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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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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 명편 1

엮음 이병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0년 7월 20일

ISBN: 89-374-2461-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2x210 · 228쪽

가격: 10,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두보, 이백, 소동파, 백거이, 왕유 등 대시인들의 한시 명편-1(봄/여름 편).

서울대 교수들과 함께 읽는 한시의 수묵빛 정취와 한가로운 정신의 경지. 전 서울대 중문과 교수 이병한 선생이 중국 대시인들의 한시 180수를 계절별로 추려, 새로운 감각의 꼼꼼한 번역문과 해설을 붙였고 서울대 교수들의 감상을 덧붙여 책으로 묶었다


목차

봄1. 매화 그림에 부쳐2. 매화3. 달밤4. 거꾸로 그린 매화5. 매화 그림6. 매화를 그리노라7. 봄처녀8. 길상사의 오래된 매화9. 봄 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10. 비 개인 뒤11. 복사꽃 온종일 물 따라 흐르는데12. 봄날 호수에서13. 친구에게 술을 따르며14. 파초15. 강변길 꽃구경16. 산마루의 구름17. 봄놀이18. 이른 봄19. 산에 봄비가 내리는데20. 복사꽃 그림에 부쳐21. 산속에서 유인과 함께 마시는 술22. 선성의 진달래23. 꽃 그림자24. 꽃과 달은 옛날 그대로인데25. 봄 밤 친구와 헤어지며26. 봄날에27. 온처사의 집28. 손님29. 비단옷30. 난을 가꾸는 뜻
31. 벼랑 끝에 핀 난초32. 봄시름33. 봄 나들이34. 봄 강에 홀로 낚시대 드리우다35. 풍락정 봄놀이36.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가는데37. 늦봄에38. 종남산에서39. 버드나무40. 늦봄42. 산길을 함께 가며43. 봄은 가는데44. 난초 화분45. 술 한잔 하면서46. 모내기47. 논48. 그림에 부쳐49. 은사가 사는 곳50. 남쪽 텃밭51. 여인의 마음52. 꽃은 누구를 위하여 피고 지는가53. 꽃밭에서 취하여54. 갯가55. 봄날 호수에서56. 동심초57. 대림사 복사꽃58. 북소리에 부서져 내리는 세월59. 달 아래서 홀로 마시는 술
여름1. 초여름2. 성큼 다가온 여름3. 꿈에도 그리운 사람4. 대나무 그림에 부쳐5. 산중의 비6. 여름날7. 별장의 여름날8. 6월27일 망호루 아래서9. 산사 만종10. 구름11. 개미12. 연못가13. 소나기14. 강가 마을15. 화산16. 술에서 깨어나17. 산에서 제자들에게18. 백로19. 매미20. 비 개인 산촌
21. 산중에 있는 것22. 언덕 위 흰 구름23. 학24. 바래봉에 올라25. 태평양에서 비를 만나다26. 강물 소리 듣고서27. 금과 차28. 술을 마주하여29. 눈물 맛30. 연못31. 구름32. 스승님 사시는 모습33. 영철 스님34. 국화주 익으면 또 만나세35. 낡은 벼루36. 제자에게37. 정처사에서38. 이 강을 거슬러 홍안까지


