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아, 미안하다

심언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3월 26일 | ISBN 978-89-374-0756-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00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故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제자’ 심언주의 첫 번째 시집 경쾌한 감수성으로 그려 낸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이미지 2004년 「예감」외 4편의 시로 《현대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심언주의 첫 번째 시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故 김춘수 시인의 ‘마지막 추천’을 받은 제자이며 그의 장례식에서 조시를 낭독하기도 했던 심언주는 누구보다도 ‘비극을 아름답게 그려 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4월아, 미안하다』에서는 하늘과 땅이라는 수직 구도에 매여 그림자처럼 살아가던 화자가 인간의 비극적 숙명에서 벗어나 우주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는 상승의 이미지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편집자 리뷰

■ 빛으로부터 고립된 그림자 주체, 고개 들어야 할 때를 놓치다 심언주 시의 화자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과 같다. 주위로는 끝없이 넓고 아래로는 한없이 깊은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 섬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러므로 섬, 즉 ‘나’는 심연 깊은 곳 어둠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주위 ‘타자’를 발견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도 없다. 고개 들어야 할 때를 놓치고 말았다.―「섬」전문이 섬이 상징하듯, 시인 이문재는 심언주의 시에서 주목할 만한 주체는 바로 ‘그림자 주체’라고 지적한다. 무덤 속에서 오랜 시간 육탈의 과정을 거쳐 뼈와 머리카락만 남은 「온몸이 지우개가 된 여자」, 화덕 위에서 구워지는 조개(「조개를 굽다」), 신호등 앞에 유령처럼 서 있는 나(「예감」), 실체는 없고 실체의 흔적만 있는 저수지(「심심해」) 등 그의 시에는 당당한 주체가 아니라, 그 그림자나 다름없는 주체들이 곳곳에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체들은 계속 그림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심언주는 이 그림자를 ‘빛’의 세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거듭한다. ■ 우주적 교합이 만들어 낸 수태와 생산, 죽음의 이미지심언주는 ‘빛’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으로 수태와 생산을 통한 상승을 택했다. 여성에게 있어 ‘수태’는 가장 치열하고도 주체적인 행위다. “빈자리에 빗방울들이/ 알을 슬어요./ 하늘이 뿌리는 씨알 (중략) 내 안의 유리창에/ 알을 슬려고 빗방울들이 안달이에요./ 으깨진 채 수만 개 알들이 굴러 떨어져요./ 나는 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에서 하늘이 남성이라면, 하늘이 뿌리는 씨알을 받는 이는 ‘여성’이자 시적 화자다. 하지만 그는 수태를 거부한다. 수태와 생산을 주관하는 것은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남성-타자가 아니라 바로 화자, 즉 그림자 주체인 것이다. 이문재 시인은 바로 이때 화자가 자신의 그림자를 벗어 버리고, “절대자와 마주하는 당당한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태는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의사가 복부에 감지기를 올려놓았다/ 태동이 멈춘 모니터/ 눈물 나는/ 파란 하늘에/ 사납게 흔들리는 상수리나무/ 내/ 아/ 이/ 가/ 떨어져 내린다”(「구름이라도 그려 넣자」), “불가사리 한 마리, 바닷가에 식다 만 별 하나가 버려져 있다.”(「초승달을 당기면」), “어두운 하늘 위로위로 올라간다. 나는 지금 천국엘 간다.”(「엘리베이터」) 등 시집 곳곳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숨어 있다. 그러나 심언주는 이 죽음의 그림자를 결코 무겁거나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경쾌한 감수성으로 감싸 안은 숭고한 비극성이문재 시인은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역추적하듯이, 비극을 비극적이지 않게 드러내는 방식이 심언주의 시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어두운 이미지에 속하는 수태, 출산, 죽음 같은 주제들이 시어의 ‘반복’과 ‘나열’ 같은 언어유희로 인해 경쾌해졌다는 것이다. “함께 걷던 ‘거리’가 있다/ 함께였는데 ‘거리’를 둔다”(「길을 길들이는 법」), 「내일을 위해 내 일을 위해」에 등장하는 “이” 씨 성과 “이메일”, “저수지에 갈대는 없고 갈대 깃털만 있고, 갈대 깃털은 없고 사각사각 칼 가는 오리만 있고”(「심심해」) 등 리듬이 실려 한층 가벼워진 시어들 덕분에 자칫 구차해질 수 있는 절망과 비극이 세련되게 느껴진다. 절제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심언주는 이로써 수태와 죽음이라는 무거운 운명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림자 주체’를 마침내 “새로운 주체, 즉 능동적인 주체, 가벼운 주체, 우주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목차

자서온몸이 지우개가 된 여자조개를 굽다꽃잎예감길을 길들이는 법관계점화심심해하느님의 아이를 배지 않겠다구요가위안녕, 김밥초승달을 당기면풀엘리베이터꽃잎과 R과 커피CCTV빗방울에게 묵념을비명수종사 삽살개처럼지하철 정거장에서꽁무니부품 조립섬나무들공4월아, 미안하다빨래천남성브래지어를 열면국화 화원횡설수설아파트에서바코드 터널내일을 위해 내 일을 위해빗방울 행진곡황소와 망초꽃아이들구름이라도 그려 넣자장마바람아래해수욕장에 뒹구는 말들목련술 술 진술하다깃발표본 산제비나비는 상자 밖을 날고 있다빈 병헌화가접시 위 7번 국도나팔? 행성비너스, 벗어던져요쥐 잡으려다비밀 한 컷브래지어시뮬레이션ㅡ새웃는 도마뱀나는 흩뿌려진다줄장미작품 해설 | 그림자, 벌덕 일어서다―이문재

작가 소개

심언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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