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박이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6년 5월 15일 | ISBN 89-374-0742-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30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민음사, 1987)와 『울림의 공백』(민음사, 1989), Broken words (민음사, 1999)를 끝으로 나는 시로써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시를 써서 이렇게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앞으로 내게 시 쓰기는 떠나지 않을 것 같다. ― 박이문 /「서문을 대신하여」 중에서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박이문 교수가 신작 시집 『아침 산책』을 민음사에서 출간했다. 영시집 Broken words를 제외하고 보자면, 『울림의 공백』이후 17년 만에 낸 시집이다. 1부 「귀향」과 2부 「광란」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철학자-시인 박이문이 자분자분한 걸음걸이로 산책을 하듯 써 모아온 시 51편이 실려 있다.

편집자 리뷰

『아침 산책』에는 오랜 세월을 타국에서 보내고 나서 고국으로 귀향하여 겪는 실존적 경험과, ‘외도’라고 표현한 철학자로서의 삶으로부터 ‘마음의 고향’인 시인의 삶으로 귀향하는 문학적 경험이 “담백하고 정갈한 표현”들을 통해 나타나 있다. 시인의 이러한 ‘담백함’은 “삶을 부러 낯설게 하는 신생을 위한 모험이자, 그 모험을 위한 내면의 비움 작용” 때문인데, 이는 무엇보다도 “오랜 이향과 신중한 귀향을 통해 ‘이미’ 다다른 깨달음”(정과리)에 의한 것이다.1. 귀향, 그 시적 변용시는 자연, 세계 그리고 인간 간의 전인적 따라서 행복한 관계가 차려놓은 언어의 축제이다.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발기발기 찢어진 세계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찾고, 그러한 행복은 세계의 순간적이나마 발견할 수 있는 조화로운 통합 속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은 나름대로 따뜻하고 행복했던 거처이다. 고향은 언제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시골이며, 자연과 가까운 시골의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거처이다. 시는 나의 마음의 고향이다.― 박이문 /「서문을 대신하여」 중에서『아침 산책』은 “시는 나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선언으로부터 시작한다. 즉, 이후 다루게 될 고향에 대한 성찰적 시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실존적 삶의 경험뿐만 아니라 철학자로부터 시인으로의 문학적이고 내면적인 귀향(변용)의 경험을 함께 다루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이때, 그의 시편들은 실제 삶의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하여 던져지는 존재론적 질문들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사실, 철학자이자 문학가로서의 그는, 문학, 더 정확히 말해서 문학 작품의 창작과 감상이 나를 강렬한 매력, 아니 마력으로 유혹하고 끌어당기면 당길수록 더 그것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존재이며, 그것이 발휘하는 마력의 본질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들은 그만큼 더 내 곁을 떠나기는커녕 그만큼 더 커졌다. 이런 물음들을 가능하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던지고 그것들에 대답을 역시 근본적 차원에서 찾아보고자 하면 할수록 그 대답은 그만큼 철학적 색깔을 띠게 된다.―『문학과 언어의 꿈』(민음사, 2003) 중에서라고 고백한 바, 이러한 고백은 『아침 산책』에서 던져진 존재론적 질문들을 통해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시인은 갑자기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며(「갑자기 드는 생각들」), 늙었음을 의식하며(「깜짝 놀람」), “대답이 없는 존재의 수수께끼(「어머니의 매장」)”에 “백발의 사색에는 아직도 텅 빈 어둠이 차 있(「가을 하늘」)”음을 고백하는 식이다.