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문재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1993년 5월 31일
ISBN: 978-89-374-0552-5
패키지: 변형판 124x210 · 132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52
분야 민음의 시 52
재미있는 것은 문재 형이, ‘파시스트적 속도’라고 이름 붙여진 현대적 가속도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게으름’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게으른 사람은 힘이 세다/ 아프도록 게을러져야 한다”고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란 시에서 역설하고 있다. “게으른 사람만이 볼 수 있다”고 적는 것은 어쩌면 ‘파시스트적 속도’의 반대말로 손쉽게 찾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재 형은 ‘유목민적 속도’와 동의어로 쓰일 수 있는 ‘우편배달부의 속도’를 창안하는 것으로 자기 사유의 고민을 보여 준다. 글이든 사람이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스승이었던 때에 문재 형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내가 문학잡지에 최초로 실었던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이란 시는 문재 형 몰래, 문재 형에게 바쳐진 시였다. – 장정일 (시인, 소설가)
自序
거미줄/ 가는 길/ 지문/ 한숨/ 칸나/ 동백/ 길/ 푸른 곰팡이/ 저녁이 뒷짐/ 마지막 느림보/ 날씨가 사라지다/ 저 깜빡이는 것들/ 진달래 능선에서 쉬다/ 덕수궁에서 고개를 드니/ 산책로 밖의 산책/ 저녁 산책/ 저물 녘에 중얼거리다/ 세설천/ 길 밖에서/ 모슬포 생각/ 실상사 가는 길/ 어처구니/ 누전/ 땅끝, 땅 끝/ 봄, 몸/ 티클라미칸/ 지하철 정거장에서/ 또 지하철 정거장에서/ 유월/ 화전에서의 며칠간/ 돌아보지 말거라, 네가 돌아보지 않아도 이미 소금 기둥 되어 있으니/ 순장/ FM 고통방송/ 공중 도시/ 타클라미칸/ 잘 썩은 풀은 깨끗하다/ 길섶/ 염전중학교/ 개똥벌레/ 이명/ 펌프/ 감기/ 책마을 책방/ 변산 숙모의 소리/ 현기증/ 천일야화/ 신성 눈 내리네/ 비닐우산/ 오존 묵시록/ 고비사막/ 산길이 말하다/ 사방이 자욱해지면/ 눈과 귀 틀어막다/ 게으른 사람은 아름답다/ 버섯, 버섯/ 대관식/ 거미 여인의 춤/ 넓은 강/ 검은 트럼펫/ 황혼병/ 아침/ 길/ 합창/ 몽촌토성/ 서릿밭/ 분꽃/ 형부는 수력발전소처럼 건강하다/ 실수/ 에덴의 서편/ 지구에서 지구로 걸어가는 동안/ 집 안팎 식구들 다 잠들고/ 종(種)/ 아몬드 나무 아래/ 제비/ 나의 오전의 채소/ 가을 학교
발문/ 장정일 추억의 집, 현실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