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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사회를 넘어서


첨부파일


서지 정보

부제: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원제 BON POUR LA CASSE

워서 부제: Les déraisons de l’obsolescence programmée

세르주 라투슈 | 옮김 정기헌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4월 11일

ISBN: 978-89-374-8906-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44쪽

가격: 12,000원

분야 인문/역사/문화, 정치/사회/경제


책소개

낭비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from minumsa

 

“무엇을 사든 고장이 보장됩니다!”

올이 풀리지 않는 나일론 스타킹, 2500시간 사용 가능한 전구는 왜 사라졌을까?

새 컴퓨터 모델은 왜 호환이 잘되지 않을까?

아이팟 배터리 수명은 왜 18개월일까?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유지되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우리 시대의 대표적 탈성장 이론가인 세르주 라투슈의 신작 『낭비 사회를 넘어서-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작은 부품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 기기 전체가 작동을 멈춰 애를 먹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수명이 2~3년이라는 건 상식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계획적 진부화’라는 현상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세르주 라투슈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를 이끄는 필수 요소로 광고, 신용 카드, 계획적 진부화를 제시한다. 이 중 계획적 진부화, 즉 상품의 정해진 수명이야말로 성장 사회를 이끌어 가는 절대적 무기다. 우리는 광고와 신용 카드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결함 앞에서는 대부분 속수무책이 된다.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자에게는 귀찮고 돈이 드는 문제로 그칠 수 있지만 생태계에는 재앙이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계획적 진부화라는 개념을 통해 상품들에 포위된 우리의 일상이 식민화되고, 공간과 시간이 변형 왜곡되고, 급기야 인간성마저 진부한 것이 되어 버리는 과정을 추적한다.

◆ 2016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선정


목차

머리말

서론: 성장 중독

 

1 말과 사물_계획적 진부화의 정의와 성격

 

1 계획적 진부화란 무엇인가?

2 제품이 죽어야 소비 사회가 산다

 

2 계획적 진부화의 기원과 영역

 

1 계획적 진부화의 등장

1 인류학적 상수

2 전통이라는 장애물

3 위조의 시대

4 사고방식의 전환

 

2 계획적 진부화의 영역

1 ‘일회용 제품’의 등장

2 디트로이트 모델

3 진보적 진부화

4 유통 기한의 도래

5 음식의 진부화

 

3 계획적 진부화는 도덕적인가?

 

1 계획적 진부화의 사회적 역할

2 진부화와 윤리

3 인간의 진부화

 

4 계획적 진부화의 한계

 

1 소비자와 시민의 반응

2 진부화와 생태 위기

 

결론: 탈성장 혁명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편집자 리뷰

◆ 눈부신 기술 혁신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왜 물건들은 점점 더 빨리 고장 나는가?

‘계획적 진부화’ 개념을 통해 보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의 진실

 

경영학에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란 용어가 있다. 기업이 내구 소비재의 대체 수요를 증대할 목적으로 제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시키는 행동을 말한다. 진부화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기술적 진부화란 기술적 진보로 인해 기존 설비가 구식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옛날 청동기가 뗀석기를 대신하고, 증기 기관차가 마차를 대체한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심리적 진부화란 광고나 유행에 의해 제품을 구식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기존 제품과 새 제품의 차이는 겉모습, 즉 외양과 디자인의 차이, 심지어는 포장의 차이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주요 주제인 계획적 진부화는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애초 설계 시점부터 제품의 수명이 조작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린터에는 인쇄 매수가 1만 8000장이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게 하는 마이크로 칩이 삽입되어 있다. 1940년 듀폰사에서 출시된 스타킹은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 한 대를 끌 수 있을 만큼 튼튼했지만, 자외선 차단 첨가물의 양을 조절한 이후부터 여성들은 규칙적으로 새 스타킹을 구입하게 되었다. 1881년 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전구 수명은 1500시간이었고, 1920년대 생산된 전구의 평균 수명은 무려 2500시간이었지만, 현재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 등 기업 간 담합으로 1000시간 이하로 정해졌다. 수리가 불가능한 아이팟의 배터리가 제조 단계에서부터 이미 수명이 18개월로 제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다.

오늘날 계획적 진부화, 심리적 진부화, 기술적 진부화는 교묘히 결합되어 여론을 조작하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일상을 지배한다.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수명이 2~3년이라는 걸 이제는 상식처럼 이야기하고, 수리하는 것보다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게 오히려 싸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우리에게는 원래 쓰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기로 결심하는 심리적 문턱이 있다. 모든 마케팅 작업의 목적은 가능한 한 이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 하루라도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상상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은 상품에 대한 중독적 의존증을 단적으로 보여 주며, 계획적 진부화에 대한 반대가 왜 그토록 무기력한지를 설명해 준다.

이런 진부화의 출발점은 성장에 중독된 우리의 생산 시스템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끊임없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한다.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면 곧바로 위기가 찾아오고 모두 패닉 상태에 빠진다. 제품의 교체 주기, 폐기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필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제품이 불멸성을 지니게 되면 생산 시스템의 종말이 초래될 것이다. 생산이 계속되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제품이 죽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재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구매를 통해 끊임없이 갱신되는 제품들의 죽음 덕분에 성장과 소비의 사회가 목숨을 이어 가는 것이다.

