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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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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누구나 알고 싶어 했지만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언어 천재들의 놀라운 학습법

부제: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

원제 Babel No More

워서 부제: The Search for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Language Learners

마이클 에라드 | 옮김 박중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3년 10월 7일

ISBN: 978-89-374-8811-5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04쪽

가격: 20,000원

분야 논픽션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10월 11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10월 11일 | ISBN 978-89-374-8812-2 | 가격 14,000원


책소개

10가지, 30가지, 아니 무려 72가지 언어를 습득했다?
모두가 소망하지만 좀처럼 이루기 어려운 유창한 외국어 능력,
하지만 초다언어구사자에게는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

영어 하나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점차 외국어 습득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만약 언어 습득의 비밀을 풀 수만 있다면 누구나 여러 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 텐데.” 마침 저자는 이 난제의 ‘잃어버린 고리’처럼 보이는 존재를 발견한다. 인류의 역사 곳곳에, 세계 각지에 늘 전설처럼 떠돌던 ‘초다언어구사자들’이다. 바벨탑의 저주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곁에 존재해 온 ‘초다언어구사자(hyper-polyglot)’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들이라면 ‘언어 습득의 비밀’을 알지 않을까. 이때 저자는 19세기에 실존했던 메조판티 추기경의 ‘전설’을 접한다. 메조판티 추기경은 한두 가지도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를 무려 ‘72가지’나 구사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언어 천재를 알게 된 저자는 세상의 모든 ‘언어 천재들’을 만나기 위한 기나긴 순례를 시작한다. 최선의 언어 습득 방법을 배우기 위해 최고의 언어 학습자들을 직접 만나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메조판티 추기경의 유품에서부터 유튜브 영상, 언어 천재의 뇌를 살펴보고, 『기네스북』에 등재된 공식적인 현존 언어 천재, 유럽연합의 통역관, 외국어 교육자, 어학 공부가 취미인 대장장이, 서번트증후군 아동, 인도 남부의 장사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했고, 또 살아 있는 ‘언어 천재들’의 모든 흔적을 차례로 더듬어 간다.

이 순례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언어 학습의 왕도’는 과연 어떤 것일까? ‘초다언어구사자들’은 우리와는 다른 ‘천재’였을 뿐인가, 아니면 지독한 학구파 혹은 언어 마니아였던 것일까? 저자 마이클 에라드는 실증 조사와 뇌과학 연구, 인터뷰와 객관적인 어학 검증 시험을 총동원해 ‘초다언어구사자’를 둘러싼 신화와 전설, 소문의 장막을 모두 걷어낸다. 지구를 몇 바퀴 돌고 언어학과 신경과학을 종횡무진하며 저자가 밝혀낸 ‘언어 습득의 비밀’이 이제 공개된다.


목차

1부 질문: 추기경의 미궁 속으로
서문: 천사의 말도 통역하는 인간
1 초다언어구사자란 누구인가
2 메조판티 추기경, 72가지 언어를 구사한 전설의 언어 천재
3 바벨의 정복자들을 찾는 순례가 시작되다
4 언어 학습에 관한 몇 가지 이론

2부 접근: 초다언어구사자를 찾아서
5 언어학, 초다언어구사자의 정체를 묻다
6 왜 사람들은 여러 개의 언어를 말하고 싶어 할까?
7 크리스토퍼, 언어 천재가 된 서번트
8 지아드 파자, 말 못 하는 초다언어구사자
9 아르겔레스와 헬렌, 현존하는 초다언어구사자

3부 계시: 두뇌의 속삭임
10 에밀 크렙스, 언어 천재의 뇌를 열다
11 뇌과학으로 풀어 본 초다언어구사자의 조건
12 초다언어구사자의 두뇌가 말하는 언어 습득의 비밀
13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두뇌와 언어의 관계
14 그레그 콕스, 기네스북이 인정한 언어 천재

4부 정교화: 바벨의 두뇌
15 인도 남부, 다언어구사 환경의 핵심을 찾다
16 언어를 사랑하라, 초다언어구사자가 되는 첫걸음
17 초다언어구사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가능한가

5부 도착: 플랑드르의 초다언어구사자
제18장 다언어구사 경연 대회의 우승자를 만나다
제19장 언어 학습을 위한 특별한 조언

감사의 말
부록

옮긴이의 말: 초다언어구사자를 통해 바라본 언어 학습의 본질


편집자 리뷰

■ 외국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학습법은 무엇일까?

