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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


첨부파일


서지 정보

부제: 의적의 역사

원제 Bandits

에릭 홉스봄 | 옮김 이수영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4년 11월 5일

ISBN: 89-374-2527-0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320쪽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20세기 역사학계의 거인, 우리 시대에 전체사를 쓸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역사가로 손꼽히는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밴디트 Bandits』(네 번째 개정판, 1999)가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멕시코 산적 판초 비야, 불가리아의 히토프, 러시아의 라진, 스코틀랜드의 로브 로이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제임스 형제, 브라질의 람피앙과 에티오피아의 메사즈기 형제에서부터, 의적 신화의 원형이라 할 영국의 로빈 후드와 수호지 양산박의 108인, 그리고 오늘날 멕시코의 사파티스타에 이르기까지, 홉스봄은 시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600여 년에 걸친 의적의 역사를 날카롭게 통찰한다. 평생에 걸쳐 그의 역사학을 지탱해 온 ‘현실 참여로서의 역사, 실천으로서의 역사’ 정신은 이 책에서부터 싹을 틔웠다.


목차

책머리에
어느 산적의 초상
01 산적, 국가, 권력02 의적이란 무엇인가03 누가 산적이 되는가04 고상한 도적05 피의 복수06 하이두크, 클레프트, 카자크07 산적의 정치학 그리고 경제학08 산적과 혁명09 부의 징발자10 상징으로서의 산적
부록1 여성과 산적부록2 산적 이야기의 전통책을 쓰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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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혁명의 시대와 자본의 시대 사이― ‘의적의 시대’
『밴디트』는 사회 운동의 원형적 형태에 관한 에릭 홉스봄의 주목과 ‘발견’으로부터 촉발되었다. 20세기 역사가들로 하여금 산적의 역사라는 소외된 분야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던 그의 『원초적 반란자들』은 1959년에 출간되었고, 그로부터 10년 후 『밴디트』의 초판이 탄생했다. 그리고 1971년과 1981년 잇달아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판본은 1999년에 출간된 네 번째 개정판이다. 서문만 적당히 고쳐 펴낸 허울 좋은 개정이 아니라 서론과 부록, 후기, 더 읽을 책, 그리고 본문에 새로이 추가된 부분(1장 「산적, 국가, 권력」)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손질이 가해졌다. 이 40년간 그는 20세기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시대’ 4부작을 완성했고, 협소한 전문가들이 판을 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종합주의자이자 “완전한 역사학적 지성”으로서 자리 매김 했다.『혁명의 시대』와 『자본의 시대』라는 두 대작을 집필하는 와중에 쓰인 『밴디트』는 들인 시간과 밀도의 측면에서는 앞의 두 권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홉스봄이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개정을 거듭해 온 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적’이라는 주제가 그가 평생에 걸쳐 일관되게 추구한 ‘현실 참여로서의 역사, 실천으로서의 역사’이자 ‘아래로부터의 역사’와 직접적으로 뿌리를 맞대고 있기 때문이며, 그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넘나드는 특유의 폭넓은 지식에서 우러나온 풍부한 사례에 날카로운 통찰을 더해 한결 쉽고 명료하게 다가오는 문장은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 너머에서 혜안을 빛내는 젊은 시절의 대역사가와 조우하는 즐거움은 이 책의 독자에게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의적이란 무엇인가― 산적과 의적

