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세계사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 문명의 투쟁

원제 WATER (The Epic Struggle for Wealth, Power and Civilization)

스티븐 솔로몬 | 옮김 주경철, 안민석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4월 22일 | ISBN 978-89-374-8673-9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704쪽 | 가격 28,000원

책소개

대운하에서 위생혁명까지,

물은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왔는가

 

왜 로마는 제국 통합에 실패했는데 중국은 성공했을까? 중세시대 가장 강력한 국가였던 중국이 다음 단계로 진보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궤적을 물의 관점에서 추적한 독특한 책이다. 고대 문명의 발흥과 몰락에서부터 로마제국의 수도 시스템, 중국의 대운하를 거쳐 근대의 대양항해와 증기기관 개발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인류사의 모든 전환점에 바로 물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그려 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뒤에는 공공위생 혁명이 있었음을, 또 20세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 후버 댐과 파나마 운하가 있었음을 새롭게 알게 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역사의 조종자이자 ‘문명의 생존방정식’인 물의 입장에서 바라본 새로운 세계사이다.

편집자 리뷰

“역사 발전의 중요한 국면마다 물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용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으며, 각각의 시대는 그 당시에 직면한 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독특한 형태가 갖추어졌다는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매우 신선한 시각을 보여 준다. 물은 부와 권력, 더 나아가서 문명의 존립 기반이며, 인류 역사는 물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해 온 투쟁의 역사였다.” — 주경철,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역사를 물의 관점에서 추적한 『물의 세계사』가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비롯, 인더스 강 유역, 황허 강 유역 등에서 대규모 관개농업이 발달해 문명이 시작된 이래, 물은 인류의 문명을 결정지은 절대적인 자원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제까지 대개 문명의 발생기에나 등장하고 사라지던 물은, 이 책에서 끊임없이 인류의 가능성을 시험한 역사의 조종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예를 들어, 2500년 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운하는 수에즈 운하에서 남프랑스 운하, 파나마 운하, 미국의 이리 운하에 이르기까지 몇 세기 동안 세계 각지에 건설되어 인간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초보적인 형태의 물레방아에서 시작해 18세기 말 증기엔진의 발달을 이끌어 낸 수력발전의 역사는 산업혁명을 추동한 핵심 동력이었다.

공공 위생혁명은 인간의 건강과 인구증가 그리고 깨끗한 식수 확보에 변화를 가져와 대규모 근대 산업 도시의 형성을 뒷받침했다. 또한 거대한 다목적 댐이 건설되어 전기를 생산하고 관개용수를 공급하며 대규모로 홍수를 통제할 수 있게 되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물을 통제하고 극복하려 노력해 온 투쟁의 역사였다. 물을 다스리고 물을 획득한 자가 결국 부와 권력을 거머쥘 수 있었다.

 

 

왜 로마는 제국 통합에 실패했는데 중국은 성공했을까?

 

역사가들은 흔히 한제국과 로마제국의 대칭성을 거론하곤 한다. 두 제국의 권력, 부, 영향력이 최대였던 시기가 서로 일치하며 지리적 크기가 비슷하고 같은 시대에 유라시아 양쪽 끝에서 번영한 데다가 북쪽 야만족의 침입으로 쇠퇴했다는 점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마제국은 통합에 실패했고 중국은 성공했을까? 바로 중국이 대운하를 건설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왔다.

대운하는 중국의 남북을 연결함으로써 자연자원 및 인적자원을 통합했고, 이 덕분에 화려한 중세 황금기를 열었다. 이에 비해 로마제국에는 통합을 이끌어 낼 수로가 없었다. 대운하가 건설된 이후, 중국과 유럽의 역사는 다르게 진행됐다. 과거 로마제국의 영토였던 유럽 대륙은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의 분열된 조합이 되었고 침체된 암흑시대가 장기간 지속된 데 비해, 중국에서는 대운하가 받침점이 되어 수송, 농업, 산업 면에서 중세 경제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운하는 이와 같은 통합성으로 인해 15세기에 중국이 서서히 쇠퇴하도록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운하는 자족적이고 통제적인 환경을 만들어 명나라의 중앙집권화된 권위를 높여 주었다. 황제와 그 주변의 관료들은 지주 계급과 결탁하여 상인층을 힘으로 억눌렀다. 반면에 유럽은 전체를 통합하는 내륙 수상 수송 체계가 없어 더 작은 국가 단위가 만들어졌고, 이런 체제가 완성되면서 통제받지 않은 교역과 자유시장 기업들이 확대되었다. 중세의 중국은 산업적으로 매우 발달해 있었고 모든 과학적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지만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가 시장지향적인 경제 엔진의 등장을 가로막아 근대 산업주의로 나아가지 못했다. 통합된 사회를 발전시켰던 대운하가 결국 사회의 쇠퇴를 불러오는 계기로 기능하게 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뒤에는 물이 있었다

 

물과 문명의 번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물을 다스리는 문명은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그렇지 못한 문명은 쇠퇴한다. 역사상 이와 같은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나일 강 수위는 이집트 문명의 번영기와 침체기를 정확히 말해 주었으며, 로마제국이 번영하고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는 수로 건설과 물 공급이 증가한 시기와 일치했다. 16세기에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슬람 세력이 강력하게 부흥했던 것은 1453년 오스만 튀르크가 이곳을 정복한 이후 수로 확충과 수력 관련 혁신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었던 것도 부분적으로는 만성적인 물 부족 때문이었다.

