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

아방가르드 미술, 도전과 새로움의 역사

진휘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2월 14일 | ISBN 89-374-2483-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80x245 · 288쪽 | 가격 20,000원

책소개

▶ 다다이즘으로 시작된 아방가르드, 네오아방가르드 미술을 관통하는 본격적인 현대 미술 비평서. ▶ 젊은 소장 미술학자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본 미술사와 그 전망.▶ 한국 독자들에게 낯선 80여 점의 현대 미술 작품 수록.

편집자 리뷰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 ― 아방가르드 미술, 그 도전과 새로움의 역사
20세기의 미술 운동 전반을 아방가르드의 맥락에서 해석한 본격적인 현대 미술 비평서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현대 미술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아방가르드>라는 일관된 시각으로 해석한 이 책은 20세기 미술사를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미술사를 예측하고 전망해 본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또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 바 없는 현대 미술 작품 80여 점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이 일었다. 모든 문화 전반에 걸쳐 갑자기 포스트모더니즘이 미래의 완벽한 해답처럼 들렸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모더니즘도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고 이후 모든 개념들이 혼재하면서 좀처럼 구분되지 못하고 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뿐만 아니라 미술사에서 등장하는 여러 개념의 정립은 오늘날의 미술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은 이런 문제에 주목하면서, 혼동된 개념들만큼 복잡한 현대 미술을 <아방가르드>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흐름을 꿰뚫고자 한다.
전통적 가치에 대한 도전과 새로움으로 지향했던 모더니즘은 형식적 해답을 넘어 매체, 주제, 제도, 작가, 관객, 인식, 수용, 전시, 차원을 차례로 전환시키면서 미술 자체의 본질이라고 생각되던 부분을 와해시키고 전복시킨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다시금 문제시되는 내용이었다.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에서는 그 모든 궤적이 아방가르드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인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지금도 진행 중인 현대 미술의 여러 경향들을 관통하는 <아방가르드>라는 맥락을 통해 그 계보와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일별하고 있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현대 미술에서 <아방가르드>의 성격을 실제 작품을 통해 설명함으로써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개념에 깊이 천착하는 저자는 관념적으로만 다가오는 현대 미술의 맥락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방가르드의 시작 ―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19세기 후반에 쇠라(Georges P. Seurat)와 함께 점묘법을 완성했던 시냐크(Paul Signac)는 마티스(Henri Matisse)와 같은 젊은 화가들에게 신인상파를 전파하던 20세기 초반의 대표적인 진보 작가였다. 그러나 마티스가 <호사, 정적, 그리고 관능>(1904), <생의 기쁨>(1906) 등의 작품을 발표하자 시냐크는 마티스와 결별한다. 그는 마티스의 작품들이 하나같이 당시 기준을 상당히 벗어난 규모와 기법을 보이고, 그 내용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는 악평을 퍼부었다. 그런 시냐크의 악평에 반해, 피카소(Pablo R. Picasso)는 마티스의 파격적인 그림들을 통해 오히려 창작에 대한 열정을 느끼면서 그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고 대담한 작품인 <아비뇽의 여인들>(1907)을 발표한다. 이번에는 마티스가 피카소의 기괴하고 생경한 표현 기법을 비판한다. 그리고 마티스는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창시했던 브라크(Georges Braques)의 입방체로 가득한 풍경화를 프랑스의 진보적 미술전의 대명사였던 가을전에 전시하기를 거부했다. 시간이 흐르고 입체파들이 사회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가을전의 심사 위원이 되었을 때, 이번에는 그들이 뒤샹(Marcel Duchamp_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1912)의 전시를 거부한다.― 본문 중에서
20세기 초반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그 작품에 얽힌 일련의 사건들은 바로 아방가르드 미술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화였다. 마티스의 <생의 기쁨>, 피카소의<아비뇽의 여인들>, 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는 모두 서양 미술사에 길이 남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각 작가와 작품들은 바로 앞선 세대들의 개념과 이미지에서 다시 탈피하고, 보는 것과 그리기 방식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 그런 이유로 소수의 엘리트 작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창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것이 바로 아방가르드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다.
