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김승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11월 15일 | ISBN 89-374-0689-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210 · 100쪽 | 가격 7,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99 | 분야 민음의 시 99

책소개

김승희는 고대의 수레바퀴 같은 시인, 환상과 사변이 충돌하는 시인, 어제 쓴 시가 오늘 진부해져 다시 시를 갈망하는 영원한 미완성의 시인, 날마다 광기가 필요한 시인, 그러므로 날마다 도인의 역설로 허탈해지는 시인이다.-고은(시인)

편집자 리뷰

시인 김승희의 일곱 번째 시집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승희는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우리 시단에 독특한 여성 시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그런 시인이 지난 1995년 시집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을 출간하고 홀연히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그 후 만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식지 않은 시적 열정과 성찰을 고스란히 펼쳐 보이며 시인으로서 김승희의 저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 귀국 후에도 소설이나 에세이, 논문 등을 쓰며 시의 주위를 에돌던 시인은 그동안 \”몸은 언제나 시로 돌아가고 싶었음을, 음악에 대한 갈망, 시를 쓸 때의 달리는 말을 잡아탄 듯한 원시적인 용솟음, 그 벅찬 혼란의 희열을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 본래의 자세로 돌아와 \”지금-여기\”의 기형적 사회와 그 모순들을 포착하는 시적 칼날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사랑의 분모(分母) 위에서 피어난 가능성들-[사랑] 연작 시 열네 편
동료 시인이자 대선배 격인 고은의 평을 빌자면 김승희는 \”고대의 수레바퀴 같은 시인, 환상과 사변이 충돌하는 시인, 어제 쓴 시가 오늘 진부해져 다시 시를 갈망하는 영원한 미완성의 시인, 날마다 광기가 필요한 시인, 그러므로 날마다 도인의 역설로 허탈해지는 시인\”이다. 그러나 고은이 잊지 않고 지적하듯 김승희의 시는 언제나 \”사랑의 분모(分母) 위에서\” 온갖 가능성으로 피어난다. 이번 시집에서 선보이는 [사랑] 연작시 열네 편은 \”우리 시대의 사랑\”이 가질 수 있는 열네 가지 사랑의 모양 꼴을 정리하고 있다.  
 
\”하얀 계엄령 도미노처럼 고요히 무너지는 심장마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몇 발자국\”의 운명적 엇갈림의 사랑으로 시작되어([사랑 0]), 나르키소스와 에코의 저주 받은 언어의 사랑([사랑 3-고엽제 이야기]), 하얀 장갑의 신랑으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사랑([사랑 5-결혼식의 사랑]), 그리고 연작시 마지막 편인 [사랑 13]에 이르면, 시인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해방된 사랑, \”나\”와 \”너\”, 그리고 \”그\”라는 인칭의 관계가 사라지고, \”만유 인력이 무너져 만유 부력으로 화하는\” 사랑 즉 4인칭의 사랑으로 뻗어 나간다.
 
활화산의 언어로 분출되는 불온한 상상력
\”활화산의 언어, 김승희의 시는 그렇다. 안에서 뜨거워진 것들이 분출되고 폭발하고 흘러 넘친다. 억압에 예민한 무의식의 처녀성과 고통에 섬세한 샤먼적 감수성에서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불꽃과 용암과 화산재의 언어들, 고열의 물렁한 반죽처럼 흘러내리고 중력을 뚫고 미친 듯이 춤추며 날아다니는 신들린 언어, 거대한 능욕에 힘차게 반역하는 이런 격렬한 불의 샘 같은 입을 가졌던 선배 시인으로는 김수영이 있다. 말의 역동성과 활달한 리듬, 자신을 가차없이 발가벗김에 있어서 그들은 같은 예술가적 기질을 타고난 듯하다. 그러나 광기의 폭발력에 있어서는 누가 김승희의 활화산 같은 광기를 당하겠는가\”라는 시인 최승호의 평문(平文)은 김승희의 가공할 시적 에너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에너지가 가 닿는 곳에 \”거대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현실이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결코 게을리한 적이 없던 싸움, 즉 우리들 일상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남성/여성, 주체/타자, 권력/약자, 다수/소수, 제국/변방의 왜곡된 관계들에 대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문 밖에 계시는 어머니」나 뉴멕시코 소수 인디언 학살을 다룬「다친 무릎에서 시작된 인생」 등은 김승희가 세상에 제기하고 있는 싸움의 규모와 깊이를 증거하는 시편들이다.  
 
