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만세

박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6월 21일 | ISBN 978-89-374-0814-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44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가난과 부채로 가득한 이 고단한

      청춘의 마음, 청춘의 풍경

                                        시민에서 민중, 이제 서민이 되어 외치는 비애의 노래

                                 세대적․계급적 좌절감을 낭만적 아이러니로 승화한 박강 첫 시집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강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박카스 만세』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 후 6년 만에 내놓는 첫 시집으로 표제작 「박카스 만세」를 비롯해 총 60편의 시를 담았다. ‘갑을사회’에서 ’88만원 세대’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비애를 현실적인 시어와 현장감 넘치는 이미지로 표현한 『박카스 만세』는 “모든 희망을 담지한 주체인 갑으로부터 국지성 혜택의 한계 조건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을로 바뀐 삶의 내력이 심리적으로 구조화되는 과정을 리얼한 관찰과 적실한 이미지”(조강석 문학평론가)로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박카스”, “우루사” 등 ‘피로 완화’를 연상시키는 언어들을 동원해 역으로 회복 불가능한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포착한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박강의 시 세계에서 이러한 피로를 유발하는 것은 계급적 좌절감이다. 시민에서 민중으로 올라갔다 서민으로 내려와 살아가는 서글픔을 드러낸 「위생의 제국」은 정치․사회적 주체인 시민이 역사․철학적 주체인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경제적 객체인 서민으로 전락한 것이 청년 세대가 느끼는 불안의 실체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서민들의 마음에 내재화된 심리적 강등의 구조물이 바로 박강의 시이지만, 한편 추락을 조롱하고 낭만을 응용함으로써 한 줌 희망을 삶에 적용하는 것 역시 박강의 시다. 절망을 소망으로 이겨내는‘을’들의 노래가 우리 시대의 피로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편집자 리뷰

■ 삶과 불화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박강의 시는 고독하고 황량하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그의 현실이 처참하고 비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생긴 상처들의 비명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꾸욱 깨”문 채 “손쓸 새 없이” 지나가는 날들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펭귄」) 그래서 시인에게 있어 세계는 더욱 애달프다.

“파견직”, “유통기한”, “해직통보서”, “이력서”, “거품처럼 늘어나는 학자금 이자” 등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고난과 좌절에서 건져 올린 시어들은 단편적으로나마 시인의 고뇌를 숨김없이 드러내 준다. 이는 그가 겪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와 단절로 인한 고뇌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우리들이 마주해 있는 삶 안에서 생성되는 비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크면 꼭 빤스 입은 슈퍼맨이 돼야 하나요, 세상의 꼭대기에서만 날아다녀야 하나요, (중략) 나도 할머니의 대를 이어 아랫목에 내려가 살게 되나요”(「아랫목의 순례자들」)라거나 “제 자식에게 저는 고래밥을 사주지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 새우처럼 될 운명이라면”(「절차탁마 발기만성」)이라고 자조하듯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제발 가르쳐주세요, 적진은 어디에 있습니까, 보이지 않는 손이 정말 시장을 지배합니까, 발 닳도록 커피 나르며, 책상 밑 유령 같은 손으로 토익 책을 훔쳐보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없습니까, 사막에 플랜트를 세우겠습니다, 제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사무실 곳곳에 왈칵 쏟겠습니다, 저의 패기를, 열정을, 오오, 뜨거운 커피를, 상사의, 우우, 바지가 젖었습니다, 이제 집에서 눈물 젖은 사전을 베고 잠들어야 하나요

―「이불 속의 마적단」에서

 

■ 현실적인 시어들과 현장감 있는 이미지

무엇보다 박강의 시는 과장을 피하고 현실 세계의 구체적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시어들을 통해 심적 상태를 적실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를 통한 현장감 있는 이미지 창출은 읽는 이가 즉물적인 체험을 수월하게 하도록 이끌어 준다.

예로 월급 동결과 상환 기한 연장 문제로 경제적 수렁에 빠져 버린 마음의 눈에 비친 붕어빵이 “한 줌 예치금의 팥”(「폭설」)으로 속을 채우고 있다는 표현은 생동감 넘치는 사실적인 비유다.

“오후의 긴 그림자가 저축형 펀드의 원금만큼 사라져 간 동안” “거품처럼 늘어나는 학자금 이자”(「크레딧」) 탓에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단타, 연타, 얻어맞으며 둔탁한 신음 소리로 버텨온 날들”(「고물 드럼을 꺼내다」)을 살다 “붕어의 숨통을 쥔 자”(「카운트다운」)에게서 해직통보서를 받은 우리들은 “한 자리씩 뽑혀 나간 나무들”(「이상한 염색」)과 다름없다. 그리고 지금 그 “나무들은 화형대의 주검처럼 쓰러져/ 등을 맞대며 얕은 호흡으로 경련 중”(「박공지붕 복원건축공법」) 이다.

