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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첨부파일


서지 정보

김의경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4년 3월 7일

ISBN: 978-89-374-8896-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7x188 · 372쪽

가격: 12,000원

분야 한국 문학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4년 3월 7일 | 최종 업데이트 2014년 3월 7일 | ISBN 978-89-374-8897-9 | 가격 8,400원


책소개

파산 시대의 청춘을 대변하는 신예 작가의 출현!

 

20대에 신용 불량자,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되어 버린 인주

막다른 청춘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눈부신 젊음의 분투기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20대에 신용 불량자가,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된 주인공의 위태롭고 치열한 젊은 날을 그린 소설 『청춘 파산』이 출간되었다. 신용 불량자 신분으로 인해 일자리라고는 아르바이트밖에 구할 수 없고, 사채업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방 속엔 온갖 종류의 가발을 넣어 다녀야 하며, 빚 독촉 서류들에 대항하기 위해 밤새워 파산법을 공부해야 하는 서른셋의 백인주. 빚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수많은 청춘의 얼굴인 백인주는 작가 김의경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소설 속 인주처럼 열일곱 솜털 같은 나이에 집안의 부도를 겪으며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렸다. 사채업자들의 방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커녕 한 군데에서 일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작가는 주어진 삶에 가장 알맞은 형태인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깨닫게 됐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머리 위에 거대한 빚을 이고도 주눅 들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끝내 꿈을 찾아 가는 백인주의 이야기는 작가 김의경의 이야기와 겹치며 고단한 마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 줄 것이다.


목차

사당동

신림동

청담동

신당동

장충동

대림동

노량진동

평생학습관

연희동

신대방동

개포동

 

당선 소감


편집자 리뷰

■불어나는 이자, 악랄한 빚 독촉……

파산과 함께 내일을 저당 잡힌 가난한 청춘의 10일

 

신용 불량을 넘어선 개인 파산 시대. 거대한 빚에 눌려 꿈도 사랑도 청춘의 것이 아니다.  잘못한 것도 없이 빚더미에 갇혀 버린 한 여성이 10일 동안 ‘상가수첩’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일을 유쾌한 입담과 현장감 넘치는 대화로 그린 소설 『청춘 파산』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청춘 파산』은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청년 파산, 청년 실업 등 오늘날 청춘들이 당면한 위축된 현실을 상가수첩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백인주의 삶을 통해 실감나고 흥미롭게 그렸다.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도 운명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의 의지가 사채업자의 빚 독촉보다 끈질기고 강렬하다.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인 만큼 『청춘 파산』은 자전적 성격이 짙은 소설이다. 인간 CCTV ․ 위장 손님 ․ 두상 모델 등 발 닿는 곳마다 이어지는 지난날 아르바이트의 추억과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채권추심 서류, 사채업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독촉 방식과 그들을 따돌리기 위한 주인공의 절박한 위장술에는 빚 독촉을 피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일관했던 작가의 한 시절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서른 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빚 때문에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은 작품 속 등장인물일 뿐만 아니라 작가가 작품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혼자 공부한 지식으로 법정 서류들을 작성해 부당한 채권추심 세력과 맞서고 쳇바퀴같이 돌기만 하는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삶의 방향을 전진시키려는 모습은 쫓고 쫓기는 이야기적 재미와 인간 승리가 주는 감동뿐만 아니라 작가의 바람대로 위기의 청춘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하다.

백수, 노웨어맨 등 궁핍한 시대의 청춘과 파산 시대의 군상을 다루는 소설들은 그동안 많이 있어 왔다. 하지만 빚에 시달리는 젊은이에 대한 이토록 강한 집중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았다. 『청춘 파산』은 암울한 청춘 담론의 핵심을 간파하는 ’2014년 아르바이트생 구보 씨의 일일’이자 ‘21세기 두 파산’이다.

 

 

■빚 상속자 백인주, 파산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빚의 굴레

올해 나이 서른셋. 아르바이트라면 안 해 본 일이 없다. 하루에 세 번 취직하고 세 번 잘린 적도 있으니 이 정도면 알바 계의 고수. 일당 3~4만원W짜리 알바 자리라고 해도 이토록 쉽게 취직할 수 있고, 또 이렇게 박력 있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판단력 있는 백인주가 알바만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 말하자면 그녀는 ‘제3신분’,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신용 불량자에다 개인 파산자다.