한국인들이 바라는 새해 소망에서 늘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 있다. 건강과 연애, 취직이나 승진 못지않게 ‘외국어’를 습득하고자 하는 열망은 어마어마하다. 인터넷의 발달, 다국적 기업의 출현 등으로 세계화가 더욱 현저해진 요즘 ‘외국어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 유창한 외국어 능력은 한 개인의 성공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교양까지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외국어 교육비로 14만 8000원을 지출(잡코리아 조사)하며, 국내 유아 대상 외국어 교육비는 연간 2조 원(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외국어 습득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외국어 습득이라는 난제를 앞에 두고 늘 이렇게 푸념한다. “외국어를 좀 더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없을까?”
저자 마이클 에라드도 우리와 같은 의문을 품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모국어이자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의 혜택을 누리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외국어 습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대만에서 일자리를 얻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우고자 고군분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한편 저자 자신도 영어와는 전혀 다른 ‘중국어권’에 머무는 경험을 통해 ‘외국어 습득’의 어려움을 절감한다. 외국어 습득이 지구촌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극복할 특별한 방법이 어디 없을까?
무엇이든 최선의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 분야의 대가를 만나야 한다. 에라드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류의 역사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언어 천재들’, 즉 수십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초다언어구사자’를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언어의 천재들’이라면 분명 언어 습득의 왕도를 알 것이다. 그들만의 특별한 언어 학습법을 밝혀낼 수 있다면, 모두가 열망하는 ‘외국어 습득’은 이제 고통이 아닌 기쁨이 되지 않을까.

■ 72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메조판티 추기경
전설인가, 과장된 소문일 뿐인가?

19세기 이탈리아에 실존했던 메조판티 추기경은 한두 가지 외국어가 유창해도 놀라운데, 무려 72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명성은 그 자체로 신화이고, 전설이다. 저자가 보기에도 메조판티는 완벽한 ‘언어 천재’였다. 습득한 외국어의 풍부함, 원어민 수준의 구사 능력, 게다가 허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품위까지 ‘언어 습득의 비밀’을 알려 주기에 이보다 더 적격한 인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점이다. 그런데 저자는 ‘언어 습득의 비법’을 밝히는 순례의 첫 방문지로 메조판티의 고향인 볼로냐를 방문한다. 지난 수백 년간 그보다 위대한 ‘언어 학습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에라드는 처음 메조판티를 접했을 때 그 믿기 어려운 ‘전설’에 놀라 볼로냐를 찾았지만, 막상 수소문하고 보니 사실상 들여다볼 ‘자료’가 거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볼로냐 도서관의 사서로부터 낡은 상자 몇 개를 건네받는다. 바로 메조판티의 전설을 사실로 입증해 줄 그의 유품이었다. 언어 습득의 ‘판도라 상자’라고 해도 좋을 메조판티의 유품 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담겼을까?
“메조판티, 그는 진짜다!” 저자는 메조파티의 유물을 마주하자마자 그가 단순한 ‘전설’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지만 메조판티의 유품이 그의 존재를 증명해 주긴 했지만, 그의 놀라운 ‘재능’까지 확증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마땅한 증거도 없이 초다언어구사자들의 존재와 그들의 학습 능력을 신뢰할 만큼 순진하지 않다. 이제 에라드는 자신보다 앞서 ‘언어 천재’의 정체를 조사한 각 분야의 연구 성과를 찾아보기로 한다. 오늘날 우리 곁에 존재하는 ‘초다언어구사자’ 다룬 연구물이라면 분명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을 것이다.