아방가르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재현 방식을 표방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과거의 관습을 배격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보인다. 또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재현하는 대상은 신화나 인물화처럼 과거와 유사한 전통적인 소재들이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변화는 단순히 표현 기법의 변화뿐 아니라 사물에 대한 나아가 세계에 대한 다른 차원의 시각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아방가르드의 계보와 대표 작가들 ― 아방가르드를 찾는 사람들
사실 미술에 있어서 아방가르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아직도 부재한 상태이다. 서구에서도 아방가르드와 모더니즘, 그리고 네오아방가르드가 시기적, 내용적으로 공존하여 혼재되어 있는데 특히 아방가르드를 둘러싼 개념의 정의가 매우 모호한 상태이다. 각각의 개념들이 서로에게서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본질적으로 공통적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복잡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는 아방가르드의 본질이 모더니즘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리고 네오아방가르드와의 관계는 어떤지 밝히려고 노력한다.
아방가르드의 출발 ― 뒤샹과 다다이즘
아방가르드 논의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가이자 빠짐없이 논의되는 뒤샹은 가장 전통적인 재료인 여인의 누드를 소재로 기하학적이고 비회화적인 작품을 완성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신부>(1912) 등이 대표적이다. 또 과거에 <미술적>이라는 개념으로 적용되던 것들을 거부하거나 과격하게 해체하는 동시에, 실제 오브제를 현실 공간에서 미술품으로 표현하는 <레디메이드>를 실험한 뒤샹은 <자전거 바퀴>(1913), <부러진 팔에 앞서>(1915) 등을 발표한다. 그런 레디메이드 작품들은 일상적인 사물이 본래의 위치에서 벗어나 예술의 공간에 편입된 결과이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샘>(1917)은 남성용 변기를 작품화한 것으로 예술적 공간이 과연 작품의 필요충분조건인지 질문하면서 결국 레디메이드란 일상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를 통해서만 존재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한다. 뒤샹의 사례를 통해 예술 작품의 전통적인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이것이 예술 작품이다>라는 작가의 명명과 작품이 놓이는 위치일 뿐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어 뒤샹은 그런 전통적인 견해를 전복시키는 많은 작품들을 계속 발표한다. 전통적인 미의 상징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낙서 같은 덧칠을 한 (1919)는 불어식으로 발음했을 때 <그녀는 암내를 풍긴다>라는 의미의 제목이다. 또 권위적이고 기득권적인 남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로즈 세라비>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등 기존의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미술 경향에 대한 과감한 전복과 도전을 실천했던 뒤샹이야말로 20세기와 이후의 미술의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했던 작가였다.
네오아방가르드의 출발 ― 존스와 라우셴버그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의 비평가와 미술사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 잭슨 폴록이 완전한 평면 위에 작가 중심의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미술을 완성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할 무렵에 뉴욕에서는 네오다다이즘의 대표적인 작가인 존스(Jasper Johns)와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가 등장한다. 이들은 미술에서 일상성을 회복시키면서 혼합 회화라는 새로운 경향을 완성하면서 네오다다이즘을 형성한다. 다다이즘에서 사용되던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하되, 단순한 레디메이드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오브제를 합성하는 등 추상 표현주의의 관념적 미학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아방가르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존스와 라우셴버그는 다다이즘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후의 팝 아트를 비롯한 미니멀 아트, 개념 미술까지 이어지는 네오아방가르드의 출발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다다이즘을 계승한 팝 아트 ― 워홀과 해밀턴
1950년대 중반 미국과 유럽 대륙에서는 거의 동시에 대중문화를 반영하는 미술이 등장한다. 바로 팝 아트인데, 그 대표적인 작가로는 미국의 워홀(Andy Warhol)과 영국의 해밀턴(Richard Hamilton)을 들 수 있다. 팝 아트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순수 미술의 맥락으로 끌어들여서 일상적인 소재와 비예술적인 방식을 사용하면서 저급 문화와 고급 미술 사이의 구분을 흐리는 동시에 일상성의 회복이란 측면에서 다다이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한편 하위 문화의 무비판적인 수용이라는 점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영국의 해밀턴은 유화를 이용하거나 사진을 콜라주하는 기법을 사용했는데, 형식적으로는 입체파와 다다이즘 등을 계승했으며 내용적으로는 독일 다다이즘의 비판 의식을 따르면서 아방가르드의 계보를 잇는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워홀은 공업용 재료로 사용되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자신의 작품을 상품이나 제품화하고, 작가라는 존재를 생산자나 공장장 정도로 전환시킴으로써 미술에서 작가를 둘러싼 신화와 관념적 사고를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전후 미국 화단을 장악한 추상 표현주의가 추상의 미학에 탐닉하고 있을 때, 워홀로 대표되던 팝 아트는 순수 회화의 절대적 우월성, 관념적 미학, 주류 예술을 둘러싼 개념을 공격하고 전복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아방가르드적이다. 워홀과 함께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작가로는 만화를 주제로 선택한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일상적인 소재의 물성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한 올덴버그(Claes Oldenberg), 그리고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 등이 있다.