홉스봄의 말처럼 산적은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이면 어디에서나 존재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산적은 복종하지 않고 권력의 테두리 밖에 선 사람들이다. 또한 산적은 잠재적인 권력의 행사자들, 그러므로 잠재적인 반란군이다. 산적(bandit)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bandito는 원래 ‘법 바깥에 위치한\’ 남자를 뜻했다. 산적은 권력과 법과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했거나 혹은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도전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질서에 도전한다. 이것이 계급이 구분되어 있고 중앙 정부가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산적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이며, 바로 이런 도전의 면모가 이 책의 주제인 ‘의적\’이다.그러나 홉스봄은 모든 산적에게 의적의 면모가 내재해 있다는 식으로 산적과 의적의 동일시 혹은 막연한 치환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후대에까지 의적으로 이름을 떨친 산적들 가운데는 당대에는 그저 강도나 폭도로 인식되었던 이들도 있고. 브라질의 람피앙처럼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의적과는 거리가 먼 이들도 있다. 당대에조차도 한 산적을 둘러싼 시간적, 공간적 상황이 바뀌면 평가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었다. 홉스봄은 그들 모두를 역사가의 시각에서 공평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신화를 추적하되 폭로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관심 갖는 대상은 의적 신화가 만들어지게 된 원인과 과정이며, 신화를 필요로 했던 시대적 배경과 민중의 심성(心性)이다.자유로 개인이 선택한 것이 불법이 되는 경우, 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현실태에서 축출된 불법 행동들.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의적과 그 후손들 혹은 모방자들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 책에 나왔던 대부분의 의적들은 무법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산적이 전문 직업으로서 어엿한 생계 수단인 곳에서는 예외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범죄라고 간주되지 않는 행위를 통해 무법자가 되어 버렸고 그렇게 살았다.“인류의 해방이 비단 훌륭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과제는 아닐 것이다.훌륭하지 못한 사람들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전체사(全體史)로 읽어 내는 의적의 역사

