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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 4—비극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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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윌리엄 셰익스피어 | 옮김 최종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6월 12일

ISBN: 978-89-374-3124-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25 · 496쪽

가격: 23,000원

분야 외국 문학


책소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연세대 영문과 최종철 교수의 20여 년 연구 및 번역의 결정판

셰익스피어를 전공하여 꾸준히 그의 극작품을 연구해 온 최종철 교수(연세대 영문과)의 번역으로 선보이는 국내 최초 ‘운문 번역’ 셰익스피어 전집. 셰익스피어 희곡들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운문 형식이며, 그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인 희곡도 전체 38편 가운데 22편이나 된다. 따라서 이런 운문 형식의 대사를 우리말로 어떻게 옮기느냐 하는 문제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깊이와 감동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곧바로 연결된다.

1993년 처음으로 『맥베스』를 운문 번역한 데 이어 지난 20여 년간 셰익스피어 번역에 매진해 온 최종철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형식을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에 적용하여 운문 형식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원문의 뜻을 최대한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출간된 『셰익스피어 전집 4—비극 I』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등 비극 세 편, 『셰익스피어 전집 5—비극 II』에는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 비극 네 편이 수록되었다. 지난 4월 26일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세례일 기준)을 맞아 출간된 『셰익스피어 전집 1—희극 I』, 『셰익스피어 전집 7—사극‧로맨스 I』을 포함해 전체 10권으로 구성된 셰익스피어 전집은 2019년 완간 예정이다.


목차

셰익스피어 전집의 운문 번역을 시작하며 5

로미오와 줄리엣 11
줄리어스 시저 163
햄릿 293

작가 연보 489


편집자 리뷰

■ 셰익스피어 희곡의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운문 형식의 대사 번역
— 시의 함축성과 상징성, 긴장감을 유지하고, 상상력의 자극을 살리며, 의미를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음악성 확보

영국의 평론가 토머스 칼라일은 “인도와 셰익스피어 중 어느 걸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영국인은 셰익스피어 없인 못 산다고 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사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별다른 수사가 필요 없는, 말 그대로 위대한 작가이다. 그가 미친 영향은 문학과 문화를 넘어, 철학과 언어학, 심리학에서도 여전히 발견된다. 그의 극작품이 이렇듯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총망라하고 역사와 철학을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로 쓰인 아름다운 대사 또한 지금까지 칭송받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대사의 절반 이상이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운문 형식이며, 이 형식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격식을 갖추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에 주로 쓰인다. 운문 형식 대사의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인 희곡도 전체 38편 가운데 22편이나 된다. 셰익스피어 극작품 중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4대 비극’의 경우를 보면 『햄릿』과 『리어 왕』은 75퍼센트, 『오셀로』는 80퍼센트가 운문 형식이며, 『맥베스』는 무려 95퍼센트가 운문 형식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운문을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하는 것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여 깊은 감동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역자인 최종철 교수는 “시 형식으로 쓴 연극 대사를 산문으로 바꿀 경우 시가 가지는 함축성과 상징성 및 긴장감이 현저히 줄어들고, 수많은 비유로 파생되는 상상력의 자극이 둔화되며, 이 모든 시어의 의미와 특성을 보다 더 정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인 음악성이 거의 사라”진다고 밝히고 있다.

최종철 교수는 산문 형식으로는 시적 효과와 긴장감이 떨어지며, 애초에 작가가 쓴 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운문 번역을 시도하게 되었다. 그는 우리말이 가진 음악성과 리듬을 살릴 수 있는,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와 몇 가지 변형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 약강 음절이 시 한 줄에 연속적으로 다섯 번 나타나는 ‘약강 오보’에 해당하는 원문의 자모 숫자와 우리말 12-18자에 들어가는 자모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한 번의 호흡으로 한 줄의 시에서 가장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음(의미)의 전달 양은 영어와 한국어가 별로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작품들이 애초에 배우들이 공연에서 말하게 되는 대사로 이루어졌으니 더욱 자연스러운 발견이었다. 역자는 “이렇게 우리말의 자수율로 영어의 리듬을 대체할 수 있었으며, 우리말 시 한 줄의 자수 제한 안에서 원문의 뜻 또한 최대한 정확하게, 거의 뒤틀림 없이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말 운문 대사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해당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 보면 그 리듬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The canker galls the infants of the spring,
Too oft before their buttons be disclosed,
And in the morn and liquid dew of youth
Contagious blastments are most imminent.
Be wary then; best safety lies in fear:
Youth to itself rebels, though none else near.