19세기 영국의 세계 제패 뒤에는 공공 위생혁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국은 런던 템스 강의 ‘대악취’를 해결하고 콜레라를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런던 지하에 정교한 하수도망을 건설해 오수를 런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하류로 내보냈고, 하수구와 지하도를 만들면서 내구성이 높은 혁신적인 시멘트를 사용했다. 또 저수시설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위생적인 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 시설을 만들고 염소 소독법을 도입하는 등 신속하게 세계 수준의 도시 위생 시설과 상수도 체계를 건설해 나갔다. 그 결과 영국의 위생혁명은 산업화된 민주 국가들 사이에서 상수 시설을 개선하고 공중 보건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선도할 수 있었다.

 

 

미국, 후버 댐을 발판 삼아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발돋움하다

 

20세기에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도 물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국인들은 건조한 서부 프런티어를 관개농업과 광산업 그리고 수력 발전의 보고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지구상 어떤 사회보다 더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수자원을 개발했다. 역사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는 번영하는 문명의 가장 확실한 지표인 동시에 촉매제였다. 미국의 성공적인 물 통제 사례를 보여 주는 후버 댐은 20세기에 전 세계에 세워졌던 거대한 다목적 댐들의 기술적 원형이 되었다. 그 댐들은 농업 분야의 녹색 혁명과 전 지구적 산업화가 가져온 이례적인 번영을 촉진했다.

미국의 뒷마당에 자리해 결국 미국의 통제 아래 놓인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두 대양을 잇는 빠르고 저렴한 미국 내부의 수로로 기능하며 미국의 성장을 촉진했다.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되었고,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과 동아시아 지역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통합된 세계 규모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운하를 성공적으로 완성하면서 미국은 산업 경제의 우월성과 세계적 열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물을 효과적으로 통제한 미국은 이를 발판 삼아 열강들 사이에서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석유의 시대에서 물의 시대로

 

역사학은 오늘날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과거를 되돌아본다. 역사학이 시대 상황에 따라 새롭게 연구되고 새롭게 서술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난날 역사학에서 거의 다루지 않던 생태 환경이나 자원 분야의 연구가 각광받고 있다. 『물의 세계사』는 ‘물’이라는 자원 연구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분야를 다루면서도 이 책은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 등 전통적인 영역들을 놓치지 않고 긴밀히 연관 지어 가며 살폈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찾는 독자들뿐 아니라 정치사나 경제사, 문화사 등 기존 역사 영역의 연구자들도 이 책에서 새로운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물은 석유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족한 핵심 자원이 되었다. 지난 20세기가 석유 자원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였다면, 21세기는 물에 대한 투쟁이 세계질서와 문명의 운명을 결정짓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인도주의적 위기, 전염병, 폭력, 그리고 부패하고 실패한 국가들은 대부분 물 부족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20퍼센트의 사람들이 마시고 음식을 준비할 물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40퍼센트의 사람들은 적절한 위생시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물을 소유한 계급과 물을 소유하지 못한 계급 간에 폭발적인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그 문제가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강력한 패권국가가 강의 상류 지역을 지배하고 자국에 유리하도록 수자원을 통제할 경우 하류 유역에 위치한 많은 국가의 농업과 산업이 피폐해질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에게도 4대강 사업 재평가 등 물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물 문제를 역사적인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것이다.

목차

서론 – 우리 운명을 결정짓는 물

1부 문명 탄생의 필수 자원

1 역사를 결정짓는 핵심 자원
2 관개농업과 문명의 탄생
3 세계 4대 문명과 초기 제국들
4 그리스 로마 문명의 성장과 지중해
5 대운하와 황허 문명의 개화
6 물에 취약한 문명, 이슬람

 

2부 물과 유럽의 번영

7 물레방아, 쟁기, 화물선의 등장
8 지리상의 발견과 대항해 시대
9 증기력, 산업혁명, 팍스 브리타니카

 

3부 물과 현대 산업 사회의 형성

10 위생 혁명과 콜레라 극복
11 미국의 이리 운하가 가져온 호황
12 파나마 운하가 연 새로운 시대
13 다목적 댐의 기술적 원형, 후버 댐

 

4부 결핍의 시대

14 물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15 물 기근에 허덕이는 중동
16 인도와 중국의 물 압박
17 부족을 기회로, 새로운 물 정책

결론 – 우리는 결국 물이다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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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스티븐 솔로몬

스티븐 솔로몬은 《뉴욕 타임스》, 《비즈니스 위크》, 《이코노미스트》, 《포브스》, 《에스콰이어》 등에 기고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저술가이다. 국영라디오방송(NPR)의 유명 프로그램인 「마켓 플레이스」를 비롯해, CBS 이브닝 뉴스, 폭스 뉴스, MSNBC의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세계문제협의회, 세계정책연구소,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등에서 연설했으며, 뉴욕대학교의 법과안전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대학교의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2010년에는 물환경연합 정기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바 있다.

1995년 국제 금융 시스템의 위험을 예견한 『콘피던스 게임(The Confidence Game)』을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으며, 물의 세계사를 다룬 이 책에서 저널리스트적인 감각과 광범위하고도 심층적인 연구조사 능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핵심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그 기원을 추적해 역사적 통찰을 담아 낸 이 책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 워싱턴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주경철 옮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히스토리아』,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네덜란드―튤립의 땅, 모든 자유가 당당한 나라』, 『문화로 읽는 세계사』,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언어 사중주』(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제국의 몰락』, 『경제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유토피아』, 『역사와 영화』, 『유럽의 음식문화』 외에 다수가 있다.

안민석 옮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역서로 『가차 없는 자본주의』(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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