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출판, 독서는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춘추 시대 책의 성립에서부터 인쇄 책의 탄생을 거쳐명나라 말기의 대중적 보급까지 2000년에 걸친 책의 문화사

[절판] 중국 출판문화사

이노우에 스스무 | 옮김 장원철, 이동철, 이정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1월 4일 | ISBN 978-89-374-8580-0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92쪽 | 가격 28,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춘추 시대 책의 성립에서부터 인쇄 책의 탄생을 거쳐

명나라 말기의 대중적 보급까지 2000년에 걸친 책의 문화사

교토학파의 정맥을 이어받은 학자로서 중국 학술사와 사상사 연구를 대표하는 이노우에 스스무(나고야 대학 문학부 교수)의 『중국 출판문화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책이나 출판 전반의 존재 방식과 변천 과정, 그리고 그것이 사회나 학술 분야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판의 역사, 인쇄의 역사를 탐구한다. 책을 저술하고 인쇄하고 유통하고 수용하는 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동시에 그러한 책 내지 출판의 존재 방식이 어떻게 변천하면서 지식 세계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관계를 맺어 왔는지 전체상을 그려 낸다. 저자와 독자의 출현, 책값의 변화, 책방의 등장, 판권 개념의 형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그와 관련된 일화가 풍부하게 등장한다. 중국 출판문화에 대한 고찰을 통해 책, 출판, 독서가 근대 동양의 시대정신과 정치, 사회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이 책은 우리의 출판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2000년에 걸친 중국의 책 문화사를 통해

책과 인간, 독서와 문화, 출판과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는 역작

 

아주 오랜 옛날부터 줄곧 고도의 문명을 지속하여 그 연속성이 오늘에 이르는 중국은 전통적으로 책을 중시하던 나라이다. 정통 사상인 유학은 독서를 존중했고, 송나라 이후 중국 사회의 엘리트들은 기본적으로 ‘독서인’이었다.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라는 중국의 4대 발명품에서도 두 가지가 책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저자의 말처럼 “2000년도 더 된 책, 즉 기록이나 문서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책 실물이 현존하는 나라”가 중국이며, 2000년 전부터 개인 소장의 장서가 존재하고 국가가 소장해 온 장서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목록을 편찬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온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란 나라의 책 문화가 지니는 유일무이함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 준다.

이처럼 책의 역사에서 중국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선진성을 자랑하는데, 중국 문명에서 책의 문화와 인쇄술이 등장한 이후의 출판문화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 겨우 공백을 면한 정도이다. 그 이유는 ‘출판문화사’라는 연구 분야가 전통 사학에는 없는, 즉 정리된 기술(記述)이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토 대학 출신의 학자 이노우에 스스무의 『중국 출판문화사』는 획기적인 업적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교토 대학의 중국 사상사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인 시마다 겐지(島田虔次) 교수의 문하에서 명청 대의 학술사 연구에 매진하다가 명 대 후기에 이르러 독서인 내지 지식인 사회에 본격적으로 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확신을 얻었고, 그러한 진정한 의미의 ‘출판 혁명’에 관한 자료 수집과 오랜 천착의 시기를 거쳐 마침내 중국사의 전 시대 범위를 아우르는 『중국 출판문화사』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주(周) 대 이후 춘추 시대 책의 성립에서부터 송 대 인쇄 책의 탄생을 거쳐 명나라 말기의 대중적 보급에 이르기까지 2000년에 걸친 중국 책 문화사를 ‘사본(寫本)의 시대’와 ‘인본(印本)의 시대’로 나누어 살펴보면서 책, 독서, 출판이 동양의 시대정신과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친 변화와 영향을 탐색한다. 이 책은 기존의 출판문화사와 관련된 연구가 대체로 종이나 인쇄술 같은 문명사적 관점에 입각한 공시적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로 일관한 통시적 방법론과는 구별되는, 양자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출판문화사로서 향후 한국의 전통 시대 책과 출판문화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 하나의 유의미한 지표가 될 것이다.

 

 

분서갱유 후에도 살아남은 책은 무엇일까?

책이 교환과 매매의 대상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작품의 표절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판권은 언제부터 책에 실리게 되었을까?

풍부한 사료와 실증을 통해 보는 책 세계와 지식의 풍경

 

이 책의 저자 이노우에 스스무는 걸출한 학자답게 광범하고도 다양한 사료를 발굴하고 기존의 자료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일본에 소장된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각종 통계 수치를 작성하여 거시적 흐름을 해명하며, 기존의 주장을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검토한다.

