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으로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 소설

피라미드

원제 The Pyramid

윌리엄 골딩 | 옮김 안지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10월 4일 | ISBN 978-89-374-6314-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24쪽 | 가격 13,000원

수상/추천: 노벨문학상

책소개

폐쇄적인 영국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개개인의 욕망과 위선, 사회의 계급 구조를 꿰뚫고 풍자한 작품

노벨 문학상과 부커 상 수상 작가이자, 『파리대왕』으로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피라미드』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1967년 발표된 『피라미드』는 20세기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영국 사회의 계급 ‘피라미드’ 구조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대표작 『파리대왕』에서 인간의 야만적이고 악한 본성을 집중 조명했던 골딩은, 이 소설에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표현하며 삶을 더 깊이 성찰한다.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 영국 사회의 계급 문제라는 내밀한 문제의식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형상화한 『피라미드』는 골딩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이다.

▶ 골딩은 성장하고 나이 드는 과정에서 겪는 모든 고통을 절묘한 기교로 묘사한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희극적인 이야기들을 선사한다. – 《데일리 텔레그래프》
▶ 반복해서 마음에 떠오르는 소설. – 《가디언》

편집자 리뷰

▶ 영국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골딩의 자전적 소설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앞둔 18세 소년 올리버는 자신이 동경하는 상류층 여인 이모젠의 약혼 소식에 우울해한다. 어느 날 마을에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소녀 이비가 그의 집 앞에 나타난다.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 보비와 밀회 중 자동차가 연못에 빠져 도움을 청하는 이비에게 은밀한 욕망을 품게 된 올리버는 그녀를 차지하려 한다. 촉망받는 의사 집안 아들, 초라한 퇴역 군인, 마을을 호령하는 유력가, 런던에서 온 세련된 연출가, 웨일스 출신 떠돌이 정비사, 광기에 빠진 실패한 음악가와 그의 괴팍한 딸 등 작은 마을 스틸본에 사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은 여전히 계급 질서가 지배하는 영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 준다.
『피라미드』는 골딩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로 꼽힌다. 골딩은 이 소설의 주인공 올리버처럼 부모 뜻대로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해 자연 과학을 공부하지만 나중에는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이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스틸본 역시 골딩이 유년기를 보낸 말보로(Marlborough)를 모델로 구상되었다. 골딩은 한 인터뷰에서 말보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말보로는] 이 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계급화된(stratified) 사회였고 영국 사회의 피라미드 구조와 그것에 대한 인식은 나의 정신 안에, 그러니까 나의 지성뿐 아니라 감정과 육체에 영구적으로 각인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 때문에 분노하고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고 세상에 점차 알려지면서 내가 중산층인지, 중하류층인지, 하류층인지를 걱정할 이유가 줄어들지만요……. 그것은 녹아 버리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습니다. 내 안에 화석화되어 있습니다.”(작품 해설 중)

골딩은 말보로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당시 겪은 계급 질서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력에 대해 고백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고 영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어 이후 골딩의 작품 활동에 깊숙이 투영되었다. 특히 『피라미드』에서는 이러한 비판적인 문제의식이 가장 뚜렷하고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 폐쇄적인 계급 ‘피라미드’에 갇힌 사람들을 통해 영국 사회를 풍자하다

『피라미드』는 서로 독립된 듯하면서도 곳곳에서 연결된 세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올리버, 이비 그리고 상류층 집안 아들 보비 사이 삼각관계가 다루어지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스틸본 오페라회의 오페레타 공연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어린 시절 올리버의 음악 수업과 음악 선생 바운스의 비극적 삶을 그린다. 보수적인 관습, 폐쇄적인 계급 ‘피라미드’에 따른 차별과 멸시 등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세 이야기는 한데 모여 스틸본 전체의 그림이 된다. 스틸본에서는 사랑이나 우정, 연대 같은 진실한 인간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며 하류층, 중류층, 상류층으로 이어지는 계급 질서만이 지배적인 가치로 통용된다. 골딩은 올리버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부르짖는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모든 게 다 잘못되었어요. 모든 게요. 진실도 없고 정직함도 없어요. 오, 맙소사! (……) 스틸본은 하늘을 지붕으로 받아들이죠. (……) 다 거짓말, 거짓말이라고요! 다 역겨워요!”(195쪽)

스틸본이라는 거대한 “크리스털 피라미드”에 갇힌 채, 겉으로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커튼 뒤에 숨어 몰래 이웃들을 관찰하고는 이러쿵저러쿵하는 마을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의 모습, 영국 사회의 허위에 찬 현실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본래 거대한 무덤을 가리키는 ‘피라미드’는 생명과 사랑이 부재하고 사산된(stillborn) 스틸본(Stilbourne)의 모습을 상징한다. 골딩의 『피라미드』는 낡은 계급 질서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부조리,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생생하게 그려 냄으로써 당대 영국 사회, 더 나아가 온갖 계층 구조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다.

 

▶ 골딩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골딩은 1954년 발표한 대표작 『파리대왕』을 통해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현대 문명에 경종을 울린 이 소설은 20세기 영문학의 대표작이 되었다. 『피라미드』는 한 마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여러 비극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폭력성, 폐쇄적인 계급 구조 같은 현실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파리대왕』과 비슷하지만, 이 소설에 나타나는 경쾌하고 날카로운 풍자는 골딩 문학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특히 『피라미드』에서는 신화나 우화를 기반으로 하는 골딩의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사실적인 이야기와 자전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인간의 욕망과 위선, 영국 사회의 계급 구조에 대한 내밀한 문제의식을 풀어 낸 『피라미드』는 골딩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작가 소개

윌리엄 골딩

1911년 영국 콘월주에서 태어났다. 1930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브래스노스 칼리지에 입학해 자연 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934년 서정시 스물아홉 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했다. 해군으로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해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 격침 및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교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4년 발표한 첫 소설 『파리대왕』을 통해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 사회를 우화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오늘날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소설을 계기로 골딩은 198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소설 『상속자들』(1955), 『핀처 마틴』(1956), 『자유 낙하』(1959), 『첨탑』(1964), 희곡 「놋쇠 나비」(1958), 에세이집 『핫 게이츠』(1965) 등을 발표했으며 1980년 출간된 작품 『통과 제의』로 부커 상을 받았다. 1961년 미국 버지니아주 홀린스 칼리지에서 방문 작가를 지냈으며 1988년 영국 왕실에서 훈작사 작위를 받았다. 1993년 여름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안지현 옮김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흑인 여성 문학, 흑인 문학과 정치성, 페미니즘, 현대 미국 소설 등이다. 현재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피라미드』, 『강을 건너며』가 있고, 연구 논문으로는 「Du Boisian Critique of American Exceptionalism and Its Limitations」, 「Why Dick and Jane Went Mad: Dolls and Blues in Toni Morrison’s The Bluest Eye」 등이 있다.

독자 리뷰(4)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피라미드
가만안둬영감탱 2018.11.14
피라미드
연꽃폴라리스 2017.5.8
씁쓸함이 남는 계급사회의 이면....
최윤영 2015.10.15
기대했던 강렬한 피라미드의 모습은 없지만...…
황정수 201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