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릴케 문학선 1
글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옮김 문현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1년 6월 25일
ISBN: 978-89-374-1156-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5x206 · 268쪽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 인터 나치오네스와 정식 계약을 통해 출간된 민음사의 릴케 문학선. 기념비적인 한국어 판 번역본을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인터 나치오네스 출판사는 역자의 선정에서부터 제작 과정에까지 세심한 관심을 보이며 선집 출간에 참여해 왔다고 한다. 이 선집은 릴케의 방대한 작품 중에서 중요 작품과 문헌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선별해 번역한 것으로 본 대학 교수였던 구기성 씨가 선별 작업을 담당했다. 독일어 원문을 최대한 충실히 살려내는 데 방점을 두어 가급적 직역을 선보이고 있으나 의미 전달을 위해 종종 의역을 보이기도 했다. 1966년 인젤 출판사에서 출간한 <릴케 전집>(총 4권)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나의 축제를 위하여>는 제일시집에 실린 초기 시들을 수록한 것으로 대체로 사랑에 대한 희구와 종교적인 감수성, 자연 풍경에 대한 경의 등을 노래한 작품들이다. 릴케는 자신의 초기 작품을 가리켜 “감각의 미숙함” 때문에 “가장 형편없고, 비개성적인 것만을 모아놓은 꼴”이라고 폄하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초기 작들은 릴케의 후기 작품 세계를 통찰하는 데 가장 좋은 단서로 평가받는다.
▧ 옮긴이의 서문1. 제일시집①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옛집에서 | 클랑니자이테에서 | 귀족의 집 | 흐라친 성에서 | 성 파이트 대 성당 옆에서 | 대성당에서 | 성 벤첼 예배당에서 | 망루에서 | 건축 1 (외 다수)② 꿈의 관을 쓰고왕의 노래 | 꿈꾸기 | 사랑하기 ③ 성령강림절서시 | 여러 벗에게 바침 | 여행 | 발견 | 어머니들2. 초기 시집서시 | 천사의 노래 | 기도 | 소녀들의 모습 | 소녀들의 노래 | 마리아에게 드리는 소녀들의 기도▨ 해설▨ 작가 연보
국내에 이미 무수한 릴케 판본이 있지만 민음사의 릴케 시리즈는 독일의 괴테 인스티투트 인터 나치오네스와의 정식 계약을 통해 번역 지원을 받아 출간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인터 나치오네스는 한국에 릴케 독자가 많은 데 비해 기준이 될 만한 릴케 번역 판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역자 선정에서부터 제작 과정까지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세심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시리즈는 삼십여 년에 걸쳐 시작 활동을 한 릴케의 방대한 작품 가운데 중요 작품과 문헌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신중하게 가려내어 묶은 선집이다. 수록된 작품은 수십 년간 릴케 연구에 몸 바친 전공자이자 독일의 본 대학 한국어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역자(구기성)가 선정하였고 오랜 시간을 독일에서 보낸 역자의 역량에 따라 독일어 원문의 뉘앙스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초점을 잡았다. 그 밖에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릴케의 사진과 시인이 영감을 받은 사람이나 사물, 풍경이 각 권의 성격에 따라 함께 실려 있어 일반 독자가 난해한 릴케의 작품을 읽는 데에도 별 무리가 없도록 마무리되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얼마나 여성적이며 아름다운 연상을 불러일으키게 해주는 이름인가! 꽃과 사랑, 고독과 죽음을 노래한 방랑의 시인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릴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향한 열렬한 구애를 시로 승화시키면서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도시집』 전편에 걸쳐 절절히 흐르는 사랑의 송가이다.
내 눈빛을 끄세요. 그래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발 없이도 당신에게 갈 수 있습니다.입 없이도 당신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내 팔을 꺾으세요, 그럼 손으로 잡듯내 심장으로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막으세요. 그럼 내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당신이 내 뇌에 불을 지르면,당신을 내 피에 실어 나를 것입니다. -『기도시집』 제2부 <순례의 서> 중에서
오롯한 대사원의 주위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부정만 하는 사람처럼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홀연히, 그대의 미소에 의하여 사람은 한결 정답게 그대에게 끌림을 느낀다.
백 가지 입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입으로미소 짓는 천사여, 다감한 모습이여,우리의 시간들이 그대의 둥근 해시계에서미끄러져 내리는 것을 그대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자오선의 천사」『신시집』부분
거리는 너무나도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가 지루해하며 내 발 밑에서 걸음을 빼앗아갔다. 그러고는 나막신을 신은 듯이 이리저리 딸가닥거리며 돌아다녔다. 여자가 그 소리에 놀라 너무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켰기 때문에 얼굴이 두 손 안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 손 안에 비어 있는 얼굴의 틀을 보았다. 시선이 손에 머물러 있는데도 손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보지 않는 데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노력을 필요로 했다. 얼굴을 안쪽에서 보는 일도 소름끼쳤지만, 얼굴 없는 적나라한 상처투성이 머리통을 보는 일은 훨씬 더 끔찍했다. -『말테의 수기』중에서
장미꽃이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이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꺼움이여.-릴케 자신이 손수 쓴 「묘비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