네오아방가르드의 심화 ― 미니멀 아트와 개념 미술
1960년대에 시작된 미니멀 아트는 <회화나 조각의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즉물적인 것으로 작가의 개인적인 표현성이 제거된 공장 생산물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정의되는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네오아방가르드의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경향이다.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작가인 저드(Donald Judd)는 가장 바람직한 예술은 삼면체의 오브제로, 이를 <구체적 사물specific objet>이라고 명명했다. 즉 입체적인 사물은 직접적인 형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구체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만이 회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회화이기를 거부한 미니멀리즘의 또 다른 경향으로는 스텔라(Frank Stella)의 블랙페인팅, 그리고 라인하르트(Ad Reinhardt)의 추상회화, 또 조각에서의 미니멀 아트를 이끌었던 모리스(Robert Morris) 등이 있다. 그리고 후기 미니멀리즘 작가들로는 앙드레(Carl Andre)와 세라(Richard Serra), 그리고 헤스(Eva Hesse) 등이 있다.
개념 미술은 미니멀 아트가 유행한 이후에 형성된 물적, 개념적 미술 범주의 확산 과정에서 형성된 미술로 뒤샹과 다다이즘의 반미술적인 경향을 극대화시킨다. 좁은 범위의 미술에서 벗어나 완성된 시각적 결과물 이외에도, 발상이나 실제 작품에 상응하는 어떠한 과정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드는 범주이다.
대표적인 작가인 코수스(Joseph Kosuth)는 <예술은 예술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견해를 요약하는데, 모든 예술은 개념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개념적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을 직접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모리스의 (1962)는 미니멀리즘 이후의 미술이 단순히 보는 것에서 경험의 대상으로 변한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개념 미술에서는 인지의 문제를 새롭게 문제시하는데, 모든 감각을 이용한 예술 감상을 중시한다.
아콘치(Vito Acconci)는 다양한 감각에 호소하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따라다니기>(1969)는 뉴욕 시내 여기저기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카메라에 기록하면서 작가와 관객의 위치를 전복시킨다. 또 보이스(Joseph Beuys)는 작품의 재료를 무한대로 확대시켰는데,<나는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은 나를 좋아한다>(1974)라는 작품은 야생 코요테와 작가가 일주일간 한 울타리에 갇혀 있으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클라인(Yves Klein)은 스스로가 공중 부양을 시도하거나 여성 모델의 몸에 안료를 칠해 그 흔적을 찍어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작가의 재치와 상상력을 한껏 발휘했다. 미술사에서 개념 미술이 남긴 것은 절대적인 미에 대한 기대의 상실과 작가에 대한 의미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학자의 미술사를 보는 새로운 눈
<아방가르드란 무엇인가>에서 다루는 다다이즘, 팝 아트, 개념 미술, 미니멀 아트 등은 현대 미술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빠짐없이 거론되곤 하는 개념들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 정확한 정의는 물론이거니와 미술사의 맥락에서 각각의 위상과 영향 관계를 정치하게 분석하려는 시도는 매우 드물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해가 진 뒤에야 운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도 살아 있는 현대 작가들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게을리 하는 우리 학계의 전반적인 풍토를 비추어볼 때, 유학 기간 동안 현대 미술의 개척지나 다름없는 뉴욕의 현장에서 현대 미술사 교육의 세례를 받은 저자 진휘연은 젊은 학자로서의 패기와 도전 정신을 한껏 발휘해 현대 미술의 흐름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우리 독서 시장에 19세기 이전의 미술서들이 범람하고 있는 데 비해 현대 미술에 대한 국내 저자의 정치한 비평서들을 찾아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현대 미술서를 출판하는 데에 따르는 경제적, 제도적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된 바 없는 낯설고도 진귀한 도판들을 여러 점 소개하고 있으며 현대 미술의 흐름을 쉽게 한눈에 꿰뚫을 수 있는 식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목차

1. 아방가르드의 역사
2. 뒤샹과 아방가르드 –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
3. 네오다다이즘은 아방가르드인가? – 존스와 라우셴버그의 해체적 시각
4. 미술과 일상성의 전치와 병합 – 팝 아트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
5. 미니멀리즘과 형식주의 모더니즘의 비판 – 구체적 사물과 구조주의 예술의 전망
6. 개념 미술과 비미술의 제도화
7. 남은 문제와 전망

작가 소개

진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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