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보르헤스 등 현대문학의 거장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어긋나고 음습한 세계관, 이야기마다 서린 독특한 광기, 어두운 상상력으로이성과 감성의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들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원제 Edgar Allan Poe

에드거 앨런 포 | 옮김 전승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2월 12일 | ISBN 978-89-374-6308-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36쪽 | 가격 11,500원

책소개

환상 공포 문학 영역을 개척한 천재적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선.

독특한 소재와 건조하고 무거운 글쓰기를 지향했던 포는 미국 단편소설의 시조로 불리는 동시에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과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통해 이성과 감성, 현실과 초현실, 일탈과 순응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는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 심리의 복합성을 포착해 그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 준다. 정체성의 위기, 무의식, 정신분열, 광기, 위반과 일탈의 심리 묘사에서 보이는 포의 독창성과 선구성은 보르헤스, 보들레르 등 20세기를 이끈 작가들에 의해 수없이 인용되었고, 라캉과 데리다 같은 학자들에 의해서도 다양하게 해석되었다. 그의 문학은 당시 신생국으로 문학의 불모지였던 초기 미국 문단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같은 프랑스 작가들의 극찬과 함께 유럽 사회에 소개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도둑맞은 편지」,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를 비롯해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단편 열네 편을 엄선해 실은 이 단편선을 통해 에드거 앨런 포가 추구했던 문학 세계와 예술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수록 작품 |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 리지아 ․ 어셔가의 몰락 ․ 윌리엄 윌슨 ․ 군중 속의 사람 ․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 ․ 타원형 초상화 ․ 붉은 죽음의 가면극 ․ 구덩이와 추 ․ 배반의 심장 ․ 검은 고양이 ․ 도둑맞은 편지 ․ 아몬티야도 술통 ․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편집자 리뷰

보들레르, 보르헤스 등 현대문학의 거장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

어긋나고 음습한 세계관, 이야기마다 서린 독특한 광기, 어두운 상상력으로

이성과 감성의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들

 

▶ 포의 작품에는 내가 쓰고 싶었던 모든 것이 있다. —샤를 보들레르

▶ 포는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 통로를 찾아 가는 탐험가이다. —D. H. 로런스

 

 

광기와 일탈로 인해 벌어진 금기를 넘은 사건들,

어둡고 악한 인간의 양심을 폭로하는 자기 고백적 이야기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예민하며, 파괴 욕구에 시달리다 통제력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이들의 심리는 평범한 인간이 가진 도덕적이고 온화한 특성 이면에 있는 비이성적이고 광폭하며 비양심적인 부분을 드러낸다. 포 자신이 “도착적인 심리”라고 불렀던 이것은 그의 소설에서 줄기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테마이다.

포의 대표적 단편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는 광기와 일탈이 불러온 끔찍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성격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술이라는 악마의 노예가 되어 난폭하고 충동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에게는 아끼며 키우던 검은 고양이가 있었는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점차 이 고양이를 미워하다가 결국 한쪽 눈을 칼로 도려내는 극악한 행동을 하고 만다. 하지만 악행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악의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너무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그 녀석의 목에 올가미를 씌운 다음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그렇게 매달 때 내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 나왔고, 마음은 회한으로 가득 차서 비통하기가 그지없었다. 그 짐승이 나를 끔찍이 사랑해 왔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짐승이 내게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녀석을 목매달았던 것이다. —「검은 고양이」에서

「윌리엄 윌슨」에서는 자신의 행동과 의지에 참견해 사사건건 방해 공작을 놓는 미스터리한 친구를 둔 남자의 심리적 혼란을 그리고 있다. 그 역시 상대를 증오하다 결국 살해하지만, 곧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자기가 만든 양심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악한 감정은 자기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를 향해 스스로를 파괴하기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몬티야도 술통」에서 화자는 허영심 많은 친구를 살해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꾸미며, 「배반의 심장」의 주인공도 자신을 보살펴 주는 노인의 푸른 눈이 두려워 계획적으로 살해하고는 완전범죄를 꿈꾸지만 실패한다. 이 작품들 속 화자들은 공통적으로 충동적인 감정에 휘말리는데,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은 더없이 이성적이고 치밀하다. 화자는 대부분 강박적이고 집요하며, 빈약하거나 자의적인 근거만으로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을 합리화하지만 마지막엔 자아분열에 시달린다. 이 작품들에서는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는 인간 내면의 복합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환상적이고 괴기스러운 경험을 통한 이성적 세계관에 대한 재고

에드거 앨런 포의 화자들은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설고 환상적인 사건을 경험하고는 한다. 그리고 정확한 연대나 배경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그 경험을 실감 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마치 실제로 일어났던 일처럼 느끼게 한다.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써 내려간 이러한 단편들로 포는 ‘환상 공포 문학의 선조’라는 평을 얻었고, 그의 모티프는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어셔가의 몰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환상 문학 대표작 중 하나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고 사는 친구 어셔의 부탁을 받고 그의 저택에 방문한 주인공은, 기묘한 분위기의 저택과 거기 기거하는 사람의 연관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어셔의 쌍둥이 여동생은 병으로 죽는데, 그녀를 관에 넣어 지하실에 매장까지 한 어셔는 고통에 시달리고 결국 어셔 남매와 함께, 어셔가의 저택은 붕괴(fall)해 버린다.

