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드

원제 Vlad

카를로스 푸엔테스 | 옮김 김현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7월 18일 | ISBN 978-89-374-8796-5 [절판]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13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영생을 미끼로 젊고 아름다운 모녀에게 다가온 정체불명의 남자,

그로 인해 평온했던 가족 안에 깊이 감춰져 있던 불안이 드러난다

라틴아메리카 문단의 거장 푸엔테스가 섬세하게 그려 낸

생명과 권력에 대한 각자의 욕망이 뒤엉켜 꿈틀대는 핏빛 드라마!

 

남아메리카의 거대 도시 멕시코시티. 능력 있는 변호사 이브는 아름다운 아내 아순시온, 그리고 귀여운 어린 딸 마그달레나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은 깊이 묻어 둔 채……. 어느 날 이브는 회사 사장의 부탁으로 ‘블라드’라는 인물이 멕시코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그의 독특한 외양과 기분 나쁜 태도 그리고 아내와 딸에 대한 유별난 관심에 경계심이 들어 그와 더는 친분을 쌓지 않겠다 결심한다. 하지만 블라드의 초대로 수상한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한 사이 아내와 딸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위태로웠던 세 가족의 평온은 한순간에 끝 간 데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 든다.

편집자 리뷰

거장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말년을 매혹시킨 뱀파이어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단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소설 『블라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20세기 후반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붐’이 일던 시기에 파블로 네루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옥타비오 파스 등과 더불어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선보이며 중남미 역사와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작가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는 작가로 다양한 문학성 성취를 이룬 멕시코의 대표 지식인이다.

『블라드』는 2004년에 발표된 단편집 『불안 사회』에 포함되었던 단편을 2010년 따로 떼어 내 재출간한 작품으로, 푸엔테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출간한 단행본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인구 백만이 넘는 코스모폴리스 멕시코시티로 이주해 온 동유럽의 전설 속 인물 ‘뱀파이어’와 ‘꼬챙이 황제 체페슈’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중심 이야기는 우아하면서도 등에 식은땀을 솟게 하는 공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진행되고, 그 안에서 다시 죽음에 대한 정치 사회적인 성찰이 섬세하고도 냉혹하게 전개된다.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푸엔테스가 여든 가까운 나이에 전 세계 문단의 주요한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된 모티프인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은 어쩌면 의외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과 죽음,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자유자재로 아우르며 엮어 낸 이 이야기는 마치 죽음을 앞둔 작곡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 편의 서늘한 장송곡처럼 독자들로 하여금 벗어날 수 없는 매혹에 빠져들게 한다.

 

줄거리

 

남아메리카의 거대 도시 멕시코시티. 능력 있는 변호사 이브 나바로는 아름다운 아내 아순시온과 귀여운 딸 마그달레나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몇 년 전 아들 디디에가 물에 빠져 죽은 가슴 아픈 과거를 갖고 있지만, 아내와 딸이 남아 있으니 그는 여전히 행복하다. 특히나 아름다운 아내와 즐기는 쾌락의 밤이 그에게는 행복의 원천이다.

어느 날 늙고 영악한 회사 사장인 수리나가가 그에게 주저하며 부탁을 한다. 루마니아 귀족의 후예이자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인 ‘블라드’가 멕시코시티에 정착하려 하는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장의 총애를 받고 싶어 하는 이브는 그 부탁을 선뜻 수락하고 부동산 중개사인 아내와 함께 블라드가 원하는 집을 알아본 후 법적인 문제를 처리해 준다. 하지만 그 인물이 원하는 집은 보통 집이 아니었다. 절벽 가까이 위치한 집을 구하되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모두 폐쇄하고, 집과 절벽 사이에 터널을 뚫어야 했다. 이브와 아내 아순시온은 고객이 광선 공포증이나 백색증 환자가 아닐까 농담하면서도 그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해 준다.

이사가 끝난 후, 블라드는 이브에게 그의 아내와 딸과도 관계를 돈독히 나누고 싶다며 다가온다. 하지만 블라드의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행색, 겉으로는 정중한 척하지만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심스러운 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내 아순시온과 딸에 대한 유별난 관심에 경계심이 든 이브는 그와 더는 친분을 쌓지 않겠다 결심한다.

