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재개발과 맹목적인 입시 교육 옥수동을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풍경 “재미와 깊이를 다룰 줄 알고 문무를 두루 겸비한 메이저급 신인의 출현”-심사평 중에서

옥수동 타이거스

최지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2월 22일 | ISBN 978-89-374-8659-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7x188 · 23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무분별한 재개발과 맹목적인 입시 교육
옥수동을 통해 바라본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풍경

 

 

재개발 지역인 옥수동을 배경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공고생들의 사랑과 우정, 꿈을 향한 도전을 그린  『옥수동 타이거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06~2008년 옥수동에 불어닥친 재개발 바람은 이곳을 빈민촌과 부촌으로 나누고, 둘로 나눠진 옥수동에는 크고 작은 잡음이 그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부촌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그들과 가까운 옥수동에 위치한 공고를 초등학교로 바꾸려는 사건이 발생하고, 공고를 혐오시설처럼 여기는 분위기로 인해 어느 곳으로도 이전할 수 없는 공고는 교육청으로부터 폐교라는 행정예고를 받는다.

계층 갈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두 지역을 대표하는 공고와 외고 학생들 사이의 패싸움으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옥수동 타이거스』는 집값 하락을 이유로 폐교 위기에 처한 바 있는 ‘동호공고 폐교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부모, 지역, 학벌이 삼위일체로 작동하는 한국 사회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21세기 ‘원미동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옥수동’이라는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내며 문학적 지도를 업그레이드한다.

‘청년신춘문예’당선작다운 참신하고 실험적인 스토리텔링 기법도 최지운 작가만의 개성적인 특징이다. 특히 역동적인 서사 대신 개별적 캐릭터에 집중한 방식은 변화하는 대중서사의 흐름을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료를 출현시키는 팝업 창 형태의 서술 방식 역시 디지털 세대의 글쓰기가 가져올 새로운 소설의 형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폐교되는 학교, 철거되는 집…… 그래도 꿈은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 옥수동. 소박하던 이곳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조용하기만 하던 옥수동이 둘로 갈라진다. 매봉산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상위 5퍼센트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오른쪽에는 하위 5퍼센트의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판자촌이 남아 있다. 가난의 이미지를 벗고 싶었던 고급 아파트 단지 사람들은 새로운 지명을 갖기 위해 행정구역 재편을 요구하고, 그 결과 옥수동 왼쪽 지역은 서당동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다. 둘로 나뉜 옥수동과 서당동에는 각각 그 지역을 대표하는 학교가 있으니 옥수동의 용공고와 서당동의 중앙외고가 그것. 오호장군과 캡틴파이브는 두 학교를 대표하는 폭력 서클이다.

앙숙이었던 두 서클은 용공고 폐교 위기를 기점으로 절정에 이른다. 용공고가 폐교되는 데 서당동 주민들이 로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학교가 없어지는 것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무력함에 좌절한 오호장군은 평소 자신들에게 주먹에 있어서만큼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캡틴파이브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공고와 옥수동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를 다짐하는 오호장군, 그리고 외고와 서당동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없다고 결심한 캡틴파이브. 아이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옥수동 판잣집은 계속 사라져만 간다.


 

■21세기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이 80년대 소시민의 삶을 보여 주는 문학적 공간이었다면 옥수동은 2000년대 한국인의 욕망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문학적 공간이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오늘을 압도하는 곳, 아파트의 높이가 사회적 출세와 비례하는 곳, 일찌감치 나누어진 우열반이 인생마저 우열반으로 나누어 버리는 폭력적인 곳. 2000년대의 옥수동은 상위 5퍼센트의 고급 아파트 단지와 하위 5퍼센트의 남루한 판잣집이 공존하는 양극화의 격전지다. 개발 명분 뒤에 감추어진 자본의 논리 앞에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도 예외는 아니다. 신분, 지역, 학벌이 삼위일체로 합체해 막강한 권력으로 작용하는 세상에서 가난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변방의 동네에 거주하며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공격 한 번 제대로 못 해 보고 수비만 하다 청춘을 소진해 버린다. 지역 이기주의와 학벌 지상주의로 점철된 세상에서 대학만을 강요당하는 이 시대 암울한 청소년들의 절박한 일상을 유쾌하게 전복하는 『옥수동 타이거스』는 태어난 이래 줄곧 방어율만 높이며 살아온 예비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날리는 회심의 일격이자 묵직한 돌직구다.  


