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

원제 Artemisia (Un Duel pour L)

알렉상드라 라피에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12월 10일 | ISBN 89-374-2478-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60x240 · 584쪽 |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서양 미술 사상 최초의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의 삶과 예술.그녀의 삶은 불멸을 향한 투쟁이었고, 그녀의 화폭은 분출하는 핏빛이었다.▶ 폭압적인 남성성에 저항하는 신화적ㆍ영웅적 여주인공들로 당대의 화가들이 그렸던 남성 지배적인 이미지를 전복시킨 서양 미술 사상 최초의 여성 화가.▶ 이전이나, 이후에 어떤 여성도 그리지 않은 화법을 구현한 천재적인 화가.―줄리아 크리스테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폭행(강간)과 그에 따른 소송사건 등 숱한 모멸과 상처를 딛고, 불멸의 삶을 위해 혼신을 불태웠던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 곰브리치 등 일부 남성 미술사가에게는 외면당했지만,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꾸준히 장식했고 현대의 가장 선호하는 연구 대상이 된 화가.▶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를 연 독창적인 화가인 아버지 오라치오와 딸 아르테미시아를 통해 <누가 더 영원할 것인가>라는 예술의 영원성은 물론 부녀간의 애증을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 10여 년간의 구상, 5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며 17세기 기록과 고문서를 비롯하여 라틴어,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문헌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끝에 씌어진 작품.▶ 옮긴이 함정임은 번역 기간 동안 아르테미시아의 흔적을 찾아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지를 답사했다.