■ 통역관, 대장장이, 시장 장사꾼에서 서번트증후군 아동에 이르기까지
언어 천재는 유전적 소질인가, 환경의 영향인가?

비록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초다언어구사자’에 대한 연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오랜 탐문 끝에 메조판티보다 좀 더 가까운 시대의 사람들, 즉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도 있는 우리 곁의 초다언어구사자들을 알아낸다. 그중에는 오십 가지 언어를 재빠르게 익히고 구사했던 대장장이 일라이후 버리트, 아홉 살 때 이미 열세 가지 언어를 익혔다고 하는 셰리 등이 있었다. 한편 직접 만나볼 수 있었던 ‘초다언어구사자’ 켄 헤일은 “자신이 언어 천재라는 소문은 명백한 허구”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길 “자신은 기껏해야 세 가지 언어만 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수시로 공부해야 한다.”라고 해명했다. 스물두 가지 언어를 습득한 유럽연합의 통역관 그레이엄 캔스데일도, 예순네 가지 언어를 구사하여 『기네스북』에 오른 그레그 콕스도 ‘악마와의 계약’을 의심케 하는 기적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마치 모두가 입을 맞춘 듯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동시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것이다.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초다언어구사자 중 한 명인 롬브 카토 역시 ‘언어 천재’의 신화를 부정하며 ‘학습자’로서의 지난한 과정을 강조했다. 결국 ‘엄청나게 노력하면’ 누구나 초다언어구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인 것일까? 한편 저자가 만난 크리스토퍼는 전형적인 서번트증후군(자폐의 일종) 환자다. 그의 특별한 점은 수십 가지 언어를 전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복습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의 초인적인 능력은 가히 놀라웠지만, 서번트증후군의 특성상 언어의 근원적 기능인 소통이 부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언어를 ‘언어’로 인식하기보다는, 일종의 규칙으로서 전부 암기하고 있었다. 이 또한 저자가 원하는 초다언어구사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특수한 뇌기능이 언어 천재가 되는 결정적인 요인일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초다언어구사자인 에밀 크랩스의 뇌는 뇌기능과 다중언어구사 능력의 관계를 밝혀줄 소중한 자료다. 마침내 에라드는 언어 천재의 뇌를 마주한다. 확실히 크랩스 뇌는 언어의 달인답게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질을 지녔다. 우리가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천재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전문가의 의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언어 천재로 태어났는지, 부단히 언어를 공부해서 언어 신경이 강화된 것인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아스퍼거증후군의 특성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결국 언어 천재의 뇌 또한 절반의 힌트만 준 채 정확한 답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어 천재들도 다른 분야의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자질, 즉 남다른 언어 신경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제 다언어구사자들이 대다수인 지역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부 언어 마니아의 기벽도, 특별한 뇌도, 초다언어구사자의 결정적인 조건이 아니라면 이번엔 ‘환경’에 대해 고려해 볼 때다.

유럽의 플랑드르 지역은 두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인 교육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아마존과 인도 남부도 익히 알려진 다중언어구사의 현장이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성원들이 전부 서너 가지나 되는 언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구사자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운 좋게도 인도 남부의 다중언어 환경을 조사한 마이클 에라드는, 그곳 사람들이 적어도 네 가지 이상 언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마이클 에라드는 삶의 필요에 의해 다언어구사자가 된 인도 남부 사람들이, 언어적 필요가 인지 자본과 적정의 균형을 이룰 때 언어 습득을 중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필요한 만큼만 언어를 습득하고, 초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다중언어 공동체의 한 성원이 평균적으로 습득해야 할 언어의 가짓수는 서너 가지다. 인도 남부 사람들도 서너 가지, 혹은 거기에 한두 가지 언어를 더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 어느 누구도 ‘의식적으로’ 초다언어구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초다언어구사자는 ‘환경’에 의해 다언어구사자가 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초다언어구사자는 서로 다른 어족, 자기가 사는 환경에서 결코 요구되지 않는 언어들을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습득한 사람들이다. 초다언어구사자는 특수한 언어 신경을 지닌 인간인 동시에, 그 자질을 단련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존재인 것이다. 이제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인정된, 그야말로 ‘진짜’ 초다언어구사자를 만나러 갈 때다.