시인에게 있어 이 세계는 더 이상 “낭만적 방랑”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일지도 모른다. “부랑”과 “노숙”의 삶(「위생의 제국」), “톱니 빠진 태양의 바퀴”(「박카스 만세」)를 매일 굴려 본들 나아지리라는 보장도 없는 삶, 단 한 번의 실책으로도 끝없이 추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새삼 무언가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위험부담만 너무 클 뿐인 삶.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 들붙어 시체처럼 딱딱하게 굳어”(「오도독 누룽지」) 갈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 메마른 세계 안에서 “혁명으로 부풀던 우기”를 그리는 진자 운동

한편 시인은 이번 첫 시집에서 현실의 결핍과 현실과는 다른 시간에서의 충만이라는 두 항을 효과적으로 구조화하여, 불가능한 것을 희망하며 실패와 좌절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종종 그려 낸다. 바로 낭만적 아이러니다. 더욱이 「건기」를 살펴보면 현재의 부정적 상태와 “혁명으로 부풀던 우기”처럼 좋았던 옛날, 혹은 “마지막 장대비가” 오는 좋도록 예정된 먼 훗날을 대비시키면서 소망과 좌절 사이의 간극을 넓혀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주말의 개수를 하나둘 지워야 했다

일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노래할 날이 며칠이나 남았느냐고 누이는 묻고 있었다.

자전거 바퀴가 헛돌던 무렵

그건 우리의 발목뼈가 양서류의 꽈리처럼 일 밀리씩

혁명으로 부풀던 우기에서야 가능했던 것

 

동화에서 봤을법한 그건

마지막 장대비가 올 거라던 우리의 신호

― 「건기」 에서

 

그런데 소망과 비관 사이의 이러한 심리적 진자 운동은 대부분 메마른 현실의 확장이 되곤 하지만 동시에 그에 따른 당대의 갈망이나 미래에 대한 열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는 역할도 미약하게나마 수행하며 낙관론이나 비관론, 어느 한쪽에 쉽게 기울지 않도록 해 주고 있다. “지평선 너머에서 저격병 같은 어둠이 몰려”(「베이루트 독서」) 오더라도 “가끔씩 찾아오는 아침”(「몽마르트르」) 이 있기 때문에 “깨어날 수 있나요? 파워 온”(「고물 드럼을 꺼내다」) 하고 묻는 것처럼.

따라서 “어쩌면 이건 소멸로의 초읽기”(「카운트다운」)일지라도 박강의 첫 시집이 “시민에서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다시 서민으로 심리적 강등을 겪은 이의 내적 구조물이라는 것과 동시에 그의 시집이 그 비관의 구조물들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노래’를 품고 있다는 것이 중요”(「작품 해설」)하며 이 점이야말로 앞으로 걸어갈 그의 고난 가득한 외로운 행로를 더욱 주목하게 만들어 준다.

 

市民에서 民衆에서

이제 나는 庶民이 되어 외친다.

— 오염된 문명. 벗어날래요. 오지탐험을 위해 나는 적금을 붓습니다.

— 구멍가게 청년은 찌질해요. 쌍팔년도식 파리가 날려요. 더럽습니다. 그 몸으로 결혼 가능할까요. 화장터 건립 결사반대. 재건축을 기대합니다. SSM 입주를 환영합니다. 먼지 없이 빛나는 진열대가 보고 싶어요.

나는 분열되었다.

― 「위생의 제국」에서

 

 

 

 

■ 추천의 말

가벼운 깃털인 현실이 검은 밤바다처럼 밀려올 때 박강은 기꺼이 그 속으로 추락을 감행할 줄 아는 시인이다. 밤새워 눈을 삼키고 눈사람처럼 머리만 커져 가는 차가운 연대(年代), 술병에다 시를 채우고 떠나고 또 떠나는 아포리아, 그는 그 길 위에서 처연한 몸짓으로 물병이며 천칭이며 별자리 궤도를 끝없이 사경한다. 그의 언어의 수장고에 가득한 열망, 겸허한 내공, 때로 누아르의 축축함으로, 혹은 고통과 상처로 드러나는 시 공간이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시의 흉부를 짚어 내고 언어의 살로 저며 낼 줄 아는 그가 짐짓 다시 스스로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기 직전의 긴장으로 돌아가 “박카스 만세”를 노래한다. 그의 첫 날개에서 솟아나는 파열음이 쓸쓸함과 위험의 시적 인식 속에서도 한없이 즐거운 것은 그 때문이다. -문정희 (시인)

 

