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도서목록 | 보도자료 게시판 프린트 | 읽기도구 닫기

하늘이 담긴 손


첨부파일


서지 정보

김영래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4년 11월 12일

ISBN: 978-89-374-0729-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32쪽

가격: 7,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123

분야 민음의 시 123


책소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05 우수문학도서 선정
여기, 심호흡하며 읽어야 하는 시집이 있다. 가슴이 뜨거워져, 단추 한두 개는 풀고 들어야 하는 노래가 있다. 2004년에 이르러 우리 시단은 하늘과 땅을 쩡쩡 울리는 노래집을 한 권 갖게 되었다. 이 노래집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규보의 「동명왕편」을 만날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백수광부의 처가 지은 「공무도하가」와 융천사의 「혜성가」를 만날 수 있다. 그런 뜻에서 『하늘이 담긴 손』은 문학사적인 의의를 지닌 시집이다.서정시가 노래를 잃고 노래할 기운마저 잃으면 넋두리가 된다. 김영래의 시는 시냇물처럼 흘러가던 한국 현대시사의 물줄기를 육중한 언어의 힘으로 가로막는다. 그의 시는 밤의 폭풍우 속을 알몸으로 달려가게 한다. 폐광이 된 영월 땅을 유령처럼 헤매게 한다. 태초의 7일, 그 천지개벽의 한복판에서 내 넋은 산산이 부서진다. 원시림을 빠져나오면 쓰레기 소각장이요 현실을 벗어나면 신화의 세계다. 시집을 읽다 보면 광년의 거리 밖 까마득한 시간과 그보다 더 먼 전생의 시간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시공을 초월했기에, 종교마저도 초월했기에. 시인의 상상력은 자연/문명의 이분법을 깨뜨리고, 영혼/육신의 경계도 넘어서게 한다.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노래집, 나는 김영래 시인이 헤쳐 나가고 있는 광활한 시의 바다에서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그의 시는 강건하다. 태양을 쳐다보게 하여 나는 눈멀고, 얼음 절벽 앞에 세워 넋 잃고 만다. 여기, 하늘의 슬픔과 땅의 기쁨을 아는 언어의 연금술사가 있다. -이승하(시인)


목차

Ⅰ. 도개교가 있는 풍경 가득한 손 꿈꾸는 정원 새벽 연등 프람바난 얼음 편지 1 얼음 편지 2 화석의 밤 그해 겨울 봉인된 책 부유도 우화의 집 포도밭 벌목 1 포도밭 벌목 2 포도밭 벌목 3 도개교가 있는 풍경 얼음 편지 3 얼음 편지 4 Ⅱ. 구름으로 만든 집 해빙의 아침 산돌배나무 아그배나무 그늘에 앉아 무릎으로 걷기 내 영혼의 핵과 여무는 소리로 듣는 백두옹 소금쟁이 인사 하늘 지붕 구름으로 만든 집 집시의 시간 기억의 장례 주술의 시간 Ⅲ. 겨울 산의 물고기들 씨앗 나도바람꽃 월정사 전나무 숲 친견 은해사 봉정사 시편 겨울 산의 물고기들 화염의 길 화두 분향 지리산의 샘들 Ⅳ. 이타케 가는 배 하늘이 담긴 손 성지주일 황금가지 성공회 대성당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살로메 이타케 가는 배


편집자 리뷰

김영래의 첫 시집 『하늘이 담긴 손』이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7년 「소금쟁이」를 비롯한 4편의 시로 《동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다. 이후 2000년에는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고, 2002년에는 신화에 관한 에세이를, 2003년에는 장편 소설 『씨앗』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글 쓰기를 선보여 왔다. 이번 시집 『하늘이 담긴 손』은 시인이 지난 7년간 품고 고르고 부화시킨 시의 결정체를 담고 있다.김영래의 시는 감각의 시대가 포기한 ‘진정성’을 되찾기 위한 구도적 여정이다. 언어를 질료로 사용해 인간 정신과 영혼의 회복을 추구하는 예술이 시라고 한다면, 김영래의 시는 낡았지만 여전히 진실인 이 정의에 따라 예술적이다. 자본주의라는 메두사의 머리를 피하지 못하고 돌이 되어버린 문학 상품들이 넘쳐나는 오늘, 그는 ‘작가 정신’을 복구시키고자 애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시도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 그려지는 세계는 줄곧 혹한의 겨울밤이다.
동토(凍土)의 하늘을 녹이는 섬광의 화력

