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8월 30일 | ISBN 978-89-374-0688-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210 · 124쪽 | 가격 7,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98 | 분야 민음의 시 98

책소개

이기철의 시는 늘 젊고 정좌(正坐)하고 있다. 그가 산문을 두드릴 때도 노승보다는 맑은 사미니 같아서 썩 새롭다. 시라는 것이 너무 속히 익어 버리지 않는 그 풋풋한 청사과일 때가 시의 맛을 내기도 한다. ― 고은(시인)

편집자 리뷰

이기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기철 시인은 영남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6년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영남 문학의 거목이다. 이기철 시인은 주로 자연과의 친화력으로 높은 평을 듣는다.
 
이기철 시는, 요즘 나오는 수많은 시집들 가운데, 단연코 무리에서 빼어나는 뚜렷한 시적 업적을 나타낸다 . . . 시쳇말 홍수 속에서, 이기철의 시를 흩어져가는 다른 말들과 우리의 귀를 바짝 트이게 한다. ― 김우창(문학평론가)
 
1 이기철은 자연을 말하는 시인이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노래하는 것은 자칫 상투적인 것이 될 수도 있지만 이기철의 시는 그러한 상투성을 밀어내고 시를 생기 있게 하는 힘이 있고 노력이 있다. 자연에서 벗어난 삶이 환경 파괴라는 위협적인 형태로 다가오는 오늘날 특히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도시도 한때는 울창한 숲이었다 저 빌딩도 한때는 부드러운 흙과 소낙비를 기다리는 나무들이었다 이 쓰레기 매립지도 폐차장도 한때 우리의 맨발을 받아준 꽃밭이었다 (…) 한때는 그 숲 사이로 아름다운 짐승이 지나갔고 목걸이를 건 여자들과 팔뚝에 힘 오른 남자들이  팔짱을 끼고 지나갔다 바람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거기서 시를 썼고 나무의 숨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 곁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도시도 한때는 울창한 숲이었다」 중에서
 
이기철의 경우 자연의 의미는 풍물의 구체적인 시적 포착보다는, 그것이 암시하는 삶의 방식, 그것의 도덕적 교훈에 비중을 둔 것이 많은 듯 보인다. 많은 경우, 자연의 교훈은 비교적 간단하다. 도시의 턱없이 부풀어 오른 욕망을 줄이거나 없애고 자연의 은혜와 한계 속에 안분지족하라는 것이다. 이기철의 시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을 원초적 삶의 회복으로 이끄는 자연의 놀라운 치유력에 대한 일종의 감사장이다.
2 시인은 작은 것에서 생명을 포착한다
 
이제 이기철 시인은 성숙한 시작 태도로서 방법적 숙고보다는 \”육성\”을 더 귀한 것으로 본다. \”시란 들판을 질러가는 바람처럼 걸림이 없고 기운 자리가 보이지 않는 옷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때마다 나는 시를 어떤 선입견도 없이 마음의 가는 길을 따라가며 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한다\”고 시인은 자신의 시적 지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더니스트도 포스트모더니스트도 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연필만 들면 엎드린 산 검은 집 좁은 골목 삭은 처마들이 모두 눈물겨워지니 말입니다 나는 첨단 예술가도 진보시인도 될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한 알 모래 갈라진 돌 날리는 휴지 조각 떠는 나뭇잎들이 모두 슬퍼 보이니 말입니다                                                             -「시인」중에서
 
3 사람은 모두 아름답다  
 
시인에게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좋고 사람들이 꾸려가는 삶이 거룩해 보인다\”. 이기철 시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며 이는 표제작인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에서 세상에 보내는 따뜻한 메시지로 집약된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중에서
 
* 이기철
 
1943년 경남 거창 출생.
1993년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1998년 『유리의 나날』로 시와시학상을 수상하였다. 작품에는 『열하를 향하여』, 시선집『청산행』 외 다수가 있으며 그밖의 저서로는 『시학』, 『작가연구의 실천』등이 있다. 1995년 뉴욕주립대 방문교수를 지냈고 현재 영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1부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풀잎청도 지나며이 도시도 한때는 울창한 숲이었다운문 운문(雲文 韻文)작고 순하게 살고 싶었다나도 가금은 열렬하다다시 풀잎언제 삶이 위기 아니 적 있었던가남들은 삶을 사랑한다 하지만시나무 병원새자작나무 아래서돌에 대하여해인(海印)에 들다옛집 내가 꿈꾸는 세상먼 길말 앞에서 두근거린다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황혼 노래2부빨간 자전거를 타고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싶다고요한 왕국가을 전별세우러 속에서부부초등학교의 황혼들길즐거움은 저 혼자 키가 크고소망폭설삼동(三冬) 편지소풍별까지는 가야 한다그래서 시를 쓴다가을밤흰 종이 위에여기에 우리 머물며소박함에 대하여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푸른 저녁이 온다3부내 비록 옷깃 흰 교사이지만벚꽃 그늘에 앉아보렴개나리보다 내 마음이 먼저 피는 이유를 아느냐하얀 병원봄바다에 가서 물었다양포에서내가 바라는 세상사소한, 아니 장엄한봄길과 동행하다가락지꽃루비의 길뭉게구름꽃핀 나무우리 수채화 같은 세상 꿈꾸면 안 될까시인속사임天山한강과 대동강이후기

작가 소개

이기철

시인이며 교수다. 1943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72년 ≪현대문학≫에 여러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다. 쉽고 따뜻한 감정이 묻어 있는 시를 쓰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과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긴 시집 13권이 있고 에세이집과 소설집도 있다. 김수영문학상(1993), 도천문학상(1993)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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