봄의 어린 새싹들이 봉오리도 열기 전에
자벌레가 너무 자주 그것들을 갉아 먹고
청춘의 아침과 그 이슬 속에는
전염성 마름병이 가장 빨리 생긴단다.
그러니 주의해.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청춘은 곁에 뉘 없어도 자신에게 반항해.
(『햄릿』 1막 3장 39~44)

최종철의 번역은 운문이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의 효과를 살리는 데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를 보여 준다. 최종철 역본의 대사들을 낭독해 보면 자연스러운 호흡 단위에 맞는 음절수와 행의 길이에서 나오는 발성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삼사조 운율이 주는 음악적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

 

■ 국내 최고의 셰익스피어 권위자가 선보이는 운문 번역,
― 25종의 판본을 비교, 작품당 50여 개의 주석, 작품별 서문 포함

1623년, 글로브 극장 시절의 동료 배우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36편을 “Mr. William Shakespeares Comedies, Histories, & Tragedies”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이절판(First Folio)을 출간한 이후 여러 연구자와 편집자 들에 의해 수많은 판본이 출간되었다. 이 판본들은 작게는 구두점에서부터 크게는 등장인물의 이름까지 저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역자 최종철 교수는 각 작품별로 가장 공신력 있는 판본을 저본 삼아 번역을 진행하되 3~4권의 참고본까지 함께 확인하면서 꼼꼼하고 정확하게 원문 대조를 마쳤다. 예를 들면 『햄릿』의 경우, 해럴드 젱킨스(Harold Jenkins) 편집의 아든(The Arden Shakespeare) 판 『햄릿(Hamlet)』을 기본으로 하고, G. 블레이크모어 에번스(G. Blakemore Evans) 편집의 리버사이드 셰익스피어(The Riverside Shakespeare) 판, 필립 에드워즈(Philip Edwards) 편집의 뉴케임브리지 셰익스피어(The New Cambridge Shakespeare) 판, 그리고 조너선 베이트와 에릭 라스무센(Jonathan Bate and Eric Rasmussen) 편집의 RSC(The Royal Shakespeare Company) 판을 참조하였다. 가장 믿을 만한 판본으로 평가받는 아든 판과 리버사이드 판 외에도 뉴케임브리지 판, 뉴펭귄 판, RSC 판 등을 동시에 참고한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은 400여 년 전에 쓰였고,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 유럽의 역사, 당시 영국의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번 셰익스피어 전집에서는 작품당 50여 개의 주석을 통해 보다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문을 인용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해석해 주는 주석에서부터, 아든 판이나 리버사이드 판 등 기존 판본들의 설명을 소개하고 각 판본들이 제시하는 해석의 차이까지 비교하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3막 3장, 85~86행 비통의…곤경이야
이렇게 어렵고 유식한 말은 유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집자들은 이 대사를 로런스 수사에게 돌리기도 하지만 그녀도 몇 마디쯤은 멋진 말을 적절한 자리에서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든)

『줄리어스 시저』 5막 1장, 101행 그 철학
수많은 각주의 설명처럼 스토아주의는 아니다. 물론 이후의 103~107행에서 스토아주의의 핵심 교리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플루타르크에 따르면 브루투스는 플라톤 학파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브루투스의 죽음은 군인이 철학자를 넘어선 경우를 보여 준다. (아든)

『햄릿』 1막 2장, 65행 촌수는…줄었죠
햄릿의 첫 대사. 조카인데 억지로 아들로 만들어 촌수는 약간 줄여 놓았지만 둘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말. 몇 가지 말장난을 의역한 것이다. 지문은 없지만 보통 방백으로 처리된다.