요한 판데발러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가 말하길 자신은 서른한 가지 언어를 알고 있으며, 그 덕에 ‘플랑드르 초다언어구사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뒤이어 판데발러는 “물론 대회에 나가기 전에 열심히 공부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도 다른 초다언어구사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일까? “한때는 누구나 초다언어구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단순히 고된 노력만이 성공의 핵심은 아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뛰어난 채비’를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판데발러는 차분하게 술회했다. 아무리 그가 ‘초다언어구사자’만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메조판티 추기경과 같은 기적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그로서도 동시에 수십 가지 언어를 넘나드는 일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같은 대회의 두 번째 우승자인 데릭 허닝도 비슷한 말을 되풀이했다. “항상 모든 언어를 쓸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나 벼락치기 공부라도 필요했던 것이다. 이미 사망해서 만날 수 없었던 전설적인 초다언어구사자, 그리고 객관적인 측정은 불가능했지만 성실한 태도로 언어 학습에 임하던 다른 언어 천재들. 결국 그들도 ‘공부’의 도움 없이는 수십 가지 언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제아무리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언어 신경을 지니고 있다 해도 말이다. 어쩌면 ‘언어 습득의 왕도’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최고의 학습법은 존재한다. 진부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기나긴 순례를 통해 검증된 언어 학습법은 이전의 것들과는 분명 다르다.

■ 언어의 천재들이 밝히는 최고의 언어 학습법!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언어를 매우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할까? 에라드는 다음 세 가지로 해답을 제시한다. 첫째, 언어 학습 활동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에서 예외적으로 적합한 신경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둘째, 언어 학습에 대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그리고 셋째는 언어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이다. 언어 천재가 되는 길은 유전적인 혜택과 뚜렷한 노력이 수반된 열정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언어 천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무도 될 수 없는 것 또한 아니다. 초다언어구사자는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굳이 그들을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초다언어구사자들은 언어 학습에 관한 매우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이 비법은 성인들의 언어 학습에 있어 상당히 탁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1 만약 여러분이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면, 자기만의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당신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미국 드라마를 보려고 영어를 습득한 사람들을 알 것이다. 자발적인 목표만큼 강력한 동기 부여는 없다.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억지로’가 아닌 ‘기꺼이’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라.

2 만약 여러분이 외국어를 더 잘하고 싶다면, ‘원어민처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국어 문법은 아무렇게나 사용하면서, 외국어를 구사할 때는 철자 하나하나까지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원어민 같은 발음’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외국어가 필요할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당신의 모국어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니다.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실력이 향상된다. 무모한 도전이 최고의 연습이 될 수 있다.

3 만약 여러분이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먼저 ‘언어 학습’을 즐겨야 한다. 대다수의 초다언어구사자, 언어 천재들은 ‘언어 학습’ 자체를 마치 ‘게임’처럼 재미있게 즐겼다. 언어 천재들은 사회적 신분 상승이나 타인에게 우쭐대기 위해 언어를 배운 것이 아니다. 언어 학습을 통해 발생하는 ‘신경학적 보상’을 즐겼을 뿐이다. 게임을 하다가 밤을 새운 경험이 있다면, 언젠가 외국어 공부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4 만약 여러분이 외국어를 빨리 배우길 원한다면, 무엇보다 몰입을 활용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어학 교재는 ‘몰입’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우리의 두뇌는 충동에 약하고, 학습에 집중하기엔 한없이 산만하다. 우리는 몰입을 통해 충동성을 통제함으로써 효율적인 외국어 학습을 성취할 수 있다.

