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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잠 속의 모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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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이장욱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2년 7월 18일

ISBN: 978-89-374-0705-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19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111

분야 민음의 시 111


책소개

그의 시에는 마치 꿈길을 걷는 듯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시인은 몽상적 행위를 느림과 반복이라는 어법에 실어 시를 쓴다. 그렇게 쓰여진 시는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이나 의식과 무의식의 접점을 인화한 희미한 풍경처럼 허허로운 느낌을 준다.-한국경제


목차

자서1편집증에 대해 너무 어래 생각하는 나무결국,금홍아 금홍아객관적인 아침로코코식 실내투명인간꽃잎, 꽃잎, 꽃잎여우비, 버드랜드에 내리는절규생각하는 사람감상적인 필름로맨티스트대우 비디오점聖 미아삼거리의 여름아주 오랜 여행모딜리아니와 함께어떤 공포에 대한 나의 자세공릉동의 바람 속으로등나무 아래의 한때편집증 환자가 앉아 있는 광장2킬러의 사랑이상한 나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삼미 슈퍼스타즈 구장에서삼 분 전의 잠게릴라구토농담유리의 성사라지는 꽃삽화처럼, 聖 페테르부르크에서미행도플갱어너무 흔한 풍경약간 기울어진 액자 속의 센티멘털미도파 백화점을 나와 약 15미터사소한 딜레마지나치게 낙관적인 변신 이야기몽매한 즐거움으로 한 生을내 사랑을 점촌 순이 사랑을3정주역눈밭에 서 있는 남자정지 화면 속에 부는 바람개인적인 불행바지 입은 구름구름의 전사의심할 여지가 없는 겨울 잎위험한 정물절정리얼리스트녹는 사람낯익은 뒷모습감자에 싹이 나고꽃과 그림자뱀파이어와의 낭만적인 인터뷰폐쇄적 풍경코끼리나뭇잎 사이로상투적 호명


편집자 리뷰

이상한 날, 이상한 나라의 시인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독특한 시 세계를 보여 온 시인이 등단 9년 만에 첫 시집을 펴냈다는 것은 요즘 세태에 흔치 않은 일이다. 요즘처럼 시인도 많고 작가도 많은 세상에, 그런 만큼 빨리 초심을 잃어버리고 스러져 가는 마당에 바깥세상의 흐름에 동행하지도, 역행하지도 않으며 제 몫의 자리와 걸음을 지키는 시인은 분명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꿈을 꾸는 시인이다.

당신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 줄게. 이야기는 언제나 끝이어서야 시작하는 이상한 나라. 그 나라의 당신. 하지만 당신 속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 겨울의 길섶 어딘가 나는 이곳에 있고 당신은 그곳에 있으며 그곳과 이곳 사이가 자욱해서 두 그루 전신주 같던 이야기. 다시 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지만 아, 문득 당신이 없고서야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야기는 문득 끝이어서야 시작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 당신에게 이제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 줄게. 정말로. -「이상한 나라」중에서

느림과 반복, 어느 산보자의 몽상
제목 없이 3개의 부로 이루어진 『내 잠 속의 모래산』은 언뜻 보면 왜 3부로 나누었는지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각 부분의 시들이 고른 수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시인의 말을 빌리면 \”주제나 발표연도에 따라 구분 지어지지 않기 위한 의도적인 배치\”인데 그런 의도가 성공한 것인지, 몽롱하고 몽환적이며, 마치 꿈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유발하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각 부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시집 전체를 감싸고 있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 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에-「결국,」중에서

시인에게 일상은 이상할 것 없는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 지나\” 산책하는 행위의 반복이다. 산보자는 특정한 목적지를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인이 통과하는 그, 그녀, 그대, 빈 공터, 당구장, 동대문 운동장, 심지어 흥겨운 술집도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걷는 행위 말고는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고 특정한 목적지도 없는 시인의 산책은 그 자체로 몽상적 행위이다. 시인은 이 몽상적 행위를 느림과 반복이라는 어법에 실어 시를 쓴다. 그렇게 쓰여진 시는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 지점\”(오형엽)을 인화한 희미한 풍경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허허로운 느낌을 준다.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 -「객관적인 아침」

시적 파격과 감동, 아름다운 모반
이장욱 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이미지 묘사를 통해 \”뜨내기 세상의 아름다움과 참혹함을, 그 덧없음과 살만함\”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익숙한 서정, 익숙한 어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시인은 때로 관습 너머, \”산문의 영역이라고 부르는 곳까지 자신의 시를 과감히 밀고 나간다\”. 인용과 자기 독백의 혼재, 내적 유기성과 수미일관성의 파기 등은 시집에 실린 대개의 시가 갖춘 파격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점은 \”그의 시가 여전히 시적 위의와 감동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관습의 파격을 의도한 시가 자주 시적 공감마저 파괴하는 것과는 달리, 그의 시는 읽는 이에게 절실함을 준다.\”(권혁웅).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 와 내 몸의 기억마저 잊은 모두에게, 마음속에 무수히 피고 지는 꽃잎들이 서로 충돌하며 무수히 많은 몸의 가능성을 희구한다는 사실, 그 \”아름다운 모반\”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것처럼.

무섭다 결국 그곳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섭다 마음이 무섭고 몸이 무섭고 싹 트고 잎 피고 언제나 저절로 흐드러지다가 바람 불어 지는 내 마음속 꽃잎 꽃잎, 그대가 무섭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하나의 고요한 세상을 지니고 있으니,
무섭다 그러나 나는 나를 이끄는 매혹에 최선을 다해 복종하였으므로 내 고요한 세상에 피고 지는 아름다운 모반을 주시하였다 그대가 처연히 휘날려 내 몸과 마음이 어지러울 때 단 한번도 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흘러가는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으므로 기억을 만나면 기억을 죽이고 불안을 만나면 불안을 죽이고,
그러므로 이제 이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막아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시길 그대에게 익숙한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여 그대 몸과 마음에 피고 지는 싹과 잎과 꽃이 되게 하시길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육체로만 살아왔으므로 아주 정교하게 정렬해 있는 이 고요한 세상을 처연히 흩날리도록, 내 몸과 마음의 꽃잎 꽃잎 피고 지는 그곳에 기다리는 이 아무도 없을지라도 -「꽃잎, 꽃잎, 꽃잎」

* 이장욱
1968년 서울 출생.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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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2005년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로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 『캐럴』 등이 있다. 문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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