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관한 아홉 가지 에세이

제1회 학술에세이상 수상작

박재현, 이도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4월 18일 | ISBN 89-374-2490-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52x224 · 25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생명을 주제로 한, 소장 학자들의 이 아홉 편의 글들은 ≪교수신문≫이 주관한 제1회 학술에세이상 수상작들인데, 이 공모는 <에세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생명>이라는 화두를 풀어나가자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편집자 리뷰

학술 담론의 대중화와 학제적 사유를 위한 새로운 글쓰기 모색


우리의 경우 말의 엄밀한 의미에서 본격적인 에세이가 참으로 희귀하다. 그것은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개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억압하는 지적 풍토와 연관된다. 천박한 날림글이 횡행하는 우리 처지에선 에세이가 각별히 육성할 가치가 있는 홀대된 분야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유종호 교수(연세대 국문학)가 ≪교수신문≫에서 위와 같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에세이는 분명 오도되고 호도된 장르임에 틀림없다. 한 문학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소녀 취향의 싸구려 에세이>거나 <현학적 지식인의 싸구려 고백, 뿌리 없는 문사의 역겨운 자기 노출>의 글이 <에세이>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그런데 몽테뉴는『에세』에서 <나 자신이 바로 내 책의 소재>라고 말한다. 르네상스의 인본주의를 거친 <근대인> 몽테뉴가 당당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나>라는 말 속에는 중세적 보편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난 <근대적 개인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는 세계 앞에 홀로 선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에세이에 주목했던 문학 비평가 루카치가 말한 대로, 에세이는 <스스로를 생각하고 발견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고유한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 형식>인 것이다.에세이의 이런 주관적 성격은 지식인의 글쓰기가 <학술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는 풍토에서 일정한 비판적 의미를 던져준다. <학문 제도>안에 포섭되는 학술 논문의 글쓰기에서는 주체의 내면과 주관적 사유가 배어들 틈은 거의 없다. 개인의 내면은 억압되고, 주체는 메마른 형식주의 속에 익명화된다. 우리 시대에 에세이가 요청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에세이는 추상적인 논리와 메마른 합리성만이 앙상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라, 섬세한 마음의 무늬와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글인 것이다.≪교수신문≫의 학술에세이 공모전은 논문적 글쓰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삶과 세계에 대한 지적 명상>이라는 에세이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 우리 시대의 과제에 대한 지식인들의 독창적 사유를 이끌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공모전에 굳이 <학술>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잘못된 <에세이>의 의미를 바로잡아 <지적 성찰>이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이다.
 
<생명>을 간학문적 사유로 훑는다
이 책의 주제인 <생명>은 인류가 풀어나가야 할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지적 화두 중의 하나이다. 점증하는 생태계의 위기와 생명 공학의 질주는 우리에게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지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배아 복제를 허용했다는 최근의 외신 보도는 생명이라는 자연의 질서에 인위적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인간의 <신적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두려움과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 문명의 발전은 그 바람직한 방향을 인문학적 사유로부터 조회받지 않는다면 통제 불능의 <위험 사회>를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과학 문명의 변화를 아우르지 못하는 학문적 통찰은 새로운 시대의 윤리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생명의 문제는 간학문적, 학제적 사유의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을 둘러싼 아홉 가지 빛깔의 에세이
이 책에 실린 아홉 가지 에세이들은 새로운 글쓰기 방식에 대한 고민 속에 <생명>에 관한 형형색색의 문제의식들을 담아내고 있다. 최우수작인 박재현의 글「생명―중(中)과 소통의 생명성」은 임신이라는 생명 체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우리 몸에 깃드는 <생명>이 결국은 소통 행위라는 것을 공들여 논구해 낸다. 또 다른 최우수작인 이도흠의 글「생태 이론과 화쟁 사상의 종합」은 원효 사상과 생태 이론의 접합점을 모색한 독창적인 지적 성찰로서, 화쟁의 합리성을 규정하지는 못했지만 이분법적 이성관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는 자세가 돋보인다.우수작인 김백균의「사생(寫生)과 생명」은 동양의 그림을 문화론적 시각에서 분석하면서, 동양 예술, 더 나아가 동양의 전통 사유 체계가 담고 있는 생명에 대한 의식을 드러내준다. 장려작인 강판권의「위기(危機)와 위기(危己)」는 나무와 관련된 작가 자신의 체험 속에서, 인문학의 위기,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읽어낸다. 또한 나머지 다섯 편의 가작들 중 강신주의「생명의 책임―생명의 탄생과 살아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데리다가 죽음에 대해 논하면서 이야기했던 선물의 논리를 생명에 적용시켜, 생명에서 책임이라는 논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김동규의「비 오는 겨울 밤의 몽상―생명의 5원소론」은 태양(불), 대지, 바람, 나무, 물의 다섯 가지 원소를 통해 생명에 대한 몽상을 감행하고 있다. 김현경의 「<생명 윤리>는 가능한 기획인가」는 인류학의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가 새롭게 파악되어야 함을 논구한다. 유호정의「생명과 물질 그리고 의식」은 물질, 의식과 구분되는 생명체의 특질을 탐구하고 있고, 한성훈의「삶과 죽음―내 곁에 있는 절반의 죽음과 절반의 삶」은 민간인 학살에서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둘러싼 사연들에서 생명의 의미를 찾고 있다.
 
필자 약력
박재현 :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이다.이도흠 :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3월에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김백균 :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이다.강판권 : 계명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강사이다.강신주 :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강사이다.김동규 :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김현경 :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대학원을 수료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DEA를 받았다.유호정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연구 강사이다.한성훈 :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제1회 학술에세이상 심사 위원 명단
1) 최종심 심사 위원심사 위원장 : 진교훈(서울대, 철학/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위원 : 고철환(서울대, 해양학/새만금생명학회 회장), 김종철(영남대, 영문학/녹색평론 발행인), 박영근(중앙대, 불문학/교수신문 주간), 정대현(이화여대, 철학/기초학문 육성위원회 위원장)2) 본심 심사 위원심사 위원장 : 이필렬(한국방송대, 과학사/생명에세이 기획 위원)위원 : 강내희(중앙대, 영문학/문화과학 발행인), 강신익(인제대, 의학), 배병삼(부산성심외국어대, 정치학), 이상훈(대진대, 철학)

목차

책을 펴내면서…5
<최우수작> 생명-중(中)과 소통의 생명성/박재현…13 생태 이론과 화쟁 사상의 종합/이도흠…35
<우수작> 사생(寫生)과 생명/김백균…69
<장려작> 위기(危機)와 위기(危己)/강판권…91
<가작> 생명의 책임-생명의 탄생과 살아감에 대한 철학적 성찰/강신주…118 비 오는 겨울 밤의 몽상/김동규…146 <생명 윤리>는 가능한 기획인가/김현경…171 생명과 물질 그리고 의식/유호정…197 삶과 죽음-내 곁에 있는 절반의 죽음과 절반의 삶/한성훈…227
필자 약력…251

작가 소개

박재현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강사이다.

이도흠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3월에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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