『오셀로』 3막 1장, 3~4행 나폴리…내는데요
광대는 나폴리 병이라 불리는 성병을 말하고 있으며 코가 썩는 것은 그 증상 중 하나이다. 이 비유를 음악으로 풀어내면 악기가 맑고 밝은 소리 대신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는 뜻이다. (아든)

『리어 왕』 2막 4장, 121~122행 건초…발랐대
마부들이 흔히 쓰는 속임수 중의 하나는 건초에 버터를 바르는 것이었다. 말은 기름 묻은 풀을 먹기 싫어하므로 마부들은 남은 풀을 훔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아줌마의 동생은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아든)

『맥베스』 1막 3장, 64행 달러
이 극의 역사적인 시간보다 근 500년 후인 1518년쯤에 처음으로 주조된 화폐이다. 셰익스피어 극에는 가끔 시대착오적인 사실이 나타나지만 중요한 것은 동시대 관객들의 지식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4, 5―비극 I, II』에는 셰익스피어 극작품의 정수로 불리는 비극 열 편 중 대표작 일곱 편이 수록되었다. 비극으로 묶이는 작품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갈등으로 인해 결국 주인공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최종철 교수는 각 작품의 「역자 서문」에서, 이 ‘죽음’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작품들을 분석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의 비극적인 죽음(『로미오와 줄리엣 』),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나는 암살(『줄리어스 시저』), 복수와 존재의 고민 속에서 벌어지는 죽음(『햄릿』), 음모와 질투로 인한 살인과 자살(『오셀로』), 엇나간 사랑이 불러온 죽음(『리어 왕』), 권력욕이 불러일으킨 시해와 연이은 죽음(『맥베스』),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인한 자결(『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이다.

『셰익스피어 전집 4―비극 I』에 수록된 『햄릿』에서는 문제적 대사 “To be, or not to be”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었다. 최종철 교수는 이 문장을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번역하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 『햄릿』에서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번역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고민한 결과이다.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역자가 ‘사느냐 죽느냐’로 옮겼다.(최재서의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와 이덕수의 ‘과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강우영의 ‘삶이냐, 죽음이냐’는 예외이다.)그런데 원문의 To be, or not to be는 ‘사느냐 죽느냐’를 포함하는 존재와 비존재를 대립시키고 있기 때문에, 또 이 독백이 살고 죽는 문제를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명시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고 모호하며 지극히 함축적인 일반론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것을 생사의 직설적인 선택으로 옮김은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원문의 뜻에 가장 적합한 순수 우리말은 ‘있다’와 ‘없다’의 적당한 변형이 될 것이고, 필자는 앞선 번역에서이 부분을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옮겼다. 그러나 있음과 없음에 아직 역사적, 철학적, 언어학적 무게가 충분히 실리지 않아 역자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이번에는 원문의 뜻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한자어를 쓰는 번역으로 바꾸었다

셰익스피어 전집은 작품의 성격 및 장르에 따라 희극, 비극, 사극, 로맨스로 나누어지며, 향후 5년간 꾸준히 출간하여 2019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10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셰익스피어 전집 1―희극 Ⅰ(『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좋으실 대로』 『십이야』 『잣대엔 잣대로』)
- 셰익스피어 전집 2―희극 Ⅱ
- 셰익스피어 전집 3―희극 Ⅲ
- 셰익스피어 전집 4―비극 Ⅰ(『로미로와 줄리엣』 『줄리어스 시저』 『햄릿』)
- 셰익스피어 전집 5―비극 Ⅱ(『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 셰익스피어 전집 6―비극 Ⅲ
- 셰익스피어 전집 7―사극․로맨스 Ⅰ(『헨리 4세 1부』 『헨리 4세 2부』 『겨울 이야기』 『태풍』)
- 셰익스피어 전집 8―사극․로맨스 Ⅱ
- 셰익스피어 전집 9―사극․로맨스 Ⅲ
- 셰익스피어 전집 10―시