 

■캐릭터 중심․팝업 창 스타일…… 디지털 세대의 글쓰기

『옥수동 타이거스』는 청년신춘문예 1회 당선작답게 ‘젊은 소설‘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삼국지라는 고전적 설정과 대비를 이루는 팝업 창 방식의 서술은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 기법의 형태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서 거침없이 각종 자료를 출현시킨다. 이야기 곳곳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에 출마했던 J씨의 인터뷰 기사󰡑나 이야기의 사실성을 뒷받침해 주는 시험 문제, 주고받은 대화 창 등이 튀어나온다. 그 모습이 흡사 인터넷의 팝업 창과 같다. 이는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작가는 이 같은 방식이 소설적 재미와 함께 사회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글쓰기 방식은 아날로그적인 축적보다 디지털적인 순간성에 익숙한 세대적 특징을 반영한다. 굵직한 서사에 집중하는 대신 명징한 목적의식과 위트 있는 설정,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선택 역시 서사에서 캐릭터로 옮겨 가는 오늘날 대중서사의 흐름을 잘 읽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감각을 선도하면서도 형식에 메시지를 묻어가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소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의식 역시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박성원 교수의 말처럼 “재미와 깊이를 다룰 줄” 아는 메이저급 신인의 출현이다.

 

 

■본문 중에서

매봉산에 밀어닥친 재개발 사업으로 저와 가족들은 20년 동안 살았던 매봉산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옛집은 중앙외고 운동장의 모래밭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추억에 잠기고 싶을 때면 한밤중에 몰래 그곳을 찾아갑니다. 그러고는 제 방이었던 자리에 눕습니다. 그곳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봅니다. 고작 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별들은 제 마음속에서 잠시나마 반짝반짝 빛납니다. -26쪽

 

공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혜연 선생(29세, 교사)은 “사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다른 아이들과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할 때 실업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실업계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학생들 개인의 행동에 향할 것이 아니라 사회 모순을 꼬집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꿈과 희망을 배워야 하는 학교에서 절망을 배우고 있습니다.” 라고 비통해했다. -81쪽

 

학생들이 믿는 신은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각각의 신들은 용공고 학생들 마음속에서만큼은 하나로 움직여야 했다. 학생들의 소원이 모두 같았기 때문이다. ‘학교와 동네까지 지켜 주시진 못하더라도 오래전부터 저 자리에 꿋꿋이 서 있던 벚꽃나무들은 꼭 지켜 주세요.’ 신들이 옥상 난간에서 자신들을 향해 기도하는 학생들의 염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였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좀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신들이었다. 옥수동 뉴타운 사업 계획 초안대로라면 저 벚꽃나무들 중 절반은 사라져야 했다. -114쪽

 

“싸움의 세계가 아니었다면 우린 캡틴파이브를 꺾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사회에서 재산, 지위, 학벌이란 삼위일체를 내장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 판타지가 펼쳐지는 세상이 다가올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용공고를 떠나던 2008년에는 더욱.” -119쪽

 

■심사평 중에서

매봉산과 옥수동을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의 성장기를 그린 이 소설은 ‘젊은 소설’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좋은 소설은 뻔한 소재를 새롭게 전달한다. 고등학교 일진 이야기는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르다. 게임에서부터 삼국지라는 고전, 영화적 기법의 차용까지 다양한 장치가 섞여 있어 익숙한 이야기를 낯설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새로운 소설의 출현을 예견하고 있다. 마치 팝업 창이 튀어나오듯 소설 중간 중간에 삽입된 각종 인터뷰며 대화창 등은 재미뿐만 아니라 소설이 갖춰야 할 사회성이라는 덕목을 잘 보여 준다. 재미와 깊이를 다룰 줄 알고 문무를 두루 겸비한 메이저급 신인의 출현이다.-은희경(소설가) ․ 장은수(문학평론가) ․  박성원(소설가)


목차

1 이야기의 시작

2 빅 매치

3 매봉산

4 오호장군

5 용공고

6 팔각정 -컵라면이 붇기 전에

7 수표교 -공원을 뒤흔드는 호통 소리

8 대현산배수지공원 -금호산 아래에서 한 팔이 꺾였네

9 장충단공원 -T자가 춤추는 곳마다 길은 열리고

10 버티고개 -매봉산의 금큐대

11 폐교 Ⅰ

12 캡틴파이브

13 카프카

14 장군의 아들

15 알파걸

16 개망나니

17 뉴타운

18 벚꽃 동산

19 예상

20 포효

21 추억

22 구애

23 우정

24 사랑

25 이별

26 응봉근린공원

27 폐교Ⅱ

28 이야기의 끝

 

[외전] 끝나지 않은 이야기

 J의 이야기

Ⅰ내일은 에이스

Ⅱ미드나이터스

Ⅲ눈물의 MP3

Ⅳ약수고가차도

 

[연표]

당선 소감

작가 소개

최지운

1979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동국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한국경제》신춘문예에 『옥수동 타이거스』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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