이 책 전반에 걸쳐 홉스봄은 산적의 활동과 그 역사를 고찰함에 있어 정치경제사적 맥락, 즉 권력의 역사라는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개인으로서 그들은 혁명가나 사회적 반란자라기보다는, 굴복하기를 거부한 농민들이며 또 그럼으로써 다른 농민들과 구별된다. 그럼에도 직업적이든 \’정치적\’이든 간에 전통적인 의적의 행동은 사회 구성의 일부분이고 어떤 의미에선 그 사회의 논리적 산물이다. 홉스봄은 이 책의 상당 부분을 그 과정을 밝히는 데 할애하고 있다.그는 본격적으로 의적의 역사를 서술하기에 앞서 의적과 산적에 대한 독자들의 낡은 기억을 환기시키고자, 서론 격인 「어느 산적의 초상」을 통해 한 산적의 일대기를 들려준다. 이는 산적과 의적의 원형을 바라보는 홉스봄의 관점을 잘 보여 준다. 개정판에 새로 추가된 1장 「산적, 국가, 권력」은 산적의 역사와 권력의 역사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장에서 홉스봄은 특히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진행되는 산적사의 부침(浮沈)에 주목한다. 2장과 3장은 의적의 구성 성분과 배경, 그리고 산적과의 구분을 통해 의적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4장 「고상한 도적」에서는 의적의 이미지와 신화를 파고든다. 로빈 후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의적은 사회 혁명가도, 그 어떤 종류의 혁명가도 아니고 오히려 전통과 ‘옛 방식’을 지키는 데 관심 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또한 홉스봄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사회 저항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존재 자체가 갖는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5장 「피의 복수」는 복수자로서의 의적을 다루면서, 가난하고 무력한 자도 얼마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6장 「하이두크, 클레프트, 카자크」에서는 의적의 여러 형태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유농민 출신의 무장 조직’들을 각국의 실례를 통해 고찰한다. 7장 「산적의 정치학 그리고 경제학」은 기존 사회의 틀 안에서 산적의 존속을 가능케 하는 경제적, 정치적 요소를 살핀다. 그리고 이어지는 8장 「산적과 혁명」에서 홉스봄은 산적이 근대적 혁명에 어떤 식으로 관여하고 기여했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이 장에서 저자는 산적이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극히 제한적인 가능성을 지닌 존재였다고 말한다. 의적들은 사회 구조에 너무 깊숙이 얽혀 있었기에 특정 환경이 아니고는 사실상 혁명가가 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9장 「부의 징발자」는 산적의 방식을 일부 채택하고는 있으나 정식으로 그들 세계에 속하지는 않는 ‘유사 산적’을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10장에서는 산적의 신화와 전설을 통해 드러나는 ‘상징으로서의 산적’을 살펴본다. 본문 뒤에 덧붙여진 두 개의 부록은 산적의 세계에서조차 (어쩌면 당연하게도) 소외되었던 여성에 관련된 부분과, 산적 ‘이야기’가 생산, 전파, 지속, 변형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현대의 의적, 미래의 의적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일 뿐 아니라, 그 과거의 힘을 빌려 만들어나가는미래와의 대화이다. 즉 역사는 현재의 자신을 만들고,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제한하며,자신이 나아갈 바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거로 그치지 않는다.역사는 철저하게 ‘현재’이고 그것을 넘어 ‘미래’의 일부이다.” ― 『역사론』 중에서왜 지금 의적 같은 케케묵은 개념을 논해야 할까? 단순히 취미로 혹은 학문으로서 역사를 ‘습득’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1999년 개정판)의 서문에서 홉스봄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국가 권력과 관리 체계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법과 질서 수준을 유지하는 능력이 강대국에서조차 눈에 띌 만큼 감소하는 등, 산적 활동이 존재할 수 있었던 지역적, 시대적 역사 조건들에 독자들이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본다. 자본주의 경제의 시대에 고전적 형태의 의적은 살아남기 어렵고, 또 실제로 20세기 초반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1960년대와 1970년대 들어 전통적인 의적의 역사에 묘한 추신이 붙었다. 그 목표가,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 태도와 이상 역시 새로운 사회 세력에게로 옮겨 간 것이다. 공생해방군(SLA), 콜롬비아혁명군, ETA, 이탈리아 붉은 여단,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사파티스타 등으로 대변되는 이들 신흥 혁명가 그룹은 옛날 산적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적, 정치적 수준이 높으며 사회적 맥락 또한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명백한 유사성이 존재한다. 둘 다 ‘신화’ 획득을 행동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은 자기 보상으로서 신화를 필요로 하며, 다른 한쪽은 선전과 홍보의 수단으로서 신화를 요구한다. 동기는 다르지만 이 신화야말로 민중이 그 무엇보다도 갈망하는 것이라고 홉스봄은 말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전적 의적 신화와 전설은 현대 산업 사회로 직접적으로 이어진다.전통적인 의적은 사회 저항의 극히 원시적인, 아마도 가장 원시적인 형태이다. 그는 허리를 굽히길 거부한 개인이며 그것이 전부다. 그들이 압제를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정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난하다고 해서 비천하거나 무력하거나 유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로빈 후드가 죽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때에도 창조되는 이유이다. 그가 정의를 보여 주며, 정의가 없이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말했듯 왕국은 거대한 도적 떼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에겐 그가 필요하다. 압제를 전복시킬 희망을 품을 수 없을 때, 그저 완화되기만을 바랄 때, 신성한 정의와 보다 고상한 사회, 지금은 불가능한 사회를 보여 주는 이들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래서 산적 전설은 여전히 우리를 감동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밴디트』의 말미에서 홉스봄은 이반 올브라흐트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인간에게는 정의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갈망이 존재한다. 정의를 부인하는 사회 체제에 대해 그는 영혼으로부터 반항한다. 그리고 어떤 세상에 살든지 그 사회 체제를, 혹은 정의롭지 못한 그 구체적인 세계 전체를 고발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물들을 기억하고 사유하고 변화시키려는 이상하고 고집스러운 충동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게다가 자신이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망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꾸민 이야기의 형태로라도 말이다. 이것이 아마도 모든 시대, 모든 종교, 모든 민족, 모든 계급의 영웅담의 기초일 것이다.”
에릭 홉스봄 Eric Hobsbawm
1917년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빈, 베를린, 런던,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했다.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1982년 정년퇴임 때까지 런던 대학교 버크벡칼리지에서 사회경제사 교수를 지냈다. 현재 영국학술원과 미국학술원 특별회원이자 뉴욕 신사회조사연구원 교수, 버크벡칼리지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손꼽히는 그의 초기 저작들은 주로 19세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17, 18세기 및 20세기에 관해서도 저술해 왔으며, 필명으로 재즈 비평가로 활동할 정도로 문화 비평과 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4부작인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극단의 시대』 외에도 『산업과 제국』, 『노동하는 사람』, 『원초적 반란』, 『역사론』 등의 저서와 많은 논문들이 있다.
옮긴이 이수영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글로벌 섹스』 등이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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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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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옮김

예일여고를 거쳐 상명대 일문과를 졸업했다. 1997년 하이텔 판타지 동호회의 게시판에 글쓰기를 시작, 독특한 색채로 성가를 높였다. 1998년 판타지 <귀환병 이야기>(전4권) 출간. 후속작 <암흑 제국의 패리어드>를 완결 후 현재 <쿠베린>을 집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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