 

■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모티프를 따온 표지 디자인,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성을 표현한 고유한 타이포그래피

셰익스피어 전집의 표지 및 본문 디자인은 서울대, 홍익대 강사이며 타이포그래피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유지원이 맡아 진행했다. 표지는 영국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1599년에 셰익스피어가 소유했던 로드 체임벌린스 멘 극단이 지었으며 그의 연극 대부분이 상연되었다. 그의 연극 「헨리 8세」 공연 도중 대포 사고로 소실되었다가 재건축되지만 그 후 문을 닫고 철거되었다. 그 후 당시 모습을 최대한 살려 1997년에 다시 지어졌다. 이 건물의 흰색 벽면에 그려진 선들에서 따온 모티프로 각 권의 성격에 맞는 그리드를 그리고 그 위에 독특한 패턴을 올린 표지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과 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표지를 넘기면 보게 되는 면지에는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내부 관객석을 단순화하여 디자인하였고, 그 결과 마치 글로브 극장 안으로 들어와, 이제 곧 그의 작품들을 보게(읽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제목 ‘셰익스피어 전집’의 글자체 또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어울릴 만한 서체를 구상하여 만든 십여 개의 타이포그래피 중 하나를 선정하였다. 본문 디자인은 희곡이라는 특성과 특히 운문 형식인 대사, 행수 표시 등을 고려하려 물 흘러가듯이 부드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하였다.

 

■ 본문 중에서

‣ 오 그럼, 싸우는 사랑이여! 사랑하는 미움이여!
오, 무에서 처음으로 창조된 만물이여!
오, 무거운 경박함, 심각한 허영심,
잘생긴 형체들의 보기 흉한 혼돈이여!
납 깃털, 맑은 연기, 차가운 불, 병든 건강,
겉보기와 정반대인 뜬눈의 잠이여!
이런 사랑 난 느껴, 느끼지도 못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 1막 1장 174~180행)

‣ 권좌의 오용은 권력에서 동정심을
떼어 낼 때 생기는데, 참되게 말하면
이성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시저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흔히 증명되듯이
겸손은 자라나는 야심의 사다리고
오르는 사람은 얼굴을 위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일단 그가 꼭대기에 이르면
사다리를 등지고 몸을 돌린 다음에
그가 밟고 올라왔던 낮은 단계 조소하며
구름을 쳐다본다. (『줄리어스 시저』 2막 1장 18~27행)

‣ 제가 이 무어인과 살려고 사랑한 사실이
거침없는 제 폭거와 운명 조롱 행위로
온 세상에 퍼지기를. 제 가슴은 주인님의
바로 그 성품에 철저히 정복당했답니다.
오셀로의 얼굴을 전 그의 마음에서 보았고
또 그의 영예와 용맹스러운 자질에
제 영혼과 운명을 헌납하였습니다. (『오셀로』 1막 3장 249~255행)

‣ 인생이란 움직이는 그림자일 뿐이고
잠시 동안 무대에서 활개치고 안달하다
더 이상 소식 없는 불쌍한 배우이며
소음, 광기 가득한데 의미는 전혀 없는
백치의 이야기다. (『맥베스』 5막 5장 24~28행)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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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비교적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의 런던에서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1616년 고향에서 사망하기까지 서른일곱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희곡들은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세계 문학의 고전’인 동시에 현대성이 풍부한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크게 희극, 비극, 사극, 로맨스로 구분되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총망라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철학까지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통을 계승하고, 당시의 문화 및 사회상을 반영하면서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다룬 다양한 주제가 이렇듯 깊은 감동을 주는 데에는 시적인 대사도 큰 역할을 한다. 셰익스피어가 남겨 놓은 위대한 유산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와 같은 문화 형식, 나아가 심리학, 철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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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철 옮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와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 미시간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셰익스피어와 희곡 연구를 바탕으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93년부터 셰익스피어 작품을 운문 형식으로 번역하는 데 매진하여,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와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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