웃음의 힘에 기대어 전복을 꿈꾸다
표제작인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수전(米壽展)을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시화한 것이다. 자루 걸레에 먹을 묻혀 일필휘지로 그려 내는 운보의 그림은 고통이 숙성되어 폭주하는 웃음으로 거듭나는 진귀한 경험의 장이 된다.
 
바보 산수/ 정자에서 네 팔을 벌리고 낮잠을 즐기는/ 바보 산수/ 빨래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네 영감이 있는/ 바보 산수/ 엿장수를 반기는 즐거운 아이들이 웃는/ 바보 산수/
 
중력의 악마를 뿌리 채 뽑아내려는 듯/ 질질 끌고 가다가/ 휘두른 듯이 내려친 자루 걸레/ 그 봉 걸레에 먹을 듬뿍 찍어/ 병풍 위로 질질 끌고 다니며/ 불굴의 한 획으로/ 웃고 달려가는/ 잇달아 파고들며 웃고 달려가는/ 달아날수록 웃고 덤벼두는 뭉클한 천(千)의 산맥을 그린/걸레 수묵
 
후려치는 봉 걸레/ 빗자루를 타고 달려가는/ 웃는 웃음/ 그 웃음의 산맥을 타고 달려가는/ 꿈틀대는 웃는 웃음/ 그 웃음/ 빗자루가 휘갈기는 그 웃음/ 바보 웃음-「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유쾌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위의 시에 시인은 <웃음이란 상징적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씨앗 중의 하나>라는 보들레르의 말을 덧붙이고 있는데, <웃음>이야 말로, 이번 시집에서 변모된 시인의 모습을 암시하는 말이다. 딱딱한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는 우회적 공격으로 시인은 가벼운 리듬감에 기댄 웃음의 시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시인은 <이제는 나의 시가 그런 유쾌한 검은 폭소의 실존적 울림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 출생. 서강대 영문학과,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가,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 1991년 <소월 시문학상> 수상. 1995-1998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 어바인 캠퍼스에서 한국문학 강의. 1999년부터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재직중. 시집으로 {왼손을 위한 협주곡},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산타페로 가는 사람}, {왼쪽 날개가 약간 무거운 새}가, 산문집으로 {33세의 팡세} 등이 있다

목차

차례
식탁이 밥을 차린다양은 냄비를 타고서제국주의가 간다한국은 노래방한국식 죽음한국식 실종자한국사 강좌사랑 0사랑 1사랑 2사랑 3사랑 4사랑 5사랑 6사랑 7사랑 8사랑 9사랑 10사랑 11사랑 12사랑 13타조 알을 낳는 여자여왕의 날씨신촌 맥도날드 점얼굴딴사람산은두부 학교거위를 맛있게 먹는 법문 밖에 계시는 어머니<다친 무릎>에서 시작된 인생너에게네 발 달린 사랑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일상>에서 ㄹ을 뺼 수만 있다면기침하는 여자대시간꿈13월 13일의 사랑13월 13일, 마지막 축제손바닥중간 역얼음 독수리가 녹을 동안말씀과 말푸른 상치들이 있는 풍경암과 제국주의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

작가 소개

김승희

195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그림 속의 물」이 당선된 후 『태양 미사』, 『왼손을 위한 협주곡』, 『미완성을 위한 연가』, 『달걀 속의 생』,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등의 시집을 출간했다.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산타페로 가는 사람」이 당선되어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을 출간하기도 했다. 산문집으로 『33세의 팡세』,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선공』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캣츠』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한국 문학을 강의하다 지금은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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