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 작가. “『1984』와 비교되는 작품” - 《가디언》

어떤 소송

원제 Corpus Delicti (Ein Prozess)

율리 체 | 옮김 장수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12월 27일 | ISBN 978-89-374-9065-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68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

미래의 건강 지상주의 사회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거대한 체제와 맞선 한 여자의 이야기

독일 서적상(2002), 토마스 만 상(2013) 수상 작가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이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율리 체가 오늘날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

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 율리 체가 2009년에 발표한 『어떤 소송』은 미래의 건강 지상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거대한 체제와 맞선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개인의 자유와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국가와 그 폐해를 비판적으로 그린 이 소설은 언론으로부터 “오웰의 『1984』와 비교되는 작품”(《가디언》)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작가 율리 체는 “오늘날의 여자 조지 오웰”(도이칠란트라디오)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법정 소설, 범죄 소설, 사이언스 픽션의 형식을 빌려 대담한 상상력과 비판적 문제의식을 보여 주는 『어떤 소송』은 온갖 기술의 발달로 사생활과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통제되는 오늘날 현실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이다.

편집자 리뷰

▶ 미래의 건강 지상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떤 소송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 모든 질병이 퇴치된 사회, 위생과 청결이 지배하는 사회, 사람들이 매일 규정대로 운동하고 매달 건강을 진단받는 사회, 『어떤 소송』의 주인공인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이 사는 체제는 언뜻 보기에 유토피아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체제는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한다. 온갖 불결한 세균들이 있을지 모를 강에서 맨발로 물장구치는 것을 금지한다. 캡슐이나 튜브에 든 음식이 아닌, 직접 잡은 물고기나 직접 뜯은 풀 먹는 것을 금지한다. 심지어 서로 면역 체계가 다른 사람들끼리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금지한다.
사랑이란 특정 면역 체계들이 서로 잘 맞는다는 말과 동의어일 뿐이라는 점을 누구나 안다. 다른 모든 결합은 질병이다. 로젠트레터의 사랑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바이러스다. 그는 진짜 외로움이 뭔지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외로움이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지낸다는 게 아니라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을 꼭꼭 숨겨야만 한다는 것이다.(119쪽)
『어떤 소송』은 미아가 ‘방법’이라 불리는 체제에 맞서 벌이는 법정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대부분 사람들처럼 법과 국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반항적이며 자유를 사랑하던 남동생 모리츠의 자살 뒤에 숨은 진실을 통해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새로이 태어난다. 소송 과정에서 그녀는 체제의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와 각각 개인과 자유, 국가와 건강을 변호하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진정 인간적인 것,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작가 율리 체는 진실과 개인 자유보다 권력과 체제 유지를 중시하는 독단적 국가 체제를 비판한다. 겉으로는 청결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고문 같은 낡은 수단도 가리지 않는 체제의 맨얼굴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절대 안 변하죠. 어느 체제나 마찬가지예요. 중세는 한 시대가 아니에요. 중세는 인간 본성의 이름이에요.(230쪽)

『어떤 소송』은 미래라는 시공간을 넘어, 개인을 억압하는 모든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소송이다.

 

▶ 미래 사회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되짚다

율리 체는 데뷔 이후로 줄곧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와 다채로운 글쓰기를 실험함으로써 독일 문단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첫 장편 소설 『독수리와 천사』에서는 전쟁과 묵시록을 소재로 삼았고, 2007년 작품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에서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물리학적, 철학적 담론을 다루었으며, 2012년 발표된 소설 『잠수 한계 시간』은 스릴러 요소가 강하다.
이와 같은 문학적 실험은 법정 소설, 범죄 소설, 사이언스 픽션 등의 형식을 취한 『어떤 소송』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율리 체는 운동 의무와 건강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정에 고발되며 “상테(Sánte. 프랑스어로 ‘건강’을 뜻하는 말)”가 일상 인사로 쓰이는 세계를 그리고, 병에 걸려 고통 받을 자유를 주장하는 ‘병날 권리’라는 반체제 조직을 등장시키는 등 건강이 법이자 진리, 최고 가치인 미래 사회의 이모저모를 개성 있게 묘사함으로써 문학적 상상력을 한껏 펼친다.
하지만 『어떤 소송』은 단순히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이언스 픽션이 아니다. 건강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 정해진 법과 규칙에 대한 맹목적 순종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나는 스스로를 면역학적 최적화 과정의 산물로 여기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다칠 위험”이라 부르고 반려 동물을 “전염 위험”이라 부르는 부모들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무엇이 내게 좋은지 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186쪽)

이렇듯 분노에 차 미래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고발하는 미아의 목소리는 ‘국가와 체제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자유와 인권이 침해되는 오늘날 현실에서 큰 의미가 있다.