일례로 1세기 후한의 사상가 왕충(王充)의 일화를 살펴보자. 책의 교환과 매매와 관련하여 청년 시절 왕충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데 『후한서』「왕충전」에 기록되어 있다. 기원후 50년대 전반, 왕충은 수도 낙양의 태학에 들어가 공부했는데 “집안이 가난해 책이 없어서 항상 낙양의 시장에 있는 가게에 놀러 가서 파는 책들을 구경했다. 한번 보기만 하면 바로 외워서 마침내 여러 유파와 백가들의 말에 통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종종 후한 때 서점이 존재했다는 사실의 증명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저자 이노우에 스스무는 그건 아무래도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문한다. 이 이야기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점은 낙양 시장에서 책이 팔리고 있었다는 것이지 서사(書肆), 즉 책을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서점’이 있었다는 것은 아닌 것이다. 책을 파는 가게가 반드시 책만 파는 가게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학술적으로 집필되었지만, 역사적 에피소드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일반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모든 것을 통제하던 진(秦)과 한(漢) 제국의 붕괴와 함께 개인으로서 자기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저술’ 행위가 중요해진 것, 7세기 당나라 이후 과거 제도가 정착하면서 수험생이 늘어나자 독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에 따라 수험 참고서 시장이 팽창하면서 출판계가 발전한 것, 참고서의 ‘검색’이라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두루마리 권자본 형태에서 지금의 책자와 비슷한 엽자(선풍장)라는 새로운 장정이 등장한 것, 독서 인구의 증가로 초사로는 더 이상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어 대량 복제 인쇄술이 요구된 것 등은 매우 흥미롭다. 송나라 때 목판으로 인쇄된 텍스트가 유통되기 시작하자 문인 소동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근년에는 장사꾼들이 여러 학자들의 책을 차례로 간행해 하루에도 1만 쪽이나 세상에 유포시켜 배우려는 자들이 책을 다양하고도 용이하게 구할 수 있는 놀라운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낙양의 지가를 높였다.” 즉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의 출전이 좌사의 「삼도부(三都賦)」라는 작품이 좋은 평판을 얻자 낙양 사람들이 이를 다투어 베끼는 바람에 일시에 종이 가격이 오른 일화라는 것, 중국사를 통틀어 한두 손가락에 꼽히는 대학자 주자도 “빈궁하다 보니 먹을 것을 생각하여” 영리 출판을 행한 것, 맹자로부터 “아비를 몰라보는 금수”의 책으로 비판받은 이단서 『묵자』의 출간이 온갖 책이 자유롭게 간행될 수 있게 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것 등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목차