그는 (중략) 자신의 집에 대해 미신에 가까운 특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그에 따르면 집안 대대로 내려온 그 저택에 오래 살아왔다는 단순한 사실로 말미암아 그 저택의 형태와 내용이 그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셔가의 몰락」에서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와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은 각각 폭풍이 몰아치는 무서운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전자는 배가 난파하면서 우연히 유령선에 타게 된 남자가 병 속에 남긴 마지막 기록을, 후자는 무시무시한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구사일생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공할 자연현상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불안 심리가 주제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리지아」의 화자는 병으로 죽어 침대에 누운 아내가 가사(假死) 상태를 반복하다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타원형 초상화」 속 아내는 화가인 남편이 그려주는 초상화에 점점 자신의 생기를 빼앗기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스페인 종교재판을 모티프로 한 「구덩이와 추」는 비인간적인 극한의 고문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과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에서는 모두 타락한 왕과 그를 둘러싼 궁정을 배경으로, 극악무도한 왕이 결국 복수의 희생양이 되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군중 속의 사람」의 화자는 군중 속에서 기묘한 노인을 발견하고 그를 며칠 동안 따라다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이성적으로 해석 불가능한 세계, 혹은 또 다른 자아의 미궁에 빠진 혼란이 잘 드러나 있는 이러한 단편들을 통해 포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과연 ‘이성’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다.

이성과 감성의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낭만주의적 해석

에드거 앨런 포는 양부모와의 불화, 대학 중퇴, 파혼, 사별 등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불행한 일들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시작한 20대부터 20년간 끊임없이 시와 소설, 평론을 발표했던 열정적인 작가이다. 그가 죽은 후 그와 개인적 원한 관계에 있던 편집자 그리스월드 등은 그에 대해 악의적인 일화를 유포했고, 그로 인해 포는 알코올중독과 마약중독에 빠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작가로 치부되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 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청교도적이었던 초기 미국문학에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경향을 개척한 작가로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의 단편은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심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집요하고도 이성적인 판단이 함축되어 있다. 이성과 감성이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중첩되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에드거 앨런 포는 서양의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과 감정 소외에 대해 낭만주의적이고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가 미국과 유럽에, 나아가 전 세계에 여전히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바로 그러한 확고하고 독특한 문학적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목차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리지아

어셔가의 몰락

윌리엄 윌슨

군중 속의 사람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

타원형 초상화

붉은 죽음의 가면극

구덩이와 추

배반의 심장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아몬티야도 술통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에드거 앨런 포

1809년 1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이민자 출신 배우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마저 병으로 사망하면서 부유한 상인인 존 앨런에게 입양되었다. 1826년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양부와의 갈등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자퇴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1827년 시집 『티무르, 다른 시들』을 시작으로 단편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리지아」, 「군중 속의 사람」 등과 장편 『아서 고든 핌 이야기』, 단편집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환상적이고 기괴한 소재를 바탕으로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주로 쓴 그는 환상 공포 문학의 대명사이자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그의 문학적 경향은 이후 보들레르 등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친부모의 부재, 양부와의 불화, 첫 애인과의 파혼, 경제적 궁핍, 아내와의 사별 등 그의 전 생애에 걸친 개인적 불행과 방황은 계속되었다. 1849년 볼티모어에서 의식 불명으로 쓰러진 채 발견된 그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해 10월 7일 사망했다.

 

전승희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비교문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경희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에서 강사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문예 계간지 《ASIA》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오만과 편견』(공역),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장편소설과 민중언어』, 『도심의 절간』 등이 있다. 풀브라이트 기금, 국제 교류 재단 기금, 대산 재단 번역 기금 등을 수혜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3년 2월 22일 | 최종 업데이트 2013년 2월 22일

ISBN 978-89-374-9608-0 | 가격 8,100원

보들레르, 보르헤스 등 현대문학의 거장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

어긋나고 음습한 세계관, 이야기마다 서린 독특한 광기, 어두운 상상력으로

이성과 감성의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단편들

환상 공포 문학 영역을 개척한 천재적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선집. 독특한 소재와 건조하고 무거운 글쓰기로 현대 단편소설의 형식과 스타일을 정립했다고 평가받는 그의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소재를 통해 이성과 감성, 현실과 초현실, 일탈과 순응 사이의 간극을 넘나드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는 인간 심리의 비이성적이고 복합적인 면을 포착해 탁월한 통찰을 보여 주었다. 특히 정체성의 위기, 무의식, 정신분열, 광기, 위반과 일탈의 심리 묘사에서 보이는 독창성과 선구성은 보르헤스, 보들레르 등 작가들과 라캉과 데리다 등 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인용, 해석되었다. 「검은 고양이」, 「도둑맞은 편지」 등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단편 열네 편을 엄선해 실은 이 단편선을 통해 에드거 앨런 포가 추구했던 문학 세계와 예술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독자 리뷰(12)

독자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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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공포소설중 유일하게 여윤남는 책

밑줄 친 문장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광풍의 기세가 어찌나 사납고 맹렬한지 몸이 다 흔들릴 지경이었다. 사실 그날 밤의 폭풍은 거칠게 몰아치지만 황량한 아름다움이 돋보이기도 했던, 공포와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졌던 무척 낯선 폭풍이었다.
한 형태의 고문으로 죽는 일을 피했다고는 해도,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고문, 죽음보다도 더 심한 상태로 옮겨졌을 뿐이었다.
인간이 연약한 의지라는 단점만 지니지 않았더라면 천사에게도 죽음에게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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