓰메 소세키

▶ 진실이란 얼마나 주관적인지를 조명하는 가운데 통찰력과 예리한 독창적 지성을 빛내는 작가. ―《가디언》

 

탁월한 천재성과 지성으로 근대 문학을 이끌며 일본 문학사에 유일무이한 존재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 『라쇼몬』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26)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총 열네 편의 작품들은 이지적이고 합리주의적인 단편 안에 인간의 심연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선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은 단편소설이 보여 줄 수 있는 영역을 최대로 확장한다. 헤이안 시대의 어두운 밤거리에 횡행하는 괴담(「라쇼몬」), 호화로운 귀족 저택 뒤편에서 벌어진 참극(「지옥변」) 등 일본 설화와 고전을 차용한 역사물에는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명철한 사색이 깃들어 있으며, 일본 초기 기독교와 고대 신앙이 충돌하는 순간(「신들의 미소」), 새로운 개화 문물에 대한 사람들의 당혹(「다네코의 우울」) 등 이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본 적 없는 세계가 침투하는 과정이 그려진 작품들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고뇌하는 근대 지식인의 우울이 엿보인다. 또한 정신 착란과 신경 쇠약에 대한 공포(「묘한 이야기」), 인간 심리가 빚어낸 현실 속 비현실(「꿈」) 등이 드러난 환상 소설은 천재의 불안한 심리를 뛰어난 형식미로 묘사하고 있어 다방면에서 빛났던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고 있다.
종교에서부터 민담,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사회의 부조리, 자연주의에서 환상 문학까지 아우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폭넓은 작품 세계는 인간사와 그 저변에 흐르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가장 순수하고 문학적인 언어로 그려 낸 영원한 단편 문학의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원을 희구하는 인간들

쇠퇴해 가는 도시의 무너져 가는 성문 위, 연고 없는 시체가 쌓인 어둡고 으스스한 공간에서 갈 곳을 잃은 남자는 ‘선’와 ‘악’의 두 얼굴을 만나고(「라쇼몬」), 지고의 예술 작품을 그려 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화공은 가장 추한 것과 가장 비극적인 것에 조우하게 되며(「지옥변」), 어두운 풀숲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는 호쾌한 도둑의 입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입에서, 억울한 혼백의 입에서 저마다 다른 실체를 드러낸다.(「덤불 속」)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그리는 세계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소이다. 그가 묘사한 세계 안에서 고민하고 기대하고 기뻐하고 좌절하는 인간 군상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암중모색 가운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죽은 사람이 사십구 일간을 떠돈다는 ‘중유’에서 헤매는 듯한 인생,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발견해 내는 예리한 통찰은 그의 작품에 삶의 본질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시선’을 더하고 있다.

그때 누군가 살금살금 내 곁으로 다가오는 자가 있다. 나는 그쪽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어느새 흐린 어둠이 자욱하다. 누군가,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가만히 내 가슴의 단도를 뽑았다. 동시에 내 입속에는 다시 한 번 피가 넘쳐흐른다. 나는 그로써 영원히 중유(中有)의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 「덤불 속」에서

한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중유’에서 살아가면서도 구원을 바라는 인간을 보여 준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극락을 향하는 거미줄을 붙잡으려 애쓰는 도둑 간다타(「거미줄」), 끝도 없는 부가 가져온 허무에 좌절하여 신선의 세계를 꿈꾸는 두자춘(「두자춘」)과 같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계속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바라본다.

“인간은 다들 냉정합니다. 제가 큰 부자가 되었을 때는 듣기 좋은 소리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하지만, 일단 가난해져 보세요. 상냥한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설령 다시 한 번 큰 부자가 되어 봤자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략) 그러니 저는 당신의 제자가 되어 선술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아니, 숨기시면 안 되죠. 당신은 덕 높으신 선인이실 겁니다.”

― 「두자춘」에서

정신 이상으로 칩거하다 요절한 생모의 그림자에 쫓기며 평생 광기와 죽음의 문제에 천착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 속에는 실제 삶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사실적인 ‘인간의 고민’이 들어 있다. 불세출의 천재성과 현실 사회의 괴리 가운데 고뇌하던 작가가 그린 인간은 끊임없이 이상과 현실, 삶과 죽음 가운데 고뇌하고 모색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 낸다. 비록 안개 속에서 ‘미치거나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면서도 눈을 들어 구원을 희구하는 그의 작품 속 인간 군상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사색과 공감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 단편 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드넓은 경지

실제 역사와 전통 설화에서 모티프를 차용한 역사물, 개화기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지적인 현대물,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파괴되는 환상 소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에 이르기까지, ‘일본 단편 문학의 아버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다종다양한 단편을 실험하면서도, 각 작품마다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 준다. 실험적인 소설에서는 음울한 상상력과 유미주의적인 문체를 선보이며 사소설에서는 일상의 발견을 담담한 필치로 묘사하는 등, 그는 각각의 장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문체와 구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보인다.