인주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엄마의 사업 부도와 함께 시작됐다. 신용카드는커녕 한 달에 30만 원 이상은 써 본 적도 없건만 자고 일어나니 빚더미 위. 귀신같이 알고 직장으로 몰려드는 사채업자들 탓에 웬만한 일자리는 엄두도 못 내던 그녀를 아르바이트가 받아 줬다. ‘알바 천국’의 세계에 입성한 인주는 인간 CCTV부터 시작해 나이트클럽 위장 손님, 인형 탈 알바, 고시원 총무 등 일일이 다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그러나 하나같이 자격을 따져 묻지 않는 ‘헐렁한’ 곳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져 억울하게 상속받은 빚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가 싶던 찰나, 이상한 공문서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파산 신청 당시 서류에 적어 넣은 채권자 목록에서 누락된 사람들이 보내오는 문서들이 있는가 하면 엄연히 채권자 리스트에 포함한 사람들도 돈을 갚으라며 독촉장을 보내온다. 빚 독촉의 공포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빼앗으려는 수작인데, 그런 악의 가득한 문서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도착하는가 하면 통장의 잔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0원이 되어 있더니 급기야 월세 방의 보증금마저 다 빼앗길 판이다.

한편 인주 곁에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연인 호성이 있다. 그동안 자신의 처지 때문에 사랑 앞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던 인주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구보다 믿었던 호성마저 끝을 모르는 빚의 굴레에 지쳐 가고 인주도 좀처럼 호성을 붙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빚에 쫓기듯 사랑 앞에서도 도망치기 급급했던 그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본문에서

 

전입신고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 준 것은 투표용지였다. 난생처음 받아 본 투표용지.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 나는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 가족 모두의 주소가 어머니가 잘 아는 지방의 한 교회로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생애 첫 대통령 선거투표라고 호들갑을 떨며 투표한 2002년에 나는 혹시라도 부재자 신고를 하면 사채업자들이 나를 찾아낼까 봐 투표할 엄두를 못 냈고, 2007년에는 사채업자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해 주지 못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35쪽

 

면책을 받은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내 행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나는 등을 곧게 펴고 걸었고 안경 밑으로 주변을 둘러보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모자도 눌러쓰지 않아도 되었다. 미행하는 자가 없는지 살피기 위해 외출 시 주머니에 늘 소지하던 작은 손거울을 빠뜨렸을 때,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10년 만에 출옥한 죄수처럼 낯선 편안함을 만끽했다. 물론 면책을 받은 후 한 달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35~36쪽

 

한 달에 30만 원 이상 용돈을 써 본 적이 없고 신용카드라고는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신용 불량자가 되고, 개인 파산자가 되고, 10년이 더 지나서 파산 면책 결정을 받다니. 거기다 재산 명시인지 뭔지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 풍랑에 휩쓸려 무인도에 내던져졌다가 돌아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면책을 받았으니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건 내 착각이었다. 전입신고를 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XX 자산관리대부 주식회사’와 같은 이름도 기이한 회사로부터 이상한 문서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37쪽

 

내 잘못이 아니니까, 내가 진 빚이 아니니까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50~60쪽

 

그날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종원이 때문에 울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조금씩이나마 돈을 갚으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133쪽

 

지나고 나니 청룡열차를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놓아 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쥐어 주진 않았다. -175쪽

 

그 당시 나를 구해 줄 수 있는 건 가방 아니면 가발이었다. 나는 가방 안에 가발, 하이힐, 롱부츠, 스카프, 모자, 선글라스 등을 넣어 다니며 자유자재로 변신을 시도했다. 가발은 구겨지지 않게 지퍼백에 넣어서 가방의 가장 위쪽에 넣어 두었다. 사채업자들의 눈은 단순히 상의를 바꿔 입는 것으로는 속일 수 없었다. 그들은 화려한 스카프와 자연스러운 가발, 거미 다리처럼 길게 붙인 인조 속눈썹으로 비로소 속일 수 있는 예리한 감각의 소유자들이었다. -238~239쪽

 

 

■심사평에서

『청춘 파산』은  ‘2014년, 아르바이트생 구보 씨의 일일’로 읽힌다. 서울특별시 곳곳의 동네 이름으로 짠 목차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주인공은 매일 봉고차를 타고 다양한 거리에서 상가수첩을 돌린다. 분초를 다투며 상가수첩을 나눠 주는 현재의 날렵함과 각 동네에 얽힌 지난날 아르바이트의 추억담이 교묘하게 겹쳐 울림을 만든다. 빚더미에 앉은 주인공에게 날아드는 공문서들을 고스란히 제시하면서, 프리터 삶이 결코 즐거운 낭만이 아니라 힘겨운 현실임을 상기시킨 대목도 좋았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폭죽처럼 등장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잘 만드는 작가, 그 장면들을 맵시 있게 엮어 삶의 기쁨과 슬픔을 치열하게 담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심사평에서 은희경(소설가)․장은수(문학평론가)․김탁환(소설가)

 

 

 

 

■당선 소감에서

이 소설은 빚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소설의 주인공은 빚에 시달리다가 개인파산, 면책을 받았지만 여전히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받아 내려는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린다.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방법은 운명에 저항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빚더미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소설 속에는 일부분 개인의 체험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깨닫게 됐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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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경

1978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14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청춘 파산』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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