시인이 있는 곳은 “대낮에도 갈퀴손으로 후려치는 어둠에/길은 무릎까지 빠지”는 곳이며 그 시간은 늘 “수억 년 생명이 지층 속에 생매장된/떼죽음의 밤”이다. “동토(凍土)의 하늘을 톱질하는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곳이며 “위독한 영혼이 얼음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겨울과 눈과 밤을 피해 갈 수 없음을 안다. 알고 싶어서도 아니고 알고자 해서도 아니다. 그저 이 생이 그에게 알라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아는 것이다. 부득이하다면 견디는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시인은 말한다. “부득이 올겨울은 여기서 나야겠다.”그렇다면 “눈으로 교신이 끊긴 저 밑바닥 매몰된 갱도” 같은 세계 한가운데 있는 시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불기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불을 일으킬 수 있는 이미지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성냥개비, 부싯돌, 숯, 심지, 군불, 아궁이, 등대, 고압의 동아줄, 화염 그리고 푸른 불기둥까지, 시인은 발화성 높은 광석을 찾아 “밤의 내장” 같은 땅속 밑바닥을 뒤진다. “신음 한 방울, 한 줄기 한숨마저 얼려 더욱 굳히며 오체투지 새하얀 포복으로 나아”간다. “엄동의 갑옷 뚫고 부르튼 덩굴 끝에서 봄 아지랑이를 움켜쥔” 조막손 같은 새싹이 돋기를 기다리며, “인화 물질이 부족한 주머니에서/어린 새 같은 언어를 키우며/밤을 통과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허물어진 마음, 썩는 몸의 헛간 쪽에/생살로 저며 드는/발이 굵은 빛”이 시인을 비춘다. 어쩌면 김영래의 시편들이 보여주는 이 강건한 정신은, 수시로 찾아오는 엄동의 계절을 나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뜨겁게 치솟는 불기둥은 못 되더라도 하나의 불빛, 또는 어떤 ‘섬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벽 샘을 찾아 떠도는 방랑자

도시가 버린 자연은 더 이상 유토피아도 낭만적 우주도 아니다. 그곳은 가난과 소외와 외로움만이 무성하게 자라는 버려진 고향이다. 시인은 그런 고향을 등지고,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머리 위로 가득한 도시로 이사 온다. 하지만 사투리는 고쳐지지 않고, “버릴 수 없는 억양을 문신처럼 감”춘 채, “뜨내기들의 동네”에서 허기와 감기와 추위와 기운 양말이 일상인 삶을 산다.하지만 시인은 그 도시의 일상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다. 수없이 체념하지만 또한 수없이 다시 일어선다. 새벽별이 아직 남은 계곡의 샘을 찾아 산들을 떠돈다. 그리고 망설임과 불안과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그를 일으켜주는 것은 매번 자연 속에서 수행하며 구도하는 존재들이다. 때로 그것은 월정사의 전나무 숲이고, 때로는 은해사의 향나무고, 또 때로는 봉정사의 상수리나무이다. 시인은 심지어 도시의 한가운데서도 그 구도적 존재들을 발견한다. 성공회 대성당의 기와지붕을 보고, 쓰레기 소각장 예정지에 서 있는 늙은 굴참나무를 본다.시집의 표제작인 「하늘이 담긴 손」은 이러한 시인의 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도시로 내려와 탁발하는 승려의 손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이 시는 구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동냥 그릇처럼 놓인/탁발의 허기진 손”에 담긴 것은 밥이 아니라 하늘이다. 빈손이다. “어느 손도 그 손을 맞잡아주지 못했고/자신의 다른 한 손조차 그 손의 아주 오래된 기다림을 달래줄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인간의 정신이란 과연 밥을 구하는 허기를 뛰어넘을 만큼 강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나와 같은 언어로 희망을 나눌 것인가”

“희망 쪽으로 한눈팔던 내 어린 날”에서 한참 멀어진 시인은 이제 “등짐에 올린 한 점 살의 무게조차 고달픈” 현실을 알고, “사방 길 끊어놓는 불행은 얼마나 촘촘한가”를 안다. 그러나 “추억으로 가는 길목엔 어디나 검문소가 세워져 있”어 이 현실의 무게를 채색된 향수로 스스로를 달랠 수도 없다.
누가 혼자 낭떠러지에 서 있는가? 누가 낭떠러지에 선 자를 껴안는가? 껴안고서 떠미는가? 지푸라기를 잡듯 희망하며 찌푸리기만큼 절망하는가? 그만두게. 자넨 뒤에 처져 구두끈을 매는 사람. 늘 의자 하나가 부족하지만 쓰러진 그 의자엔 아무도 앉을 수가 없네.―「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러나 이 절망의 순간에조차 시인은 끝까지 무릎을 꺾지는 않는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향해 “휘청거리는 불구의 겨울과 너의 무력(無力)을 겨루어보라.”라고 단호한 목소리를 낸다.그런데 이 목소리는 왠지 쓸쓸하다. 아마도 “누가 나와 같은 언어로 희망을 나눌 것인가”라는 시인의 물음에 선뜻 응답해 줄 수 없어서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희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낡고 무기력한 그 무엇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김영래의 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일깨운다. 이러한 시대에도 아직 시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언어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치유하고자 하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을. 광원(光源)에 발 담그고, 드넓은 들에서 싹트는 태양의 문장(紋章)을 줍는 시인의 성실함은 타인의 상처에 무감한 무수한 ‘고독한 개인’들이 운집해 살아가는 이 도시에 ‘아직 남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은이 김영래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7년 《동서문학》 신인상에 「소금쟁이」외 4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숲의 왕』으로 제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였으며, 장편 소설 『씨앗』과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등의 책을 냈다.


작가 소개

--

김영래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7년 《동서문학》 신인상에 「소금쟁이」외 4편의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숲의 왕』으로 제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였으며, 장편 소설 『씨앗』과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대해 이야기해다오』 등의 책을 냈다.

"김영래"의 다른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