어느 날의 일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극락의 연못가를 혼자서 한가로이 거닐고 계셨습니다. 연못 속에 피어 있는 연꽃은 모두 옥처럼 하얗고 한가운데 박힌 금색 꽃술에서는 말할 수 없이 고운 향기가 끊임없이 주위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극락은 마침 아침나절인가 봅니다.

― 「거미줄」에서

나는 궐련을 피워 가며 내 삶에 스스로도 전혀 모르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생각은 나에게 불안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오싹한 것이었다. 나는 어젯밤 꿈속에서 한 손으로 그녀를 목 졸라 죽였다. 하지만 그게 꿈이 아니었다면…….

― 「꿈」에서

일찍이 스승인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문학계에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천재성은 작품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통해 확실히 입증된다. 이 책에 수록한 열네 편의 작품들은 그가 남긴 약 150여 편의 단편 가운데에서도 각 장르를 대표할 만한 걸작들로, 작가가 도달한 단편 문학의 넓은 지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광범한 작품 세계와 완벽한 형식미, 정밀한 기교를 모두 갖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학의 정수를 담은 이 단편선을 통하여, 우리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명작을 만나는 전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천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일본 문학사의 정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일본 근대 문학을 전위에서 이끌며 문학사에 ‘천재’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도쿄 대학교 영문과 출신인 그는 영미 문학의 영향을 받아 정연한 논리성과 뚜렷한 필치, 무엇보다 압도적인 필력으로 자연주의 일색이었던 당시 일본 문단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예술지상주의와 합리주의에 기초하여 순수하고 문학적인 언어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피력한 그는 어떤 문학 경향이나 운동에도 속하지 않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독자적 장르를 창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인간사의 본질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뇌, 생의 허무와 절망, 그 가운데 피어나는 희망, 그의 작품 세계를 통괄하는 주제들은 모두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에서 출발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영묘한 문학 세계는 다자이 오사무, 기쿠치 간, 구메 마사오 등 당대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을 따 제정한 ‘아쿠타가와 상’을 통해 일본 신예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

목차


마죽
라쇼몬
묘한 이야기
다네코의 우울
엄마

흙 한 덩이
지옥변
거미줄
두자춘
신들의 미소
덤불 속
갓파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892년 일본 도쿄 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정신 이상 등 가정 사정 때문에 외숙부의 양자로 자랐다. 외가인 아쿠타가와 가문은 메이지 유신 전까지 막부의 다실을 관리하는 유서 있는 집안으로, 예술과 연극 등을 즐기는 문예적인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도쿄 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에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로 들어갔으며 구메 마사오, 기쿠치 간 등과 함께 제3차 《신사조》를 발간, 「노년」이라는 단편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어서 발표한 「코」가 소세키의 극찬을 받으면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단편으로, 영미 문학의 영향을 받아 논리적이고 정리된 관계 및 뚜렷한 필치가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역사물, 종교, 자연주의, 판타지, 사소설에 이르기까지 형식과 주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필력을 통해 예술지상주의, 합리주의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지적인 형식미와 주류 문단에 영합하지 않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당대를 풍미하였으나 만년에 이르러서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두 등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여 회의와 불안에 빠져 고뇌하다가 1927년 35세의 나이로 ‘막연한 불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살했다.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후대 작가와 문학계에 무수한 영향을 남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뛰어난 신예 작가에게 수여되는 문예상 ‘아쿠타가와 상’을 통해 오늘날까지 문학사를 빛낸 명예로운 이름으로 남아 있다.

서은혜 옮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도리쓰 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 문학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전주대학교 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개인적인 체험』,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회복하는 인간』 등이 있다.

독자 리뷰(14)

독자 평점

4.1

북클럽회원 7명의 평가

한줄평

라쇼몬에 시체를 버리는 사람들은 결국 살아있는 시체들이었다.

밑줄 친 문장

라쇼몬
최근 두세 해 동안, 교토에는 지진이며 회오리바람, 화재와 기근 등의 재난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 때문에 성내는 심상치 않은 쇠락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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