들어가며 5

1 책의 성립

책이란 무엇인가? 15

저서 18

장서 21

독서를 강조한 사상가 순자 24

2 제국의 질서와 책

분서갱유 28

타다 남은 책들 31

최초의 도서 목록 34

한나라가 경서를 망하게 했다? 38

학문의 통일과 집중 42

『사기』와 한나라 조정 45

3 제국의 황혼

후한의 건설 49

장서의 어려움 52

만 권의 책을 읽다 54

책 수요의 증가와 종이의 출현 58

급속히 전파된 『한서』 61

4 제국의 종말과 개인의 자기표현

문벌 귀족의 시대 64

불후(不朽)의 사업으로서의 저술 66

도작과 가탁 68

새로운 도서 분류의 등장 71

유교 권위의 추락과 문사(文史)의 부상 75

교양으로서의 책과 학문 78

5 귀족의 장서와 그 주변 이야기

취미를 위한 장서의 등장 81

귀족 스스로 실현한 방대한 장서 84

한미한 가문 출신의 대장서가 87

돈을 주고 책을 필사하다 90

종이 수급의 어려움 92

베스트셀러, 낙양의 지가를 높이다 95

제나라와 양나라의 종이 사정 99

책방의 출현 101

가난한 선비와 책 105

6 신구의 대립

과거 시험 108

수험 참고서의 등장 112

『당운』과 『옥편』 수요의 증가 117

인쇄된 책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 122

시험의 천재 백거이 128

7 인쇄본 시대의 개막

인쇄술의 본격적 발달 133

목판 인쇄본의 유통 137

값싼 종이의 공급과 방각본 139

악명 높은 건본 142

불특정 다수의 독자 145

소동파와 무단 출판 148

8 사대부와 출판

우등 합격자의 명성 152

정치적 출판 156

괴문서의 인쇄와 판매 159

살아생전 자저를 간행하다 160

민간 출판에 대한 규제 164

책방 활동의 규제 166

출판은 학문의 수준을 떨어뜨리는가? 168

9 민간의 출판업자

정기 시장에 등장하는 책방 173

전문화 이전의 출판 176

서적상의 활약 179

상업화가 철저하지 않은 영리 출판 185

사대부의 영리 출판 187

10 특권으로서의 책

관각의 상업 출판 192

자의적으로 붙인 관각본의 가격 194

국가 출판 책을 얻는 일의 어려움 198

송 대의 인본 201

날마다 교정에 힘쓰다 205

만 권의 장서를 실현하다 208

11 주자학의 시대

송나라의 멸망과 출판의 변화 212

출판의 쇠퇴기 215

독서의 빈곤화 220

주자학의 절대적 권위 223

책의 재앙 227

12 출판의 겨울

저명인사의 서문을 받아 출판의 뜻을 이루다 231

기부금으로 출판하다 235

3750일의 품삯으로 책 한 권을 출판하다 239

출판의 편재 243

책방을 통한 출판 247

원 대의 장서 250

명 대 초기의 장서 254

각본이 3할, 초본이 7할 256

13 겨울의 끝

『사기』의 재간 260

독서 분위기의 변화 263

이단의 책 『묵자』의 출간 266

간각 비용이 줄어들다 269

강남 도시의 발전 273

생원의 증가 276

거업서가 세상에 넘쳐 나다 278

14 새로운 시대의 개막

이동 서점의 등장 283

책방의 활동 287

강남 상업 출판의 부흥 289

전문 책방과 서적상의 활약 294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책 298

학자와 상인 302

해적판 문제 307

판권의 성립을 향하여 310

15 책값에 얽힌 이야기

저렴해진 책값 315

상인과 책 321

채색 인쇄본의 발달 324

속(俗)의 아(雅) 329

골동이 된 고서 334

16 학문의 방향

내면주의 338

서민에게 개방된 학문 340

심학의 이단화 344

쾌락으로서의 독서 348

세상을 다스리는 실용적 학문 353

출판의 융성과 학문의 속화 357

17 이단과 출판

제자백가를 읽다 362

가치관의 변화 366

학술의 본원을 탐구하다 369

이단에 대한 평가와 허용 374

진시황을 새롭게 평가하다 379

18 출판의 활용

비판과 비평 384

상인 시인의 등장 389

백화를 사용한 거업서 393

저술을 일로 삼는 사인의 출현 397

자기를 긍정하는 상인 402

통속 문학에 대한 인식 405

주 410

후기 449

옮긴이의 말 458

도판 출처 465

찾아보기 467

작가 소개

이노우에 스스무

교토 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과정(동양사 전공)을 수료했다. 미에 대학 인문학부 및 나고야 대학 문학부 조교수를 거쳐 현재 나고야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중국 명나라, 청나라의 학술사를 연속적으로, 즉 양명학에서 고증학에의 변천을 일관된 논리로 파악하고자 하며, 이러한 학술사의 연구에서 파생된 프로젝트로 출판문화사를 연구하며 출판문화 역사를 통해 학술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저서로 『고염무(顧炎武)』(1994), 『미에현 소장 한적 목록』(1996), 『서림(書林)의 조망(眺望)』(2006),『명·청 학술변천사』(2011) 등이 있다.

장원철 옮김

고려대학교와 한국학 중앙 연구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했고, 일본 도쿄 대학과 간사이 대학의 외국인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편역서로는 『공자전』,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한자에 도전한 중국』, 『우아함의 탄생』 등이 있다.

이동철 옮김

고려대학교 철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삼국 통일과 한국 통일』(공저), 『지식인과 인문학』(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유교사』(공역), 『중국을 움직인 30권의 책』(공역), 『장안의 봄』(공역), 『고사성어로 읽는 중국사 이야기』(공역) 등이 있다. 『세계 지식인 지도』, 『위대한 아시아』, 『21세기의 동양 철학』 등의 기획에도 참여했다. 

이정희 옮김

경상대학교에서 한문학, 계명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현재 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 고문헌 사서, 한국서지학회 정보이사를 맡고 있다. 논문으로 「두류산 유람록에 나타난 영남사림의 정신세계」, 역서로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공역), 편저로『중국 경학가 사전』(공저) 등이 있으며, 고문헌의 수집․정리 및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고 ‘남명학 고문헌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독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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