편집자 리뷰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봄, 여름 편)와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판다?』(가을, 겨울 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저 유명한 당송대의 이백, 두보, 백거이, 양만리, 소식, 구양수부터 조금은 생소한 명청대의 서위, 원매, 운수평, 정섭, 이방응에 이르기까지 내외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시 명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창석 이병한 선생의 평역을 거친 이 두 권의 저서는 중국 옛 가객들의 한시 명편 180수를 계절별로 분류해 엮은 한시 모음집이다. 매화향 그윽한 봄에서 대나무 숲 서늘한 여름에로, 달빛 쓸쓸한 가을에서 연못 쩡쩡 얼어붙는 겨울에로……. 계절의 시종을 좇는 중국 대시인들의 맑고 심원한 풍격이 담백한 필치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더불어 편편에 따라붙는 서울대 교수들의 고졸한 단평과 정담은 자칫 따분해지기 쉬운 한시 읽기에 짬짬한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
1 원전의 풍격을 넘어서는 감칠맛 나는 번역  
『한시 명편』에 수록된 시편들은 창석 이병한 선생(현재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이 정년 퇴임 직전(1998년)까지 근 6년에 걸쳐 꼼꼼히 손을 보아온 것들이다. 1992년 봄, \’자하헌(서울대 인문대 교수 휴게실)\’에 드나들던 동료 교수들에게 소일 삼아 소개하기 시작한 중국의 한시들을 바지런히 엮어둔 것이기도 하다. 이 시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책 모두(冒頭)에서부터 감지된다.
   지난 세월의 기억들 가운데 그 흔적이 가장 뚜렷하고 실존 자료가 풍부한 것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긴 시편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월 가운데 가장 밝고 향기로운 날들이 곱게 새겨져 있다.
『열흘, 붉은꽃 지다』, 『요리사와 천하지사』, 『가난한 부자』 등의 수필집에서 빼어난 산문가의 자질을 과시한 바 있는 이병한 선생은 이번 시선집을 통해 그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거듭 증명해 보인다. 그의 정갈하고 감칠맛 나는 우리말 번역은 원전의 맛을 능가하는 시적 흥취를 선사한다. 문어체적 번역이나 고색 짙은 수사들을 탈피하고 있어, 젊은 세대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자연스럽다. 이러한 번역을 뒷받침하는 힘은 바로 한시에 대한 창석의 깊은 애정과 안목, 그리고 비평적 역량이다. 평생을 중국 한시 연구에 몰두해 온 한 노학자의 그윽한 통찰과 풍부한 감성은 각 시편에 덧붙인 해설을 읽는 순간 확인된다. 상세한 각주와 넉넉한 감상, 본문을 보충하는 참고시들은 한시라면 그저 손사래부터 치고 보는 독자들에게 요긴한 안내자가 되어준다.
2 한시와 어우러지는 \’자하헌\’ 바둑패들의 분방한 객담
이병한 선생의 성실한 정리벽과 꼼꼼한 기록 습관은 자하헌에 소개한 그날그날의 한시 번역과 해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시껄렁한 농담에서 진지한 세태 비판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하헌에서 오간 이야기의 편린들을 세심하게 기록해 두고 있다. 시 감상 다음에 이어지는 \’산창한담(山窓閑談)\’이 바로 그 같은 기록의 면면들이다. 우연찮게 시작한 한시 공부에 단단히 재미가 들려버린 인문대 노교수들의 만학(?) 풍경이 \’산창한담\’을 채우고 있다. 황동규(영문과), 이병건(영문과), 조동일(국문과), 이상옥(영문과), 민병기(국문과), 김용직(국문과), 심재기(국문과), 안삼환(독문과), 안병희(국문과) 교수 등 근 20명에 달하는 \’자하헌\’ 패들이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어 그 현장감이 더하다. \’산창한담\’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왕성한 학습 의욕과 진지한 수업 태도는 이 책의 이상적인 독자 모델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창석은 수담에 훈수나 즐기던 바둑패들이 한시의 격구를 논하는 아마추어 묵객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거두어들이고 있다. 조교를 자청한 이병건 교수에겐 조교 우대 차원에서 시 내용 풀이를 적은 카드를 미리 건네는가 하면, 귀 수술로 얼굴이 창백한 가운데도 새 시를 내놓으라 보채는 황동규 교수에겐 친절한 시 해설까지 덤으로 얹어준다. 시원찮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김시습, 정몽주 등의 한국 한시를 고집하는 민병수 교수에겐 칠판의 나머지 반을 양보하는가 하면, 자신(창석)을 비꼬며 시의 패러디를 즐기는 짓궂은 외사씨(조동일 교수가 스스로 취한 별호)에겐 넉넉한 웃음으로 응대한다. \”백거이가 흑거이가 되겠다\”며 만나는 족족 새 시를 탐하는 벗들을 차분하게 달래는 창석의 모습은 영락없는 \’시학 스승(황동규 교수는 이병한 선생을 자신의 시학 선생으로 일컬은 바 있다.)\’이다. 수년에 걸친 창석의 한시 읽기가 거둔 교육적 성과에 대해 이상옥 교수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어느덧 여러 해가 지났고 우리는 창석 덕분에 수백 편의 한시를 읽을 수 있었다. 