편집자 리뷰

치밀한 자료 조사와 흥미진진한 소설적 구성을 갖춘 전기
저자 라피에르는 남성 지배적인 17세기의 미술계에서 직업 화가로 인정받은 최초의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삶을 토대로 이 책을 구성했다. 작가는 1970년대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1550년~1950년의 여성 미술가> 전시회에서 아르테미시아의 작품 여섯 점을 처음 본 이후로, 수년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그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지냈다고 「저자의 글」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5년여 기간에 걸쳐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와 유럽 전역을 돌면서 주인공 아르테미시아의 흔적을 찾아 헤맸고, 당시 상황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수많은 기록과 문서들을 꼼꼼하게 수집하고, 집대성했다. 이탈리아어와 라틴어로 씌어진 재판 기록과 고문서들을 해독하고, 아르테미시아의 작품들이 소장된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수집된 역사적 자료들을 토대로 작가는 그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서술하기 위해 많은 대가들의 문장과 문헌을 참고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베아트리체 첸치>의 사형 장면은 스탕달의 글을, 1630년대 로마의 상황을 묘사할 때는 이브 본느푸아의 글을, 갈릴레오에 관한 대목은 미술사가 어윈 파노프스키의 글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책은 비단 한 여성의 생애를 재구성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소설적인 재미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있다. 또 등장인물 간의 사랑과 증오, 강간 사건, 법정 공방 등, 소설적이고 극적인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라피에르는 좀 더 생동감 있는 재현을 위해 치밀하게 조사한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연대기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인물들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나 대화 등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의 소산으로 읽힌다. 이 책은 영국에서는 전기로, 미국에서는 소설로 발표되었듯이, 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르테미시아의 생애와 예술을 펼쳐 보인다.작가 라피에르가 아르테미시아의 흔적을 따라 헤맸듯이, 옮긴이 함정임도 좀 더 정확하고 생생한 번역을 위해 아르테미시아가 거쳐갔던 장소,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이 전시된 성당, 박물관, 미술관 등을 돌아다니며 똑같은 궤적을 밟았다. 뿐만 아니라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지에서 아르테미시아의 생애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수집하는 데 라피에르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독자들은 실존 인물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역정의 삶과 예술적 고뇌를 통해 진한 감동을 받을 뿐 아니라, 주변 인물과의 갈등과 긴장 관계를 통해 소설적인 재미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16~17세기의 유럽 역사와 바로크 미술의 유명한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르테미시아의 생애 ― 불멸을 향하여
1593년에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화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딸로 태어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의 대가들의 작품을 구경하러 다녔고, 아버지의 화실에서 그림 수업을 받았다. 그녀는 일찍이 그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열일곱의 나이에 「수산나와 두 늙은이」를 그림으로써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열두 살에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과, 열여덟 살 때 아버지의 가장 친한 동료였던 아고스티노 타시에게 강간을 당한 것, 그리고 그에 따른 소송과 법정 공방은 그녀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엄격한 종교적 규율로 강간을 금기시했던 당시로서는, 그런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아버지 오라치오와 아르테미시아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고, 급기야 아르테미시아의 결혼을 기점으로 25년간이나 서로 헤어져 살게 된다. 아버지와 딸,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얼룩지고, 코시모 2세의 <아버지와 딸 중에 누가 더 낫소?>라는 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그들은 서로의 예술 세계를 경계하는 경쟁자가 된다. 소송 사건으로 명예가 실추된 오라치오는 더 이상 로마에서 활동할 수 없었고, 여기저기를 떠돌며 초라한 생활을 해야 했다. 아르테미시아는 피렌체에서 많은 유명 인사들과 교류하며 화가로서의 명성을 쌓는다. 코시모 2세 드 메디치, 마리 드 메디치, 갈릴레오 갈릴레이, 알카라 공작 등 손꼽히는 명문 귀족과 왕가의 후원을 등에 업고 활동하던 아르테미시아는 이탈리아 화가 협회인 디세뇨 한림원에 가입한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춘 여자라도 동업자 남편의 동의 없이는 어떤 활동도 허가되지 않았던 당시에, 아르테미시아가 직업 화가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그녀의 예술적 성취를 짐작하게 한다.아르테미시아의 지참금에 눈이 멀어 그녀의 과거를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결혼했던 남편 피에트로 안토니오 스티아테시는 무능력한 화가였고, 사치를 일삼아 아르테미시아를 곤경에 빠뜨리기 일쑤였다. 그런 피에트로가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실종된 이후에 아르테미시아는 영국 국왕의 전속 음악가였던 니콜라스 러니어를 만난다. 아르테미시아는 러니어와 함께 베네치아에서 30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거장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데 열을 올리던 유럽 각국의 정부를 상대로 미술품 매매를 중개한다.1652년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혼신의 힘을 불태우며 그리니치 궁의 천장 벽화를 그리던 오라치오는 그제서야 딸인 아르테미시아를 찾는다. 몇 번이나 재회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등을 돌리던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아르테미시아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찾아간다. 붓을 들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아 남동생들의 손을 빌려 그린 형편없는 작품을 앞에 둔 아버지를 보며 아르테미시아는 원망과 회한이 극에 달해, 아버지를 대신해 그림을 완성한다. 그 작품의 완성으로 두 사람의 길고 긴 사랑과 증오의 세월은 예술로 승화된다. 가톨릭교도인 오라치오에 대한 성대한 장례식이 영국의 서머싯 예배당에서 치러지고, 아버지의 죽음 앞에 아르테미시아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1639년 아버지 오라치오가 죽은 이후 아르테미아는 다시 나폴리로 돌아오지만 그 후 그녀의 행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몇 점의 초상화 등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아르테미시아는 1653년 나폴리에서 사망했고, 현재 <여기 아르테미시아 잠들다>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나폴리의 피렌체 출신들의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아르테미시아의 작품 세계 ― 자유를 위한 치열한 투쟁의 형상화