5 만약 여러분이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기억력을 활용하라. 유전적인 자질은 후천적으로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기억력은 의식적인 단련을 통해 한층 향상될 수 있다. 단순 암기가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6 만약 여러분이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언어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훌륭한 외국어 능력자가 되려면, 일단 모국어에 정통해야 한다. 우리의 언어 감각은 모국어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모국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외국어 또한 쉽게 배울 수 있다. 외국어 학습 시 모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7 만약 여러분이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싶다면,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라. 어학은 홀로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언어는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함께 배우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게다가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상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유유상종’의 시너지를 잊지 말라.

8 마지막으로, 만약 여러분이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지금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간에 그 한 가지 방법에 계속 매진해야 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여러분은 신속한 성공이란 있을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진정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면, 당신은 언어 학습에 계속 매달려야 한다.

메조판티, 그리고 다른 초다언어구사자들이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마치 그들이 언어 습득 방법의 진부함을 훌쩍 뛰어넘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어를 ‘배운’ 것이 아니었다. 단지 ‘주워들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단어 목록을 달달 외우는 대신, 언어를 온몸으로 흡수했다. 우리는 그들의 언어 학습법이 일종의 마법이길 기대한다. 간단한 비법 하나로 마치 초다언어구사자들과 같은 대단한 업적을 성취할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실은 무엇인가. 메조판티와 다른 초다구사언어자들 역시 언어 습득 방법의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언어 습득 방법의 진부함을 좀 더 생산적으로 개조했을 뿐이다. 결국 초다언어구사자들의 ‘비법’이란 것은, 그들이 언어 학습의 진부함을 ‘즐겼다’는 데 있다. 그들은 특별한 방법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언어 학습법을 특별하게 활용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언어 천재 중 한 명인 요한 판데발러의 조언에는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언어 학습법의 핵심이 들어 있다. “언어를 배우고 싶다면, 어떠한 방법을 쓰든지 간에 그 한 가지 방법에 계속 매달려야 한다.”

■ 『언어의 천재들』에 쏟아진 찬사

“초다언어구사자들을 찾아 나선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다큐멘터리이자 흥미로운 과학적 성과” — 《뉴욕타임스》
“외국어 학습의 가장 강력한 자극제” — 《가디언》
“외국어 공부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매력적인 방법” — 《이코노미스트》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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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에라드

에라드는 미국 동부 출신의 영어 원어민이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캠퍼스에서 언어학과 수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영어 하나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세계 각지에서 영어 교육자로 일하면서 ‘외국어 습득 열풍’이라는 전 세계적 현상에 깜짝 놀란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에 만족하지 않고 다언어구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에스파냐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약간’ 습득했지만 여전히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면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외국어 학습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점점 더 커졌다. 그러다가 2008년 ‘도비파이사노 장학금’에 선정되어 언어 학습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고, 그때 다양한 언어 천재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노하우로 직접 외국어를 배워 보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언어의 천재들』이다.

현재 언어학, 언어인지 등의 연구로 ≪애틀랜틱≫, ≪뉴욕타임스≫, ≪와이어드≫, ≪뉴사이언티스트≫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사회적 소통과 이민자 문제 등을 집중 연구하는 프레임워크연구소(FrameWorks Institute)의 수석연구원이다. 첫 번째 저서 『Um…: Slips, Stumbles, and Verbal Blunders』(2007)에서 각종 말실수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의사소통’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조명하였고, 『언어의 천재들』(2012)에서 ‘초다언어구사자(Hyper-polyglot)’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수십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 학습의 달인들을 소개하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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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서 옮김

한국저작권센터(KCC)에서 근무했으며, ‘책에 대한 책’ 시리즈를 기획했다. 현재 출판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빌 브라이슨의 『유쾌한 영어 수다』,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조지프 캠벨의 『신화와 인생』, 찰스 밴 도렌의 『지식의 역사』,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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