그간   우리가 한시를 보는 안목도 크게 높아졌고 그 해득력도 상당히 향상되었다. 그러니 영문   학과의 황동규가 송대 이후의 시는 당시에 비해서 일반적으로 품격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든가, 우리나라의 한시가 중국의 한시보다는 읽기가 더 어려운 것은 웬일이냐고 따질 수   있게 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조동일이 패러디를 쓸 때면 모두가 시구의 첨   삭을 두고 간섭하거나 조언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하헌이 오로지 \’술과 시\’의 정취만을 즐기는 한량들의 공간은 아니었다. 자하헌에 출입하는 인문대 교수들은 중국의 옛 선비들이 지녔던 날카로운 비판 정신과 저항 의식 역시 이어받고자 한다. 자하헌의 분방한 객담은 지조없는 정객들의 행태를 풍자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사회 병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데까지 나간다. 옹조(翁照)의 「달밤」을 패러디 한 외사씨의 시 한 수는 IMF 구제 금융 사태를 맞아 울분을 토로한 것이다.
   靜坐混世中,  孤吟憂國詩  隔海洋夷來  踏破槿花   (혼탁한 세상 가운데 조용히 앉아, 홀로 나라 걱정하는 시 한 수 읊누나.   바다 건너 서양 오랑캐 찾아와, 무궁화를 밟아 부수네.)
3 더위로 찌든 몸에 상쾌한 등목 같은 시 한 수
요즘같이 찌는 더위엔 무릇 복잡한 생각의 가지들을 쳐내고 한가로운 몸가짐을 갖는 것이 최고다. 정제된 구성과 간결한 수사로 복잡한 인간의 심사를 은은하게 풀어내는 한시는 그야말로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문학 형식이라 하겠다.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의 여름 편 한시들은 등목처럼 상쾌한 정취를 선사한다.
   머리 풀어 헤치고 석양 시원한 바람 맞고   창문 열어젖히고 넓은 마루에 벌렁 누웠네   연잎은 바람결에 향기 보내고    댓잎에 맺힌 이슬 밝은 소리 내며 방울져 떨어지네
                                                                            -맹호연의 「꿈에도 그리운 사람」 중에서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가 지는 해와 함께 물러나고, 시원한 바람결에 번져오는 연꽃 향기와 댓잎의 이슬 방울 소리가 청담한 흥취를 돋운다. 시인의 섬세한 감각과 세속적 명리를 멀리하려는 시인의 자유분방함이 엿보이는 시다. 그런가 하면 백거이의 「연못가」는 산속에서 묻어나오는 산승들의 바둑 두는 소리가 자못 선취를 풍긴다.   
   산승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는데   바둑판 위에 대나무 그늘이 시원하네          대나무 그림자에 가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때때로 바둑 두는 소리만 들리네
   소녀가 작은 배 저어    연을 훔쳐 따가지고 돌아오네   종적 감출 줄을 몰라   물풀 위로 산뜻 길 하나 생기네
여름 시편에는 선취가 느껴지는 시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안에 담긴 함축미와 깊은 철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선뜻 깊은 이치에 다가서게 한다. 더불어 청정한 공간 안에서 속객의 태를 벗고 거듭남의 정화감을 당장이라도 체험할 듯하다.
 4 이태백의 계절, 달빛 아래서 술에 취해 읊는 시
『이태백이 없으니 누구에게 술을 판다?』를 채우고 있는 가을 시편들은 대체로 화려한 수사나 까다로운 전고(典故) 없이 평담하고 고즈넉한 필치 속에 펼쳐진다. 쓸쓸한 바람이 불고, 달이 홀로 높아지면 가객들의 마음에 서정이 짙어지고 그리움이 문득 고인다. 그 에이고 넘치는 감상을 털어내기 위해 술을 벗 삼는 이태백.
   천고에 쌓인 시름 씩어나 보고져   내리닫이 백 병의 술을 마신다   이 밤 이 좋은 시간 우리 청담이나 나누세   휘영청 달까지 밝으니 잠을 잘 수도 없지 않은가!   얼큰히 취해서 텅 비인 산에 벌렁 누우니   하늘과 땅이 바로 이불이고 베개로다
                                                                                              -이백의 「벗과 함께 이 밤을」
술만 마시면 스스로를 주중선(酒中仙)이라 칭했던 이백은 1년 365일을 매일같이 술에 취했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며, 그에게 음주 행위는 일상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작시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이백의 낭만적인 시재와 호방한 풍류는 가을을 명실공히 그의 계절로 만들고 있다.      
오늘날 한시에 대한 관심은 한갓 회고 취미나 골동품을 완상하는 호사로 치부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병한의 번역으로 만나는 『한시 명편』은 현대시로 읽히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젊게 읽힌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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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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