 

▶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율리 체가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

율리 체는 독일에서 행동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9. 11 이후 생물학 정보를 담은 여권이 2008년 독일에 도입되자 개인의 기본권과 배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외국 정상 도청 사건과 관련, 독일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총리 관저로 행진하기도 했다. 평소 언론 매체를 통해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서슴지 않는 율리 체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잠들지 않은 비판적 의식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어떤 소송』은 바로 이러한 신념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기술과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개선된 오늘날, 율리 체는 사생활 감시와 통제, 자유권 침해 등 그 어두운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라고 외친다. 『어떤 소송』은 우리의 현실을 향한 문학적 경고이자 묵시록으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줄거리

건강이 최우선 가치이자 법인 21세기 중엽의 미래,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은 남동생 모리츠를 잃고 슬픔에 빠져 운동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다 법정에 소환된다. 반체제적이고 자유를 사랑하던 모리츠는 한 여자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리츠와 달리 체제를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변호사 로젠트레터를 만나 소송에 휘말리고, 남동생의 죽음 뒤에 숨은 진실을 통해 체제의 불합리성을 깨달아 간다. 새롭게 태어난 미아는 건강이라는 가치를 볼모로 개인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체제와 그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 『어떤 소송』에 쏟아진 찬사

우리를 정치적으로 눈뜨게 하는 작품. – 《쥐트도이체 차이퉁》
지나치게 구조화되고 지나치게 수량화된 우리 시대에 더욱더 중요한 소설. – 《가디언》
예브게니 자먀틴, 레이 브레드버리, 필립 K. 딕의 뒤를 잇는 분석적 묵시록의 작가. – 《디 차이트》

목차

서문  11
판결  13
21세기 중엽, 한낮  15
후추  24
이상적 애인  29
예쁜 몸짓  33
유전적 지문  37
무리한 이데올로기들은 필요 없다  40
플렉시 유리를 통해서  47
고통에 대한 특별한 재능  50
콩 통조림  52
주스 압착기  54
애당초 이해하라고 한 말이 아니다  58
사적인 일  60
모피와 뿔 1부  64
연기  68
조정 심리가 아니다  71
착한 젊은이  75
감시원  81
지휘 본부에서  83
병날 권리  87
물고기 끝  94
재판봉  101
너는 어느 편이냐  107
허락되지 않는 것  114
달팽이들  118
상반된 감정의 양립  128
울지 않고  132
우리들의 집  136
위협은 주의를 요구한다  139
울타리에 올라탄 여자  142
가죽과 뿔 2부  148
묵비권  152
예외 건  154
저기 미아다  168
최대한의 승리  171
두 번째 범주  177
문제가 무엇인가  185
신임 투표  187
소파 쿠션  190
자유의 여신상  193
건강한 인간 오성  197
냄새가 없고 투명한  200
뷔르머  211
세상 어떤 사랑도  216
중세  224
비가 온다  231
희박한 공기  235
위를 보라  242
끝  251

옮긴이의 말   391

작가 소개

율리 체

197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에 단편 소설로 등단한 한편,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유엔에 근무하고 여러 신문에 정치적 색채가 강한 글을 게재해 왔다. 법조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는데, 2001년에 첫 장편 소설 『독수리와 천사』를 발표하자마자 독일어권 문학계의 신예로 급부상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소재로 현대 전쟁의 묵시록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한 이 작품은 서른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독일 서적상, 에른스트 톨러 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7년에 추리 소설 형식의 작품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을 발표해 주목받았으며, 2009년에는 소설 『어떤 소송』을 출간했다.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체제에 맞서는 한 여인의 법정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오늘날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며 지적 담론을 생성하는 율리 체의 작품은 독일 문단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이언스 픽션, 추리 소설, 범죄 소설 등 여러 장르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진단하는 그녀의 글쓰기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소설 『유희 충동』(2004)과 『잠수 한계 시간』(2012), 아동서 『사람들의 나라』(2008), 에세이집 『자유에 대한 공격』(2009) 등이 있으며, 2013년 토마스 만 상을 받았다. 현재 브란덴부르크 주의 바르네비츠에서 법조인으로 일하며 꾸준히 집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julizeh.de

장수미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방송영화학과 미술사,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GDS(독일어 대 디플롬)를 취득했다. 영남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중국의 쉰들러’ 라베의 『존 라베 난징의 굿맨』,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눈알 수집가』가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4년 2월 7일 | 최종 업데이트 2014년 2월 7일

ISBN 978-89-374-7903-8 | 가격 9,100원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한줄평

정상으로 안팎을 나누는 그 기준이 어떻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소설 속 세계를 SF 분야에 넣는 걸 거부한 작가를 보고 있자면 이미 이 세계는 우리 체제 안에 녹아 있지 않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밑줄 친 문장

인긴의 가장 큰 저주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항상 지나고 나서야 일게 된다는 것이다. p.148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어떤 소송
WOMAD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