근대 이전의 가장 중요한 여성 화가로 널리 알려진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라파엘로, 루벤스,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등과 함께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또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사실주의적인 화풍을 연출했던 카라바조 파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잰슨이나 곰브리치의 미술사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하던 여성 작가였지만 현재 서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이다. 세계적인 석학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자신의 소설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1999년, 민음사)에서 아르테미시아를 <이전이나, 이후에 어떤 여성도 그리지 않은 화법으로 그림을 그린 천재적인 화가>라고 격찬한 바 있다.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영향으로 아르테미시아도 독특한 색채와 질감의 표현에 주력했다. 그녀의 화풍은 아버지의 작품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였다. 특히 그 당시의 주요한 회화 주제였던 성경의 내용을 화폭에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아르테미시아 자신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을 작품에 반영시켰다는 점에서 당대의 다른 작가들과 확연히 구별된다.그녀의 대표작으로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수산나와 두 늙은이」, 「경향성의 우화」, 「그림 우화 속의 자화상」 등이 있다. 대표작을 중심으로 작품 경향을 살펴보면, 우선 「수산나와 두 늙은이」는 구약성서 「다니엘 서(書)」의 내용과 달리 두 늙은이 중 한 사람이 자신을 강간한 타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제작 시기에 의문을 남기고 있는 작품이다. 또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살인 장면을 끔찍할 정도로 묘사하여 그 당시 남성 화가들이 그렸던 같은 주제의 그림들과 전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당대의 카라바조, 만테냐, 보티첼리, 알로리 같은 대가들과, 후대의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유디트>를 주제로 삼았지만, 남성 화가들의 주인공과 아르테미시아의 주인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 화가들이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요부의 몽환적인 모습으로 유디트를 표현했다면,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폭압적인 남성성에 저항하는 여성 전사의 모습이다. 몇몇 미술사학자들은 아르테미시아 자신을 승리자 유디트로 그린 이 작품을 열여덟의 나이에 당한 강간 경험에서 유래한 환상적 보복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녀는 그 그림으로 찬사와 비난을 한 몸에 받는다. 코시모 2세 대공부인은 그 그림을 앞에 두고 심한 혐오감을 보인 반면, 대공은 당시의 대가였던 크리스토파노 알로리에게 같은 주제의 그림을 주문하면서 관심을 보였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같은 맥락으로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신화적, 영웅적 여성 주인공들─수산나, 유디트, 루크레티아, 클레오파트라 등─은 남성 작가들의 전통적인 화법과 철저하게 다른 모습으로 재현된다. 미술사에서 아르테미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아르테미시아가 그린 <유디트>를 비롯한 다른 여성 영웅들의 이미지가 당대의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유를 향한 치열한 투쟁을 재현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아르테미시아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작품들은 2002년 2월 11일부터 5월 12일까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그리고 6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는 세인트루이스 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시아는 미술사에서 빠짐없이 언급되는 주요한 여성 작가이며, 그녀의 작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은이: 알렉상드라 라피에르 『시티 오브 조이The City of Joy』의 작가 도미니크 라피에르(Dominique Lapierre)의 딸로, 열다섯 살 이래로 탁월한 문학적 역량을 발휘해 왔다. 라피에르는 『파니 스티븐슨Fanny Stevenson』으로 1994년에 권위 있는《엘르Elle》지(誌)의 <그랑프리> 상을 수상했다.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Artemisia』는 로마, 피렌체, 나폴리, 런던, 마드리드 등지를 오가면서 무려 5년에 걸친 방대한 조사를 거쳐 집필된 작품으로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거리의 멋쟁이La Lionne de boulevard』(1984), 『치명적 인간Un homme fatal』(1987), 『부재자L’Absent』(1991), 『파니 스티븐슨, 열정과 자유Fanny Stevenson, passion et liberté』(1993) 등이 있다.
옮긴이: 함정임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 「광장으로 가는 길」이 당선되어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으로는 『이야기, 떨어지는 가면』, 『밤은 말한다』, 『동행』, 『당신의 물고기』가 있고, 장편소설로는 『행복』, 『아주 사소한 중독』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런던
제1부 대모험 1. 수산나와 두 늙은이 2. 유디트
제2부 불멸을 위한 투쟁 3. 홀로페르네스 4. 그림의 우화 : 아르테미시아의 자화상 5. 평화와 예술의 승리
에필로그 : 그 후 그들은

작가 소개

알렉상드라 라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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