 

 

◆ 가치의 쇠퇴를 대량 생산하는 ‘발전된’ 사회

‘일회용 제품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에 반대하는 세르주 라투슈는 자본주의 소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세 가지 요소로 광고, 신용 카드, 계획적 진부화를 꼽는다. 이 세 가지 요소야말로 현대인을 탐욕에 사로잡혀 낭비를 일삼는 충실한 소비자로 만들고, 낭비를 조장하는 상업적 전략과 상품을 생산하게 한다. 광고는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신용 카드는 소비를 가능하게 하며,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자의 필요를 갱신한다. 라투슈는 이 중 계획적 진부화, 즉 물건의 정해진 수명이야말로 성장 사회를 이끌어 가는 소비주의의 절대적 무기라고 말한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상품의 수명이 정해지고, 상품은 영구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회용 면도기, 생리대, 콘돔 등 19세기 말 등장한 일회용 제품은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1930년대 대공황과 함께 자유경제 이론가들의 생각에 힘입어 제품 수명의 단축은 더욱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진보적 폐기’ 혹은 ‘창조적 쓰레기’라는 표현이 탄생하고, “물건 사용이 번영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하지만 물건을 구입하면 반드시 번영이 온다.”라는 믿음이 퍼졌다. 20세기 말 세계화 바람으로 생산비가 절감되면서 이 같은 논리는 더욱 강해졌다.

일회용 콘돔과 생리대, 그릇, 포장 등 각종 생활 용품뿐만 아니라 수리할 수 없는 휴대용 라디오, 3년 주기로 바꾸는 자동차, 유행에 따라 리모델링하는 건물, 유통 기한이 도입된 식료품, 정년퇴직 등 이제 제품 수명 단축의 논리가 산업 생산 전체를 지배한다. 경영학자 시어도어 레빗은 다윈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product life cycle)’이라는 표현을 생각해 냈다. 이렇게 계획적 진부화는 일종의 자연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겐세일, 정기 세일, 가격 파괴, 가격 인하, 할인, 특가, 프로모션 행사 등과 동의어가 된 소비주의는 염가 처분, 가치 하락과 상실의 정신을 확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덕, 원칙, 이상의 상실”을 부추긴다. 모든 것은 판매 가능한 것이 되는 동시에 가치 하락을 겪는다.

이른바 ‘발전된’ 사회는 쇠퇴를 대량 생산한다. 다시 말해 가치의 상실, 상품을 넘어 인간까지 포함하는 일반화된 퇴락을 양산한다. 일회용 제품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상품은 쓰레기로 버려지고, 인간은 소외되거나 ‘사용’ 후 해고된다.

 

 

◆ 벼랑 끝에 선 생태계,

성장이라는 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를 향하여

 

계획적 진부화는 자연 자원의 낭비와 쓰레기의 범람이라는 중대한 생태적 문제를 야기한다. 소비 사회는 성장 사회의 종착점이다. 성장 사회는 성장 경제가 지배하는 사회, 성장이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성장을 위한 성장이 경제와 삶의 우선적인 목표, 심지어는 유일한 목표가 되어 버린다. 생산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무제한적으로 부추겨야 하며, 새로운 욕망을 무제한적으로 불러일으켜야 한다. 종국에는 오염과 쓰레기가 늘어나 지구 생태계가 파괴된다. 이는 시스템에 내재된 불변의 법칙이다.

평균 18개월 사용되고 버려지는 휴대 전화는 비소, 안티몬, 베릴륨, 카드뮴, 납, 니켈, 아연 등 다량의 독소를 포함한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2002년 미국에서는 작동 가능한 휴대 전화 1억 3000만 대가 폐기 처분됐다. 전차 제품 폐기물의 처리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테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셈이다.

한편 제한된 자연 자원의 고갈과 관련하여 새로운 차원의 인간 존엄성 훼손의 문제도 발생한다. 아프리카 콩고는 휴대 전화 생산에 필요한 콜탄 때문에 전쟁 중이다. 중국 서부에서 진행 중인 희토류 개발은 투르크계 주민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며, 나이지리아 니제르 삼각주의 석유 개발은 오고니 부족의 학살을 불러왔다. 그러나 끊임없이 ‘신상’으로 교체하는 스마트폰을 손에 쥔 우리는 이런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자는 구호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물건은 반드시 고장 나고 우리는 새 물건을 사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검소한 생활을 제안하는 차원을 넘어 성장이라는 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책에서 라투슈는 검약과 자기 통제, 내구재의 공동 사용, 에너지 자립을 갖춘 전환 마을 운동, 비재생 자원 관리를 위한 세계 공동 기구 설립 등을 제안한다. 그가 제시하는 탈성장 방법론의 핵심은 우리의 상상력을 탈식민화하는 데 있다. 즉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까지 급진적으로 변화시켜,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 제국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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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라투슈

세르주 라투슈 Serge Latouche
1940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반에서 태어났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로 파리 11대학 경제학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인 탈성장 이론가로, 발전 지상주의와 경제를 통한 세계 지배라는 관념을 통렬히 비판한다. 저서로 『메가머신(La Mégamachine)』(1995), 『발전에서 살아남기(Survivre au développement)』(2004), 『탈성장의 도박(Le Pari de la décroissance)』(2006),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까?(Petit traité de la décroissance sereine)』(2007), 『소비 사회를 넘어서(Sortir de la société de consommation)』(2010), 『검소한 풍요 사회를 향하여(Vers une société d’abondance frugale)』(2011), 『낭비 사회를 넘어서(Bon pour la casse)』(2012) 등 다수가 있다.

"세르주 라투슈"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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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헌 옮김

파리 8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란츠의 레퀴엠』, 『퀴르 강의 푸가』, 『프랑스는 몰락하는가』, 『해피스톤은 왜 토암바 섬에 갔을까』, 『리듬분석』 등 다수의 책을 옮겼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