하지만 수리나가 사장은 이브에게 그와 친하게 지내라고 압력을 넣고, 이브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블라드의 집에 방문한다. 블라드는 샤워한 후 알몸 그대로 나와 그를 맞이하는 등 뻔뻔스러운 행동을 여전히 계속했고, 이브는 그의 집 온 사방에 배수구가 뚫려 있고 식탁 위에는 동물의 내장만으로 요리한 역겨운 음식이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블라드의 옷장 안에서 자신의 아내와 딸의 사진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불쾌한 분위기에 술을 마시다 그대로 잠들어 버린 이브는, 다음 날 일어나서 저택 안을 살펴보다 수많은 관과 기이한 모습의 블라드를 발견한다. 겁에 질린 이브는 회사 사장을 찾아가 블라드가 누구인지 캐묻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폭삭 늙어 버려 죽기 일보 직전이 된 사장은 도리어 이브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내밀며 요청한다. “블라드의 집으로 돌아가시오, 나바로. 오늘 밤 즉시. 이제 곧 백약이 무효가 될 거요.”

그동안 느꼈던 막연한 의심이 구체적인 불안과, 불쾌함, 공포감으로 번져 나갈 즈음, 이브는 아내와 딸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사장이 건네준 서류 속에서 그는 경악할 만한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도대체 두 모녀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당신 딸이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소, 나바로. 그녀는 나와 함께 이곳에 머물 거요. 내 연인이 될 거요. 언젠가는 내 신부가 되겠지. 그 아이는 뱀파이어로 교육을 받을 거요.”

 

어리석은 인간 욕망을 파고드는 음험한 핏빛 그림자

 

‘블라드’는 루마니아의 역사 속 인물인 꼬챙이 황제 체페슈가 뱀파이어로 환생한 인물이다.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꼬챙이로 꿰어 끔찍하게 죽이며 즐거워했던 루마니아의 황제 체페슈-블라드의 입을 빌려 푸엔테스는 동유럽의 몇몇 국가가 겪어야 했던 잔인한 권력 다툼과 국민을 인질로 한 전쟁, 마녀사냥의 어두운 역사를 묘사한다. 몇 백 년 전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블라드는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새로운 땅에 정착한 후 새로운 희생자, 즉 영원한 삶을 꿈꾸는 이들을 찾아 나선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지만, 작품 속 수리나가 사장의 말처럼 “죽음 그 자체의 주인이 되는 것과 타인의 권력에 의해 희생양이 되는 것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헛되이 영생을 꿈꾸는 자들은 블라드의 꼬임에 빠져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그들은 (수리나가처럼) 단순히 영생에 대한 욕망뿐 아니라, (아순시온처럼) 자식을 잃고 싶지 않은 부모의 눈먼 욕심으로 말미암아 음험한 제안에 넘어가고 만다. 하지만 영생의 대가는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뱀파이어의 성적 노예로 영원히 사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렇듯 푸엔테스는 관능적이며 오싹한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라는 인간 운명과 영생에의 욕망, 그리고 정치권력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수많은 뱀파이어 이야기 중에서 대가의 솜씨로 써 내려간 작품답게 뛰어난 문학성까지 갖춘 푸엔테스의 『블라드』는 단연 눈에 띈다. 무엇보다 《뉴욕 타임스》가 “이 소설은 정말로 무섭다.(The novel is genuinely scary.)”라고 평한 것처럼, 마지막 장까지 공포 소설의 묘미 또한 이어진다.

 

 언론 리뷰

 

▶ 수많은 희생자와 함께 사그라진 아즈텍 문명의 도시. 그리고 지금 백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살고 있는 현대 도시 멕시코시티. 그곳으로 옮겨 온 유럽의 뱀파이어를 그리고 싶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 소설의 대가 푸엔테스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형상화해 재탄생시켰다. 탐욕스러운 것들에 의해 삼켜진 세계에 대한 알레고리가 담긴 노래. —《퍼블리셔스 위클리》

 

▶ 멕시코의 위대한 거장 푸엔테스는 뱀파이어이자 욕망의 화신인 블라드의 입을 빌려 현대의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위험과 기쁨, 사랑의 조건에 대해 성찰한다. —《보스턴 글로브》