그러나, 시인은 “크고 무한히 곱고 한없이 충만한(「가을 하늘」)” “맑고 조용한 주홍빛” 고향의 자연과 귀향하여 정착한 “호수의 자연(「일산 호숫가 아침 산책」)”을 새롭게 재경험하고 나서 “무의미한 나의 존재도/ 모든 것이 아름답다/ 그것이 아주 무의미하더라도(「가을 하늘을 바라보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은 시적 변용이라는 문학적 귀향의 방식을 통해서다.시인의 의식이 닿는 모든 존재를 언어로 바꾸어자연 전체가 하나의 담론이 되어 의미를 갖고시 속에서 꽃과 똥 모든 것이 시로 섞이고 변해서하나의 작품이 되어 어떤 의미를 가지듯이무의미한 물질이 의미 있는 언어로 변용된다마치 산상에서 그리스도가 변용(變容)했던 것처럼― 「자연의 시적 변용」문학적 귀향은 “무의미한 물질(을) 의미 있는 언어로 변용”시키며, 따라서 “시는 자연, 세계 그리고 인간 간의 전인적 따라서 행복한 관계가 차려놓은 언어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2. 광란,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위해서그런데, “크고 곱고 무한한” 자연에서 눈을 돌려 시인이 내려다보는, 시인이 함께 서 있는 이 세계는 무의미한 가짜(「가짜」, 「나는 가짜다」)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 세계는 무질서한 광란을 벌이고 있으며, 문명은 황폐화되어 있다.세계는 “생선 눈알을 빼먹었다가/ 플라스틱/ 녹슨/ 부속품을 잉태한/ 처녀(「포스트모던 이미지」)”, “밝아도 어두운 삶의 객지”(「어느 악몽」)요, “눈알이 빠진 고래와 목이 잘린 상어(「미리 본 문명의 황무지」)”가 나뒹구는 곳이다. “각자 나의/ 탄생, 광기 그리고 죽음/ 차례로, 기계적으로(「앞을 따라서, 뒤에 밀려서, 그리고 줄을 따라 자동 기계적으로」)”, “머리통이 없는 몸통만의/ 몸통이 없는 두 작대기 같은 다리만의/ 두 팔을 잃은 로봇 같은/ 그 모두가(「돌출 사건」)” 헤매는 곳이며, “억압, 가난, 비굴함, 원한, 분노/ 그리고 절망에 불이 붙어” 「발광」하는 곳이다. “결국 세상이 이대로 끝나는가(「이대로 끝나는가……」)”라는 탄식과 “해골 같은 고독한 외침(「미리 본 문명의 황무지」)”을 불러올 만큼 부조리하고 무의미하기 짝이 없다. 시인은, 이렇게 어지러운 세계의 광란을 그려내면서 이 시대의 시인은 “광란한 시대의 광란의 시”를 써야 한다고 외친다. 오늘날 분노로 폭발하지 않은 시인은 사기꾼이다 오늘날 아름답고 고운 시는 가짜다 오늘날 광란하지 않는 시인은 더 이상 시인이 아니다 오늘날 비극적 광란의 언어가 아닌 시는 더 이상 시가 아니다 ― 「광란한 시대의 광란의 시」 중에서허나, 시인은 자연과 세계와 인간 간의 행복한 관계 회복을 위하여 그 무의미한 대상들을 의미화하는 시작(試作)을 벌여야 한다. “시를 시험한다/ 생각을 생각해 본다/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문명의 황무지가 아닌 자연과 우주의 삶과 죽음의 질서를 사색하고, 시를 시험하여 본 후에, 그리하여 시 쓰기를 통해 “비장하고도 장엄한/ 보이지 않는 자연의/ 우주의/ 그리고 존재의/ 신비로운 깊은 의미(「몽고의 풍장」)”를 찾아내어야 한다. 반세기가 지나 철학자로부터 시인으로 되돌아온 시인이 원하는 ‘단 하나의 책, 단 하나의 시집, 단 한 편의 시 작품’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지 반세기가 넘었고, 시가 나를 버리고 내가 시라는 마음의 둥지를 떠나 외도를 한 지 거의 반세기 동안 시는 나의 마음을 떠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시는 언제나 내 마음의 가장 밑바닥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지난 70년대부터 오랫동안의 객지에서 그리고 고국에 돌아온 지난 십여 년 동안 평범한 철학교수 생활을 하면서 남들이 읽거나 말거나, 인정하거나 말거나 틈틈이 시를 썼다. 