박강의 시어들은 이 세계로 파견된 언어들이다. 소속집단의 언어에서 준거집단의 언어로 그의 시는 낡은 해석의 저인망을 피하며 우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불시착했다. “철심으로 수명선을 더 그린 자들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저 우주에서 며칠을 굶었는지 알 수 없는 곡식들처럼, 웃자라 있다. 미래가 지구의 시인을 절멸시키기 위해 히스테리컬한 T-X(크리스티나 로켄)를 개발하여 과거로 보냈다면, 지구의 시인을 보호하라는 특명을 받고 뒤따라 보내진 구형 터미네이터(T-800)의 눈물겨운 몸부림처럼, 그의 시는 뛰기 전 ‘박카스’와 ‘우루사’를 먹고 있는 아널드 슈워제너거처럼, 애틋한 잉여가 숨 쉰다. 하지만 그가 파견한 언어를 그저 미래에서 온 심부름이라고만 부르진 말자. 갓 파견되어 도착한 그의 시는 거주지가 불분명해서 무능하다고,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그의 전사들은 이 제국에 파견된 시간강사들에 불과하더라도, 어떤 불가능과 싸우고 있을 때 애틋함은 우리에게 또 다른 전령이 되어 간다. 그는 “내 팔에서 뽑은 피를 꽃잎에 적셔서”라도 이 세계를 구할 모양이다. 박강이 ‘적진’ 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에게 보낸 이 전령들은 시인이라면 자신의 시집에 이런 ‘한 줄의 이력서’ 를 마땅히 보태야 한다는 도저한 ‘국토 대장정’이 숨 쉬고 있다. ―김경주(시인)

 

■ 작품 해설 중에서

박강의 첫 시집이 시민에서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다시 서민으로 심리적 강등을 겪은 이의 내적 구조물이라는 것과 동시에 그의 시집이 그 비관의 구조물들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노래’를 품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관의 건조한 결기도 과거로부터 연면히 흐르는 노래의 습기도 그 자체로는 이 시집의 주조를 형성하지 못한다. 다만 단단히 굳은 심리적 구조와 부단히 과거로부터 유입되는 노래가 진자 운동을 하는 현장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각의 차원이나 재현의 차원이 아니라 운동의 차원에서 구조와 흐름을 넘나드는 시의 현장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이 두 줄 어디에선가 2000년대 시의 한 이력서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불협화음으로 떠난 자들의/ 노래여, 이제는 안녕.”  -작품 해설에서|조강석(문학평론가 ․ 인하대 교수)

목차

자서

 

1부 처음 만난 자유

펭귄

폭설

우루사를 먹는 밤

벨로시랩터 철학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이상한 염색

이불 속의 마적단

서툴고 길게 말하는 것은 블루스의 조건

너와 나의 국토대장정

국지성

아랫목의 순례자들

절차탁마 발기만성

박 대리는 어디에

크레딧

건기

 

2부 역류하는 서식지

카운트다운

개원

위생의 제국

쇄빙

풍툼 씨의 사진관

스콜성

부지깽이 소셜 클럽

바이킹

누아르에 대한 짤막한 질문

쨍하고 해 뜰 날

오도독 누룽지

봄날은 간다

렉터 박사의 처방전

고물 드럼을 꺼내다

박공지붕 복원건축공법

폐원

 

3부 인디공작단 해산식

물음표에 대한 짤막한 질문

중유 지대의 말일

앵포르멜

절규 73.5×91cm

주치의 가셰의 처방전

몽마르트르

신신사운드 악기사

하드록 기타 단기속성

낭만이여 안녕

달의 노래

춤꾼 디오니소스

떼르미니 역

오디션

오디션 2

 

4부 분실 판화집

양궁소녀 발굴기

젖은 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고목

가벼운 이사

일식

紅記

洛山

이누이트 엽사

길일

박카스 만세

소년은 몰래 구두를 모으며 자란다

하얀 탑의 노래

로프공

베이루트 독서

 

작품 해설 / 조강석

현실의 심리적 구조물과 을의 노래

작가 소개

박강

197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다.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6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6월 28일

ISBN 978-89-374-5790-6 | 가격 5,600원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한 피로회복 시

2000년대 시에 새로운 이력서를 제출한 박강 첫 시집

박강의 첫 시집이 시민에서 민중으로 고양되었다가 다시 서민으로 심리적 강등을 겪은 이의 내적 구조물이라는 것과 동시에 그의 시집이 그 비관의 구조물들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노래’를 품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관의 건조한 결기도 과거로부터 연면히 흐르는 노래의 습기도 그 자체로는 이 시집의 주조를 형성하지 못한다. 다만 단단히 굳은 심리적 구조와 부단히 과거로부터 유입되는 노래가 진자 운동을 하는 현장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각의 차원이나 재현의 차원이 아니라 운동의 차원에서 구조와 흐름을 넘나드는 시의 현장을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이 두 줄 어디에선가 2000년대 시의 한 이력서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불협화음으로 떠난 자들의/ 노래여,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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