 

본문 중에서

 

그의 몸은 석고처럼 하얀색이었다.
몸 어디에도 털이 없었다. 머리에도, 턱에도, 가슴에도, 겨드랑이에도, 사타구니에도, 다리에도.
마치 달걀처럼 온몸이 매끈매끈했다.
혹은 해골처럼.
마치 가죽을 벗겨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시들어 빠진 레몬마냥 주름투성이였고, 그의 눈은 여전히 시커먼 안경에 가려져 있었다. 안경은 마치 가면처럼 올리브색 눈두덩에 깊숙이 박혀 있었고, 흉터투성이인 지나치게 작은 귀에 꼭 끼여 있었다.(61쪽)

 

백작과 나는 광택이 없는 불투명한 금속제 식탁 상석에 앉았다. 납으로 만든 이상한 식탁, 특히 메뉴가 이번 경우처럼 오로지 동물의 내장만으로 이루어졌을 경우 입맛을 돋우기에는 어딘지 적절하지 않은 식탁이었다. 간, 콩팥, 고환, 창자, 식욕 떨어지는 껍질……. 그 모든 것이 양파와 각종 채소 소스에 푹 잠겨 있었다.(p.쪽)

 

빛이 없었다.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불을 켰다. 그리고 내가 두려워했던 것을, 내가 미리 의심했어야 했던 것을 마침내 목격하고야 말았다. 농도 짙은 공포. 미스터리의 정수. 관 그리고 또 관, 터널 안에 길게 늘어서 있는, 시체를 안치하는 상자들은 적어도 열두 개는 넘어 보였다.(78쪽)

 

나는 멕시코시티 깊숙이 사라질 거요. 이전에 런던에서, 로마에서, 브레머하펜에서, 뉴올리언스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당신들의 상상력과 두려움이 나를 이끌고 간 그 모든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오. 이제 이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깊숙이 사라지는 거요. 밤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 신선한 피를 만끽하고, 그 피를 내 것으로 만들며, 역사의 근원에 있는 고대 희생 제물의 갈증을 내 갈증으로 다시 일깨우며……. 하지만 잊지 마시오. 나는 늘 블라드요.(127쪽)

목차

블라드……11

작가 소개

카를로스 푸엔테스

1928년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메리카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으며, 열여섯 살 때 멕시코로 돌아와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8년 『공기가 청명한 지역』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아우라』,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최후』, 『라우라 디아스의 세월』, 『의지와 운명』 등을 발표하며 멕시코 국가 문학상, 세르반테스 문학상 등 스페인어권 최고의 상들을 휩쓸었다. 주로 멕시코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해 온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벽한 구조, 실험적인 형식으로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라틴아메리카를 대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가 외에도 문학 비평가, 시사평론가, 교육자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들며 재능을 발휘했고, 프랑스 주재 멕시코 대사로 임명되는 등 정치인으로도 활약했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폭넓은 활동을 했던 그는 2012년 5월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7월 26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7월 26일

ISBN 978-89-374-8797-2 | 가격 7,000원

라틴아메리카 문단의 거장 푸엔테스가 섬세하게 그려 낸

생명과 권력에 대한 각자의 욕망이 뒤엉켜 꿈틀대는 핏빛 드라마!

20세기 후반 중남미 문단에 다양한 문학성 성취를 이루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작품 『블라드』는 루마니아의 역사 속 인물인 꼬챙이 황제 체페슈가 뱀파이어로 환생해 멕시코에 나타난 이야기이다. 몇 백 년 전의 피비린내 나는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블라드는 현대 멕시코에 이주한 후 새로운 희생자를 찾아 나서고, 평화로웠던 변호사 이브와 그 가족의 삶은 그를 만난 후 한순간에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수많은 뱀파이어 이야기 중에서 대가의 솜씨로 써 내려간 작품답게 뛰어난 문학성까지 갖춘 『블라드』는 단연 눈에 띈다. 무엇보다 《뉴욕타임스》가 “이 소설은 정말로 무섭다(The novel is genuinely scary).”라고 평한 것처럼, 공포 소설의 묘미 역시 마지막 장까지 놓치지 않는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악마는 언제나 조그만 틈으로 들어온다.
황정수 201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