그리고 나는 시가 나의 궁극적 정신적 고향이라고 늘 여겨왔고, 이런 사실은 오늘날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책 읽기와 글쓰기는 궁극적으로 말라르메가 말하는 ‘단 하나의 책(Le livre)’으로 요약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시집’, 아니 ‘단 한 편의 시 작품’을 위한 학습이자 습작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 「서문을 대신하여」 중에서나는 평생 쓰려고 살아왔다말이 되는 시를그러나어느덧 내 기억이 흐려져 가는데내 앞에아직도메워야 할 빈 원고지만 남아 있다 나는 평생 언어를 발명하려 했다모든 것의 의미, 존재를 밝혀 주는 시어를그러나 어느덧나의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내가 만들어본 낱말들은아직도 아무 뜻도 없는 침묵일 뿐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뜻이 없고 말이 되지 않지만쉬지 않고 언어를 실험하고 시를 습작한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위해서」 중에서시인은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위해서” 계속해서 “쉬지 않고 언어를 실험하고 시를 습작할 것이다.” 희수를 맞이한, 그러나 영원한 젊음의 문학청년으로서의 박이문 시인의 “모든 것의 의미, 존재를 밝혀 주는 시어”를 보여 줄 다음 시집을 기대해 볼 일이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며 5Ⅰ. 귀향 뉴잉글랜드 여름 풍경의 기억 17 / 가을의 시골 주유소 18 / 갑자기 드는 생각들 20 / 깜짝 놀람 21 / 자기 반성 22 / 고국의 변한 모습을 조금 보고 나서 23 / 더 기억에 남는 사람들 25 / 부끄러운 고백 26 / 님이 살고 있는 고향집 27 / 가을 하늘 28 / 시골 돌담 뒤 감나무 29 / 더 푸른 무덤의 단디 30 / 어머니의 매장 31 / 어머님 성묘 33 / 고국의 늦여름 주말 드라이브 34 / 과학자들과의 주말 등산 38 / 어느 여인의 오순을 위하여 41 / 당신은 보신 적도 없는 44 / 38선의 짙은 녹음 45 /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46 / 일산 홀아비 두루미 47 / 잀나 호숫가 아침 산책 48 / 일산 신도시 50 / 일산 주엽역 광장에서 본 아줌마와 비둘기들 풍경 51 / 한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53 / 지하철에서 55 / 식당에서 56 / 부엌 57 / 침대에서 58 / 어린 아기와 함께 있는 어린 엄마 59 / 제인이와 장난감 60 / 계절의 변용(變容) 61 / 자연의 시적 변용 63Ⅱ. 광란(狂亂)가짜 67 / 포스트모던 이미지 69 / 한 사슴의 죽음 70 /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동물의 세계 71 / 어느 악몽 72 / 호킹의 블랙홀에 부쳐서 74 / 미리 본 문명의 황무지 75 / 이대로 끝내는가…… 78 / 앞을 따라서, 뒤에 밀려서, 그리고 줄을 따라 자동기계적으로 80 / 몽고의 풍장(風葬) 87 / 돌출 사건 90 / 혼자 귀가하다 산정에서 길을 잃었던 잠꼬대 96 / 발광 98 / 광란한 시대의 광란의 시 100 / 나는 가짜다 102 / 새천년 호미곶 해맞이 축제를 위한 시(2002년 1월 1일) 104 / 월드컵이 뭐기에 108 /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위해서 113작품 해설 : 고향엘 처음 간다고? / 정과리 116

작가 소개

박이문

1930년 출생, 본명은 박인희이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미국의 남가주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 시몬스 대학 철학과 교수, 마인츠 대학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고, 올해(2000년) 2월에 포항공대 교양학부 교수직을 정년퇴임했다. 현재 시몬스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 『문학과 철학』, 『문명의 위기와 문화의 전환』, 『철학의 여백』, 『자연, 인간, 언어』, 『아직 끝나지 않은 길』, 『나의 출가』, Essais philosophiques et littéraires, Reality, Rationality and Value, Man, Language and Poetry 외 다수. 『나비의 꿈』,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울림의 空白』, Broken Words 등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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